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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현 Nov 19. 2019

'정의'

아무것도 아닌 단어 하나

한때 마이클 샌들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로 한국에서 '정의'라는 단어가 크게 부각된 적이 있었다.

그리고 2019년, 다시금 '정의'라는 단어가 다시금 한국 사회에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그저 내가 생각하는 '정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어 글을 적어본다.


'정의'라는 단어에 대해 제각기 최소한의 어렴풋한 기준은 있을 것이다.

이래서는 안 되고, 저래서는 안 되고, 혹은 이래야 하거나 저래야 하거나 등등...

거창하게 무슨무슨 주의라던지, 어느 저명한 학자의 시각에 입각한 정의의 개념을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어떤 사건이나 현상을 바라봄에 있어 그리 거창하진 않아도 내 나름의 정의라는 기준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동안 나만의 '정의'를 찾아 헤맸다. 나 스스로에게 자문하고, 누군가의 생각을 살펴보고, 다른 이들과 생각을 주고받으며 보낸 시간. 모두 내가 생각하는 정의란 무엇인가를 찾기 위한 시간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는 나는 '정의'라는 단어를 명확하게 꿰뚫는 하나의 기준을 갖는데 실패했다. 

그래서 내 '정의'는 해진 옷을 꿰맨 듯 구질구질하고 볼품없다. 


나의 정의는 아래와 같다. 

정의는 절대 타협할 수 없는 시대의 가치여야 하며,

정의는 만인에게 언제나 공평해야 하며,

정의는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의 구성원이 정하는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세 가지 기준 모두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본 말일 것이고  획기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나는 이렇게 나만의 정의에 대한 기준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어떤 사건이나 현상을 접하면 위의 기준으로 그것이 정의로운지, 정의롭지 않은지를 판단한다.


정의는 절대 타협할 수 없는 가치여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한없이 강하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더없이 나약하다. 그래서 지치고, 결국 타협하게 된다. 

그러나 정의는 현실과 타협할 수 없는 가치여야 한다고 믿는다. 만약 정의조차 돈과 명예, 권력과 같은 세속적 가치와 타협할 수 있다면, 정의라는 단어 자체가 너무 초래해 보이지 않을까?

또한 정의가 시대의 가치여야 한다는 것은 시대에 따라 가치가 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 세기 전만 해도 귀족과 노예라는 사람 위의 사람, 혹은 사람 아래 사람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  시대에는 인권을 운운할 수조차 없었다. 현재의 인권이라는 보편적 정의가 그 당시에는 언급조차 없었던 개념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시대에 따라 가치는 변할 수 있다고 본다. (혹은 새로운 가치가 생기거나)  


정의가 모든 이에게 공평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말이다.

만약 정의에서 조차 선택적 정의가 가능하다면 이는 너무도 슬픈 일인 것 같다. 

내가 하면 옳고, 네가 하면 그른 것이 될 수 있는 것은 결코 정의롭지 않은 것이라 믿는다.

정의는 내가 하든, 혹은 네가 하든 항상 옳아야 한다. 


그리고 정의는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의 구성원이 정해야 한다고 믿는 것은 정의라는 말만큼 위험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모두 이런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신념을 갖지 않은 자보다 무서운 자는 잘못된 신념을 가진 자라는 것을.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히틀러뿐 아니다. 자신의 국가를, 혹은 이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이들 중 거의 대부분은 자신의 신념을 정의라고 믿었다. 그리고 자신의 정의를 이루기 위해 그들은 다른 이들에게 크나큰 아픔을 주었다. 그래서 정의는 한 사람의 개인이나 어느 한 집단이 정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흔들린다. 이 말을 들으면 이쪽 말이 맞는 것 같고 저 말을 들으면 저쪽 말이 맞는 거 같다.

그러나 아무것도 아닌 단어 하나일 수도 있는 정의라는 단어 하나쯤은 자신만의 기준을 갖고 그것을 기준으로 판단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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