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200 09화

입원(완)

저승으로가는 삼도천강

by 지켜보는사람

DT(Delirium Tremens : 알코올이 빠지면서 오는 환각, 발작, 섬망상태)


저번화에 그랫듯 알코올 환자가 내원을 하게되고 내담후 입원까지의 절차가 '아메리카노'라면 입원후에 오는 DT는 '고농축에스프레소' 급이라고생각하면 편하다. 근데 이 에스프레소의 강력한 쓴맛이 언제 어디로 어떻게 튈지 모르는것이 공포인것.

통상적으로 7일에서 10일이내로 끝나긴하는데 심한 환자는 보름을 넘기기도한다.

이런 DT가 보름을 넘기는 환자들은 공통적으로 몸 내부가 이미 망신창이가 되어있다. 눈색깔이 하얀색과 노란색을 적당히 섞어놓았는데 그 색깔이 굉장히 탁하다. 의료적지식이 단 한개도 없는사람이봐도 어딘가 아파보인다는걸 단박에 알수있는 그런 색깔이다. 여하튼,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입원한 '김XX(42)'씨는 입원후에 주사를 맞고 내리 잠만잤다. 중간중간 일어나서 움직거리긴하지만 화장실가고 때되면 식사하는 정도만 했고 특별한 증상은없었다.그렇게 이틀정도가지나면 슬슬 DT증상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일반사람들이 생각하는 알코올환자들의 금단증상으로는 굉장히 불안감과 초조함, 땀을 흘리고 폭력적이며 물건을 던지고 소리지르는 정도로 알고있을것이다. 물론 그생각이 틀린건아니다. 대체적으로 그런행동양식을 많이 보이는건 맞다.

하지만 저런것들은 알코올중독 하수에서 중수들이나 저렇게한다. 한마디로 애송이다. 후후. 사실 저 정도면 스트레스 받지도않는다.물론 처음엔 힘들겠지만 익숙해지면 즐겁게 받아줄수있다. 처음에 환자들에게 거친욕을 먹으면 당황스럽고 손발이 떨리지만 몇달정도 계속 먹다보면 결국 똑같은 레퍼토리의 욕일뿐이다. 욕먹으면 오래산다고하지않는가, 병동에서 처음본 나에게 무병장수를기원하며 욕을 엄청나게 해주니 웃으면서 고맙다고 화답해주면된다. 그러면 목에 핏대까지 올려가며 더큰소리로 나의 안위를 걱정해준다. 정말 우리환자들은 착하다. 그리고 폭력적인 환자는 담당의에게 일러바치면 즉각 오더를 내려준다. 그러면 전병동 보호사들 끌어 모아서 간호사와함께 마음에 평화를주는 주사으로 잠깐 좋은꿈을 꾸도록 해주면된다. 그러면 당분간은 행복한표정으로 엄지손가락을 물고 새근새근 잘잔다. 역시 우리환자들 너무 착하다. 그리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환자는 자신이 아직 건강하다고 주기적으로 알려주는 신호이니 이 역시 얼마나착한가. 알코올환자들이 이렇게 착합니다!

오히려 입원후 DT올때 조용히 누워만있는 환자들이 정말 무섭고 신경이 곤두선다. 그런분들은 잠을 자주자는데 조용히 꿈속에서 요단강 뱃사공과 거래를 하고있는경우가 많기에 거래가 성사되기전에 좀 오래잔다싶으면 뺨이라도 쳐서 깨워본다. 하지만 이러한것들은 처음 입원한 알코올 환자들에겐 자주있는일이라 적응이되서 괜찮다.

하지만 나를 진정으로 힘들게하는 고수는 따로있었으니..

그 고수들은 항상 모두가 자는시각 은밀하게 움직일때도있고 대놓고움직일때도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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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분과인뇨를 갈겨놓는다.


인분과 인뇨라면....? 설마?


그렇다..지금 생각하는 그거맞다.

그걸 DT가 끝날때까지 짧게는 3~7일 길게는 보름까지 사방팔방 병동 구석구석까지 영역표시를 해둔다.

물론 치우면된다. 후각을 아예 포기하고 시각을 약간만포기하면 바닥에 있는걸 치우는건 그리 어렵지않다.

하지만 진정한 공포는 따로있었으니..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무엇일까?

길거리 깡패? 아니면 귀신? 그렇다면 바퀴벌레? 흠.. 벌레는 좀 많이 무섭긴하지.


하지만, 단연코 가장무서운건 인분을 직접쥐고 나에게 친절하게 다가오는 인간이다.

내가본 알코올중독환자들의 금단섬망증세 10명중 2명정도가 저렇게 행동했다. 알코올성 치매가 같이오는것이다. 애당초 알코올 병동으로 끌려올 정도면 이미 중독의 끝자락에있는 환자들이 대부분이기에 라이트한 증상은 거의없고 대부분이 매우 딥하게 나타난다. 그리고 알코올병동은 입퇴원이 굉장히 잦고 환자순환이 빠르기때문에 20프로는 상당히 높은타율인편.


보통 알코올환자들에게 의사는 금단증세나 섬망에대해 설명할땐 대부분 착하게 설명해줄것이다.


" 불안하고 초조할수도있으며, 혈압이 오르기도하며 심박수가 증가하기도합니다. 또는 환각이나 망상이생길수도있습니다."


이런식으로 과격한말을 쓰지않고 착하게 설명해준다. 당연한말이다. 결국 병원역시 영리단체이고 환자를 유치시켜야하기에 아무리 술에 절은 환자라도 막말을 할수는없다. 하지만 나는 환자를 유치시키는사람이아니고 의료인도아니다. 그렇기에 누군가가 또는 환자가 알코올성금단증세 섬망오면 어떻게 되냐고 물어본다면 이렇게 이야기해줄것이다.


"똥 처 먹습니다."


알코올성 DT 즉, 섬망이온다고하면 아프고 발작하고, 심박수올라가고 환청 이나 망상이 온다는건 대부분 고는있다. 하지만 이런것들이 마치 영화속 이나 드라마속 배우마냥

"(가슴팍을 우겨잡으며)으윽! 헉..헉..후.."

또는

"(격리된 문을 쾅쾅치며) 열어란말이야!!!!!!야이 새X들아 !"

"(머리를 움켜잡고 공포에떠는눈으로) 누군가가 나를 죽이려고들고있어! 으으으.."

정도로만 일반적으로 묘사하고있기에 본인스스로 자기도 모르는사이 똥찍어 먹을수있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않는다. 그리고 어찌보면 당연할수도있다. 왜냐하면 그동안의 기억이 날라가기때문이다.

알코올성 섬망은 절대 절대 젠틀하게 오지않는다. 오히려 가만히 누워만있으면 그건 그거대로 매우 위험한상태다. 그리고 드라마나 영화는 결국 대중들이 봐야하는 영상이기에 직접 똥찍어 먹는영상을 보여줄순없지않은가. 그러니 그나마 비위가 안상하는 폭력적인모습만 보여줄뿐이다.


여기서 한번더 말을해주고싶다.

주변에 술로인해서 정상적인생활이 안되는사람이있거나 술을 끊지못해 힘든사람이있다면 꼭 명심했으면한다.

간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 폭력성? 가정파탄? 적어도 인간일때이야기지 결국 끊지못하면 뇌기능이망가져 스스로 본인똥 찍어먹는다. 그러니 인간일때 끊는게 이롭다.


이때쯤 우리는 궁금한게 하나 생길것이다.

그렇다면 그냥 격리실에 넣어두고 기저귀 채워서 묶어두면 되지않을까?

큰일난다

섬망엔 환각과 망상이 따라온다고 언급했다.

지금 여러분 앞에 바퀴벌레가 수백마리가 기어다니고있다고 상상해보라. 그리고 갑자기 얘내들이 눈앞으로 날라온다고 가정해보자. 기겁하며 피하거나 때려죽이거나 이상황을 타개해야할것이다. 그렇게 몸을 긴급하게 움직이려 하지만 몸은 묶여있어서 옴짝달싹할수가없고 결국 그 수백마리의 바퀴벌레들은 날라와 얼굴과 몸을 덮치기 시작한다.

어떻게될까? 난리난다. 멀쩡한 일반인들도 기절하거나 거품물거나 할것이다. 알코올성 섬망이온 환자들은 결국 그게 실제상황인것이다. 그런상태에서 몸을 결박해두면? 양한 증상으로 인해 사망까지 갈수도있다. 그렇기에 격리와 몸을 결박해두는건 철저하게 의사오더하에 신중하게 진행되어야한다. 절대 부로 할수없다.








저번화에 입원한 '김XX' 환자역시 그런류에 속했다. 여러번 입퇴원의 경력이있는 환자였고 알코올성치매증상까지 보여주는 환자였다.쉽지않은환자였고 DT가 굉장했다. 소리지르기,폭력성, 협조안됨, 오물파티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누구도 감히 엄두도낼수없는 독보적인 환자였다. 그중 최고의사건은 모두가 다자는 새벽에일어났다.

모두가 다 자고있는 조용한새벽 병동 격리실의 문이 드르륵 열리며 김XX환자가 매우가벼운 발걸음으로 깨발랄하게 나오길래 불안한마음에 환자에게 다가가서 어디로 가시냐고 물어보었다. (격리실이라해도 문을 무조건 잠궈두진않는다.)


"선생님, 저 놀이터좀 갔다가오겠습니다."


라고하길래 순간 나의 넓은 이마를 손바닥으로 한대치고 "지금 밤이늦었으니 들어가서 주무시고 내일 놉시다" 라고 말해주었다. 그랬더니 그러면 화장실가서 소변만 보고오겠다고 하길래 알겠다고 한뒤 스테이션에 앉아있었다. 한 5분정도 앉아있었나 김XX환자가 화장실에서 나오지않았고 큰거보시는가..하고 생각하는 그순간 등뒤로 강렬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호다닥 화장실로 뛰어가서 환자를 확인해보았다.

그리고 나는 내두눈을 의심했다. 아니 지금내가보는건 거짓이여야한다. 하지만 내두눈의 성능을 의심하기엔 아직 좋았고 뇌기능역시 정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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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그환자는 화장실에서 천진난만하게 앉아서 흙놀이 하고있었다.


흙....그래.. 저건 흙이야.... 놀이터간다고했잖아? 저건 흙인거야 그래 흙이야.. 흙이라구....


울고싶다진짜..흙흙..


온몸에 흙을 다묻혀서 정말 어디서 부터 손대야할지 감도안잡힌다. 머리가 하얗게 변하고 내입안에선 내영혼이 빠져나간다.

한 5분정도 현실을 외면하다가 슬슬 정신이 돌아온다. 일단 샤워실로 보내야한다.

이환자분은 나에게 놀이터간다고했고 지금 그환자에게 화장실은 놀이터다. 그냥 눈높이에 맞춰서 행동해주면된다. 어렵지않다.난 할수있다.

어린아이가 놀이터에서 정말 재미있게 놀고있는데 보호자가 와서 "이제그만놀고 집에가자!!"하고 강압적으로 손을잡고 집으로 끌고가려고하면 어린아이는 어떻게 할까? 가기싫다고 떼쓸것이다.

똑같다.

강압적으로 "김XX님! 당장나오세요!!" 하고 끌고가려면 가기싫다고 떼쓸것이다. 하지만상대는 어린아이가 아니라 42세남자다. 그리고 손과 몸에 흐..흐..흙!!그래 흙이다! 흙을 뭍히고있다. 그런상태에서 내몸에 메달려 떼쓴다고 생각해보라. 아찔하다. 돌아온 정신이 다시 내몸을 출타해 하늘로 날라가 불교에서말하는 저승으로가는강 삼도천강을 건널수도있다. 그렇기때문에 온힘을다해 연기를해준다.


"김XX님 이제 많이놀았으니 저기 샤워실가서 씻고 내일 다시 놉시다"

라고 정말 다정하게 말해준다. 최대한 스스로 샤워실로 가도록 이끌어본다. 어른의 웃음이란 이런거다..이미 내후각은 중환자실로 들어가서 의식을 잃었다. 하지만 걱정하지마라.스스로 샤워실로 들어가면 씻기는건 금방한다. 잡히지만않으면된다. 후후후 좋았어 날 따라오라구 완벽해!




"(내손을 두손으로 잡으며) 선생님 알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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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날 삼도천강을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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