(2017년 10월에 조카가 태어났습니다. 정말 사랑스럽고 예쁜 여아입니다. 이름이 세린입니다. 세린이를 보고 있으면 조카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문득문득 떠오르는데 아직 제 조카는 어려서 제 말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적어놓았다가 나중에 세린이가 크면 보여주고 싶어서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쓰고자 합니다. 제 가장 큰 바람은 제가 한 실수를 세린이는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입니다. 착한 어린이가 되길 강요받고, 현재를 희생하면 미래에는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누군가의 말을 들으며 살아온 제가, 살면서 느낀 점을 조카에게 전하는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세린아, 삼촌은 네가 베짱이가 되면 좋겠어"
세린이도 개미와 베짱이라는 동화를 읽어 봤지?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기 위해 부지런히 양식을 모으는 개미와 바이올린 연주만 하며 놀다가 겨울이 닥치자 추위에 덜덜 떨다가 개미네 집에 찾아가 도움을 받는 베짱이를 그린 동화.
아마 세린이에게 그 동화를 건네주거나 읽어 준 사람들은 너에게 이렇게 말했을 거야. 부지런하게 양식을 모은 개미처럼 살아야 한다고, 베짱이처럼 미래를 대비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면 결국 후회할 거라고. 그렇지?
근데 세린아, 삼촌은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면 분명 베짱이보다 개미와 비슷하게 살았어. 다들 그러더라. 열심히 공부해야 나중에 찬 곳 말고 따뜻한 곳에서 일할 수 있다고, 행복한 미래를 위해 지금의 고통은 감내해야 한다고... 삼촌은 그렇게 참고, 참고, 참으며 살았다? 내가 다른 길을 가고 싶다고 말해도 사람들은 나에게 이 길을 가라고 했어. 그래야 나중에 잘 산다고, 그래야 미래의 내가 행복하다고 했어. 그럼 그 말에 따른 삼촌은 지금 행복할까?
물론 삼촌은 세린이 너를 보면 행복해. 그렇지만 솔직히 삼촌의 인생이 행복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 하고 싶었던 것들, 해볼까 생각했던 것들을 하지 않았고, 하지 못했어. 모든 사람이 나에게 그래야 한다고 했거든. 그런데 이제 와 생각해 보면 그게 너무나 후회가 돼. 그냥 해볼걸.. 남들의 말을 듣지 말걸.. 하는 그런 후회.
그리고 이건 부끄러운 사실인데, 사실 누군가의 말에 하고 싶었던 걸 하지 못했다는 건 핑계이기도 해. 부끄럽지만 나는 내 생각에 확신을 갖지 못했어. 아마 정말 절실히 무언가를 원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 만약 나 스스로 확신이 있었다면 누군가가 나를 말렸어도 나는 내 생각대로 했을 테니까. 삼촌은 확신이 없었고, 그래서 누군가의 말을 따랐던 거야.
세린이도 커가면서 너보다 먼저 세상을 살아봤다는 사람들이 너에게 하는 말을 듣게 될 거야. 이래야 한다. 이렇게 해야 한다.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다. 하지 않으면 후회할 거다. 이게 좋다... 삼촌은 세린이 네가 그들이 하는 말에 그대로 따르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들이 살아온 인생이 앞으로 세린이가 살아야 할 인생이랑 같은 거라는 보장이 없거든. 그리고 설사 그들의 말이 맞는다고 해도 네가 나중에 행복하다고 느낄지는 알 수 없지 않을까? 이 세상은 너의 세상이야. 너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사람들의 세상이 아니야. 네가 있어야 네 세상인걸?
동화에 나오는 그림을 기억해봐. 베짱이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면서 웃고 있었지? 베짱이는 오롯이 현재를 산 거야. 개미를 기억해봐. 태양 아래서 땀을 뻘뻘 흘리며 양식을 등에 지고 걸어가는 개미. 행복해 보여? 개미는 미래를 위해서라고 자신을 위로하며 현재를 희생하는 거야. 이게 정말 맞는 걸까? 삼촌은 네가 개미처럼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그런 삶을 살지 않기 바래.
삼촌이 바라는 건 네 눈으로, 네 관점으로 너의 삶을 사는 거야. 다른 사람의 생각이 안경이나 렌즈처럼 너의 눈을 가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물론, 네가 보는 시각이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을 거야. 분명 잘못된 길을 가기도 하고, 삥 돌아가기도 할 거야. 그래도 삼촌은 그게 네가 미래를 위해 현재를 사는 게 아니라, 오롯이 현재를 사는 데 도움이 될 거라 믿거든.
누군가의 말에 순응하는 착한 아이가 되지 말고,
다른 사람의 눈으로 네 인생을 살지 말고,
너의 눈으로 세상을 살기 바라.
베짱이처럼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웃기를,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삶을 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