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알코올 병동에!!!
집에서 잉여인간이였던 내가 정신병원에 취직을 하게되고 지금껏 계속 일을 해오고있다.
2014년부터 2025년까지 달렸고 현재도 달리고있다.
지금 하는일을 그만두고 다른일을 하려고 이력서 작성을 하면
'2014~2025 정신병원 보호사근무'
이게 끝이다. 다른사람들은 이력서가 빽빽한데 비해 나는 헐빈하기 그지없다.
집에서는 별로 좋아하지않았다. 아무래도 장소가 장소이고 하루 24시간중 10시간이상을 환자들과 부대끼며 지내기때문에 혹시나 심리적으로나 성격적으로 영향을 끼치지않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하지만 여지껏 정신과일을 해오면서 심리적으로나 성격적으로 영향이생기고 스트레스로인해 너무 힘들었던점은 딱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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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당연히있다.. 정말 힘들었다. 물론지금은 나름 노하우가 생겨서 스트레스를 딱히 받지않고 받는다한들 잘 풀려고한다.
일하는중 가장힘들었던것을 꼽으라면 일하는기간중에 5년정도를 알콜병동에서 일했는데 그때가 가장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지금생각해보니 5년동안힘들었는데 용케도 5년을 버티며 다녔네.
나란녀석 대단한녀석 후후후..
우리가 이제껏 살아오면서 꼭 한명씩은 봤을것이고 근처에서 경험해봤을것이다.
'술만 마시면 멍멍이가 되는사람. 술만마시면 어디에나 민폐를 끼치고 여기저기 시비를걸고 주변을 불편하게만드는사람'
친구일수도있고 일회성 만남의 지인일수도있고 아니면 그냥 멀리서 본사람일수도있을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중 상위개체 진상 카스트제도의 가장 꼭대기에있는사람들을 한데 모아둔곳이 알콜병동이다.
알콜병동자체가 멀쩡히 병원으로 들어와 진료를 받고 입원수속까지 스스로 진행하고 들어오는경우는 있긴하지만 그냥 없다고보면될것이다. 만약 그런일이있다면 일끝나고 로또를 사러가면된다. 그럼 어떻게 입원을 오는가?
일을 하고있다보면 병동으로 전화가 울린다. 전화를 받은 간호사는 조용히 전화기를 내려두고 나를 바라본다.간호사를 바라보는 내동공은 흔들리기시작한다.
그리고선 눈을감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말이없었지만 간호사와 나는 이미 대화를 다했다. 병동에 전화가온다는건 입원수속은 다 끝났다는거다. 그렇기에 컴퓨터엔 입원하는 환자의 대략적인 정보가 찍혀나온다.
'김XX(42)'
나이 42다. 젊다. 젊다는건 힘이넘친다는것. 강행군이 예상된다. 내가 일했던 병원은 병동끼리 건물이 따로 나뉘어져 있었다. 병동 건물밖으로 나와 원무과로 향하는길 앞에 경찰차한대가 있다. 이걸로 환자를 보지않았지만 이미 유추가능하다.
'나이 45, 경찰차가 왔다는건 경찰인솔하에왔다는것. 경찰이 데리고올정도면 통제안되고 힘좋은 사람일 확률 높음. 보호사 헬프필요'
머릿속으로 대충 견적내고 가는길에 핸드폰으로 다른병동에 전화해 헬프요청을 했다. 이렇게 강력한 환자들이 오면 보호사들을 여러명 대동해서 간다. 가서 힘을 쓰지않더라도 혼자가서 환자를 설득하는것과 여러명이가서 등뒤에 보호사들 여럿 놔두고 설득하면 훨씬 수월하게 환자를 병동으로 데리고올수있다.
병원 원무과에 진입하기도전에 이미 언성이 올라가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게 들린다. 진료실밖에 나와있는 환자를 보니 예상대로 환자는 덩치가 적당히 있었고 키는 177가량 되어보였다. 하지만 술에 많이 취해있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유사시에 보호사들끼리 팔다리잡고 강제로 데리고갈순있다. 하지만 쉽지않다.
이미 진료는 다끝냈고 보호자는 환자옆에있을뿐이다. 원무과에선 나를 보고 빨리 데려가는 눈빛이 그렁그렁하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 "
시원하게 인사를 해보았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항상 똑같다.
"뭐꼬? 이 씨XX은. 야이 개XX야. 내몸에 손대지마라!!!!!!!"
그렇다. 다년간의 경험으로 미루어봤을때 인사후에 웃으면서 받아주는사람은 1프로가 되지않는다.
대부분의 알코올환자들은 첫만남에 욕을한번 시원하게 싸지르고난뒤에 남녀불문하고 내몸에 손대면 너와 나의 관계에 애로사항이 꽃필것이다 라는걸 강력히 어필한다. 하지만 어쩌겠니 나는 당신을 데리고 가야해요...
그런와중에 보호사들이 속속 도착한다. 보호사들 대동하고 다시 한번 설득한다.
여기서 주의해야할건 절대 강압적으로 무언갈 하겠다는 표현은 절대하면안된다. 제일 나쁜예로는
"계속 이러시면 강제로 끌고갈수밖에없습니다."
따위의 말이다. 만약 흥분한 환자를 앞에두고 이런말을 하는 간호사나 보호사가있으면 뺨때기를 후려쳐도 합법이라 생각한다. 이건 그냥 불이활활나고있는데 거기다가 휘발유를 때려부어버리고 잘터지도록 수류탄까지 넣어버리는 말이다. 절대 강압적인 말은 하면안된다. 만약 저런말을 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뻔하다.
"해봐 씨X !!!!! 다덤벼 씨X!!!"
이렇게될게 뻔하다. 대답만 저렇게할까? 다큰 남정네들끼리 서로 몸을 부대껴야하는 상황이 만들어질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건 이렇게될걸 생각안하고 그냥 생각없이 내뱉는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렇듯, 술을 마시면 사람들은 용감해진다. 그리고 그런 호전성은 그대로 우리에게 날라온다. 그러니 최대한 어르고 달랠수밖에없다.
만약, 어르고 달랬는데도 말을 듣지않고 환자가 강하게 저항하면 최대한 당황+불쌍한 얼굴을한후 의사를 쳐다본다. 거기엔 '우짭니까?어떻게할까요?'라는 뜻이 내포되어있다. 그러면 의사가 입원진행시키세요 또는 입원을 거부한다던가 조금 진정되게끔 주사를 놓는 등 여러가지 오더를 내린다. 진행할때 의사나 간호사들은 우리에게 안되는걸 오더내리진 않는다. 그렇기에 우린그저 따라가면된다. 이번엔 그냥 데리고 가란다. 알겠다고한후 이제부터 병동까지 데려가는건 보호사의 일이다.
최대한 설득할수밖에없다. 온갖말로 최대한설득을한다 설득이라기보단 거의 빌다시피한다. 하지만 설득은 되지않았고 환자는 "shefoot!!! dogfoot!!"한다. 단전깊이 숨한번 쉬고 헬프온 보호사들에게 눈짓하고 함께 강제로 팔다리잡고 힘으로 병동으로 데리고갔다. 데리고가는 와중에 환자들이 우리에게 할수있는 화풀이는다한다. 손톱으로 긁고 깨물고 온갖 몸부림을 다친다. 그렇게 병동에 도착하면 병동간호사들이 격리실까지 깔끔하게 셋팅 다해두었기에 그대로 격리실로 들고 들어가면된다. 이미 4point (4 - Point Restraint : 양손 + 양발을 각각 묶어서 침대에 고정하는 의료행위) 강박 오더가 나있었다.
보호사들과 격리실에들어가 격리강박을 시행했다. 시행한후에 간호사들은 주사를 들고와 주사를 놓는다.
주사는 약물은 어떤건지 모른다 하지만 환자들사이에선 '홍콩주사' 라고 하더라. 그 주사한방맞으면 한동안 조용하니 잠만잔다. 그때그때 다른 주사를 처방하긴하지만 뭐, 내가 의사도 아니고 의료인도아닌데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주사까지 놔주고나면 가지고있는 물건중 자해또는 타해를 할수있는 위험한물건들은 회수해서 따로 보관해둔다. 그리고 격리실 문을 닫아놓으면 한 10분에서 20분정도는 고래고래 소리지르면서 욕도하고 사자후도 한번질러준다. 물론 무협지의 사파가아니라 거기서 더 딥하게 들어가는 혈교나 마교에 소속되어있을법한 분들은 1시간까지 약효능없이 꾸준하게 사자후를 날리는환자분들도 더러있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주화입마가온듯 조용해진다. 그렇다. 홍콩가신거다. 눈을감고 여행중이신것. 그렇게 입원절차는 끝나게된다.
여기까지가 입원이다.
하지만 알코올 입원의 진정한 꽃은 DT(Delirium Tremens : 알코올이 빠지면서 오는 환각 , 발작, 섬망 상태) 에있다.
'아직 한발남았다'
라고 조용히 무언의 음성이 내 귓가를 후려친다.
등뒤가 서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