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도시 강릉

갑작스런 강릉여행

by 지켜보는사람

눈이보고싶은 부산촌놈




와이프인 경아는 오는 10월에 나에게 말했다.


" 눈 보고싶어 "


" 나도 보고싶어 "



하지만 우리가 살고있는곳은 부산.

부산눈.PNG



눈이뭔가요?


눈이 왕따시키는 도시.

눈이 내리지않는도시.

약간의 눈이 내리면 모든 도로가 마비되어버리는 도시.

눈이 굉장히 미세하게 쌓여서 약간이라도 바닥이 하얗게되면 모두가 뛰쳐냐와 행복하게 눈을 만끽하는도시.

그곳은 부산.



그랬다. 눈을 보기위해서는 결국 최소 전라북도 또는 경상북도 까지는 올라가야한다. 하지만 가장 큰 애러사항이있었으니.. 아니 애러사항이라기보다는 나의 문제가 하나있었다.

바로 눈길 고속도로운전 경험이없다보니 선뜻 차를 몰고 윗지방으로 올라가기가 망설여졌다. 특히 도로위에 티가 잘나지않는 블랙아이스 같은 암살빙판이 우리를 노릴수있기에 솔직히 쫄려서 차를 가지고갈 용기가 나지않았다. 그러다 순간적으로 내머릿속을 스쳐지나간정보.


부산 - 강릉 동해선 기차


오호짤.PNG


그래. 굳이 차를 끌고 올라갈필요가없지.

기차를 타고 올라가면 되는것이였어 후후후.. 역시 난 천재야.

당장 기차표를 티켓팅하러 들어가볼까!


네이버로 기차표예매를 하러 들어가게되면 날짜와 시간표가나오게되는데 부산에서 강릉으로 가는 기차는 하루에 4번 운행을 하는 모양이다.

내가있는 위치에서 가장가까운역인 신해운대역을 기준으로 기차 시간표는 이렇다.


itx시간표.PNG
itx.PNG





시간표는 이런식으로 나와있고 어찌보면 가장 중요하다고할수있는 좌석배치인데

동해바다를 바로옆에서 보며 올라갈수있는 기차좌석은 CD다.

AB좌석은 그 반대편이므로 바다를 끼고 감상하며 올라가고자한다면 CD를 예약해서 가야한다.하지만 당시에 내가 예약하려고할때는 이미 CD좌석들은 전부매진이였고 AB좌석들만이 남아있어 어쩔수없이 AB좌석을 예매했다.

어쨌든 우린 새벽5:51분 기차를 예매했고 신해운대역으로 출발했다.

여행갈때 집에서 나와 도착한 기차역의 조용한새벽공기는 사람의 기분을 매우 몽글몽글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여행의 목적지에 도착해서노는것도좋지만 출발전의 기차역 또는 공항에서 주는 몽글몽글하고 간질간질한 기분을 너무 좋아한다. 덤으로 코로들어오는 새벽의 아스팔트냄새마저 좋다.

아이티엑스기차.PNG
기차칸.PNG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기차역에 도착했고 역시나 바람은 슝슝 불었고 공기는 차가웠다. 부산이 이런데 강릉은 얼마나 차가울까 기대하면서 신해운대역으로 들어오고있는 ITX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탈기차는 ITX1251기차의 1호실이다.

신해운대에서 강릉역까지 시간은 5시간조금 안되는 4시간 42분.

의자는 크게 불편하지않았다.

다만 준비하지못해 크게 아쉬웠던게 2가지가있었는데 다음에 또 기차를 탄다면 반드시 필참해야될물건 2개를 알려주려한다.


바로 이어플러그와 목베개 다.


아무래도 불특정다수가 타는 기차이다보니 시끄러운경우가 더러있다. 그래서 여행갈때 이웃을 잘마나는것도 여행의 복중 하나라고 할수있다. 다행히도 강릉으로 올라갈때는 다들 조용히 잠을 청하거나 이어폰을꼽고 노트북 또는 탭으로 미디어를 감상하며 올라가는분들이 많아서 기차가 달리며 생기는 바퀴마찰음의 투둥투둥 하는 소리를 자장가삼아 잠을 청할수있었지만 강릉에서 내려올때는 적당하니 약주를 마신 50에서 60대사이의 아주머니 아저씨 무리를 만나게됬고 그들은 매우 시끄러웠다. 그들역시 부산으로 여행가는 입장에서 설레이는 마음에 이야기를 하는것은 이해하지만 그 데시벨이 매우 높았다. 오죽했으면 역무원이 와서 경고를 여러차례 줄 정도.

그래서 반드시 4시간이상의 장거리 기차여행시엔 이어플러그와 목베게는 챙겨가는게 기차여행의 질을 좀더 높힐수있지않을까 생각해본다.




해운대에서 출발하면 울산을 넘어포항까지는 동해를 끼고 달리지않지만 포항이후부터는 바다를 끼고 본격적으로 달리기시작하는데 매우 절경이긴한데 아주잠깐봤을뿐 우린 제대로 그 절경을 눈에담을수없었다.

이미 우린 기차안에서 깊은 잠에 빠져있었기때문이다.


젠장..

그래도 정동진에 도착했을때 후다닥 찍긴했다.

정동진1.PNG
정동진2.PNG



하하하....하..

진짜 아름다웠는데 그아름다움을 내카메라에 담지 못했다.





기차안에서 푹 자고 개운하게 일어나서 강릉역에서 내렸다.

우리의 첫번째 목적인 눈을 보러 강릉으로 올라왔으나 그곳엔 따뜻한 햇빛만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사실 내심 알고는있었다.

일기예보를 봤을때 강릉은 계속 맑기만 했기때문이다. 게다가 그날은 부산보다 강릉이 더 따뜻했다.

하지만 강릉으로 출발하기 이틀전에 분명 눈이내렸다는 뉴스를 봤기때문에 아직 포기하긴일렀다.


강릉역2.PNG




기차를 예매하면서 렌트카로 모닝도 같이 예약을 했었다. 눈이 많이 내리는 도시라서 그런지 도로 컨디션은 매우좋았다.

예약한 모닝을 이끌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가까운 강릉 중앙시장으로 향했다.


강릉중앙시장.PNG
장칼국수.PNG



나도그렇고 와이프인경아도 그렇고 여행을 하는것에있어서 딱히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진않는다. 막상 중앙시장에 도착하긴했는데 뭘먹을까 고민하며 조금 걸어들어가보니 사람들이 줄을 서고있는 집이있었다.

양쪽으로 장칼국수를 하는 곳 이였는데. 그래도 사람들이 줄을 서는데에는 이유가있겠거니 싶기도했고 강릉은 장칼국수로 또 유명하니 우리도 기다려서 한번먹어보았다.

사실 뭐가 다른지 잘모르겠다. 그냥 흔한 시장칼국수다. 위생역시 그리 좋아보이진않았다. 그렇다고 맛이없느냐? 희안하게 그건또아니다. 맛있다.

양이 적은가? 양도 푸짐하다면 푸짐한편이다. 하지만 김치는 배추김치가아니고 양배추김치고 식탁은 사람많을때에는 무조건 합석이다. 우리에게 선택지는없다. 그냥 합석이다.

사진으로 보면 그릇바로앞에 숟가락이 놓여져있는데 저건 일행숟가락이아닌 전혀 다른사람의 숟가락이다. 하지만 많은사람은 이걸 굳이 문제삼지않는다. 그렇다. 왜문제삼지않을까?


그렇다.

이 장칼국수의 가격은 3000원.


삼천원으로 시원한 칼국수 한그릇먹을수있는것이다. 가격에 모든게 용서가되어버린다. 삼천원가지고 칼국수 한그릇 시원하게 먹을수있는곳이있다면 그곳이 맛집이다. 만약 저 장칼국수가 팔천원이상이라면? 글쎄..정말 별로인곳이다. 딱 그정도다.

삼천원내고 정말 효율좋고 간단하게 먹어보느냐 아니면 그래도 난 위생적인곳이 좋고 합석은 싫어 라고한다면 다른곳으로 가는게 좋은선택이라 할수있다. 맛은 진짜 흔한시장칼국수랑 큰 차이없다. 하지만 그게 3000원. 정말 가성비 원톱칼국수이니 판단은 각자 하면될듯하다.


어쨌든, 장칼국수로 급한불을 끄고 조금더 걸어들어가 닭염통꼬지가 있길래 궁금한 마음에 먹어보았는데 뭐 그냥저냥이였다. 소금이있었으면 더 맛있게 먹었을텐데 라는 아쉬움위 남았다. 짠맛에 길들여져있는 부산놈이라서 대부분의음식이 슴슴하게 느껴지는건 어쩔수없나보다. 그래도 시장이 반찬이라고 맛있게 잘먹었다.


장칼국수와 닭염통을 먹어주고 든든한배를 퉁퉁튕기면서 모닝에 시동을걸고 눈을 보기위한 목적지인 삼양목장이있는 대관령으로 향했다.


중앙시장기준으로 삼양목장까진 대략 40분에서 50분사이정도 걸렸다. 신혼여행때 강원도에 오긴했지만 다시온 겨울의 강원도는 그느낌이좋았다.

대관령에 진입하고 해발고도고 높아지다보니 드디어. 드디어!! 아직녹지않은 눈들이 보였다. 아이좋아.






삼양목장.PNG



헤헤.. 저기 조금씩 쌓여있는 눈만봐도 기분이가 좋다.

진짜 왕창 내렸을때 한번더 기차타고 올라가려고 경아랑 다짐을해본다. 이제 우리의 목적은 이뤘다.

위로올라가서 눈보기.

그래도 삼양목장왔으니 양이랑 타조도 한번봐주고 라면도 한번 먹어줘야 예의가 아니겠는가

타조.PNG
양.PNG
삼양라면.PNG


야무지게 삼양라면까지 먹어줬다.

역시 라면은 밖에서먹어야 제맛이다. 초기목적인 눈도 봤겠다 대관령경치도 봤겠다. 이제 우리 여행은 다끝났다.

다시 대관령에서 강릉역으로 천천히 자연을 만끽하며 돌아갔다. 사실 조금 아쉬울까봐 다음날 새벽기차로 부산에 내려가려고 기차를 예매했고 숙소도 잡아뒀다.

하지만 강릉역에 도착하는순간 깨달았다.


'힘들다..'



그렇다. 여행도 체력이있어야한다. 이미 비루해진 우리의 체력은 다음스케줄을 허용하지않았고 그냥 이대로 숙소가서 좀 자다가 새벽기차타고 부산으로 내려오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배는고프니 강릉역근처에 맛집이뭐있나 찾아보았고 탕수육으로 유명한곳이있다고해서 그곳에서 포장해서 숙소에서 맥주랑 먹기로하고 탕수육을 두개 시켜서 포장해왔다.


탕슉.PNG



하.... 누가여기 맛있다고 했는가..


김치 치즈 가 섞인 탕수육은 토사물마냥 비주얼도 맛도 최악이였다.게다가 김치가 들어간 빨간 비주얼인데도 굉장히 느끼했다. 그리고 다른 탕수육은 그냥 대놓고 이것이 바로 극강의 느끼함이다. 라고 말이라도하듯 최고의 느끼함을 자랑했다. 두개다 몇조각먹고 기분이 팍 상했다.

입베려서 다른음식조차 먹기싫어지는 그런맛이였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입엔 정말 맛있었기에 유명해졌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날 요리하시는분의 컨디션이 좋지않았거나 레시피가 틀리게 나왔을수도있다. 어찌됬던 컨디션이 안좋은 음식이 우리입으로 들어왔고 매우 불쾌했다.

조용히 경아랑 숙소에서나와걸었다.

둘다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가만히 앉아있을수없는맛이였다. 빨리 움직여서 소화를 이 불쾌함을 없애버리고싶었다.

그렇게 하염없이 걸었다. 강릉역에서 홈플러스도가보고 좀더 걸어가니 중앙시장이나왔다. 그렇게 밤에 중앙시장 한번 쉭 둘러보고 다시 돌아서 가는찰나 멀리서 김밥집이하나보였다.

걷기도 적당히걸었고 이 느끼함과 불쾌한기분을 한국소울푸드 김밥과 찌개로 날려버리고싶었다. 우린 고민없이 바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구세주를 만났다.

매운돈까스김밥.PNG
김치찌개.PNG



매운돈까스김밥과 참치김치찌개를 시켰고 찌개를 한숟가락 딱 떠먹는그순간 익숙한MSG와 김치 그리고 고추가 풀어내는 칼칼함이 목구멍을 지나 식도를타고 내려가는데 그냥 내려가는게아니라 느끼함을 아주그냥 싹 끌고가면서 시원하게 청소해주는 데 절로 '키야~' 라는 소리가 나왔다.


매운돈까스김밥은 마요네즈가 들어가있어서 안그래도 느끼한걸 먹고온 우리에게 조금 힘들긴했지만 말그대로 확 매웠고 게다가 든든한 지원군인 찌개가있었기에 나이스했다. 만약 토사물탕수육을 경험하지않고 여기로왔다면 매운돈까스를 정말 맛있게 먹었을것이다.

이미 느끼함의절정과 최악을 먹고난뒤라서 그 효과로 이집이 엄청나게 선녀같이 보였을지도 모르겠지만말이다. 게다가 우리가 땀을 뻘뻘흘리면서 먹고있으니 사장님께서 많이 맵냐고 식혜까지주면서 우리마음에 홈런을 쳐버리셨다. 사장님 사랑합니다. 강릉을 또 가게 된다면 반드시 또 먹을겁니다.

역시 유명한거 다필요없다. 아는맛이 최고다.

기분좋게 배속을 리프레시 하고 숙소로 돌아와 새벽알람을 맞춰두고 기분좋게 잠을 청했다.





부빈눈을 비비고 일어나 강릉역으로 걸어갔다.

새벽5시의 강릉역은 아름다웠다.

강릉역.PNG




새벽기차안에서 달콤한 눈을 붙히며 부산으로 향했다.



비록 떨어지는 눈은 느끼지못했지만 대관령에서 아직은 녹지않고 자연과 어우러져 자신을 뽐내고있는 눈을 보았고 신호가없는 횡단보도에서 서있으면 항상 먼저 차를 세워서 보행자를 기다려주는 운전자들을 많이보았다. 그리고 위생이니 합석이니 해도 단돈 3천원으로 뜨끈한 칼국수를 먹을수있는곳이있음에 감사했다.

유명하다고해서 가서 사온 음식은 정말 맛이없었고 심지어 기분까지나빴지만 그 기분때문에 밖으로 나가게됬고 그결과 강릉의 조용한 공기좋은 밤거리를 거닐수있었고 의외의곳에서 정말 좋으신 사장님과 맛있는 찌개를 먹을수있었다.

나쁜일은 항상 좋은일을 어딘가에 숨겨서 같이 데리고다니는거같다. 나에게 나쁜일이왔을때 주저앉지말고 움직인다면 좋은일은 움직이는자에게 자연스럽게 찾아오는거같다.

이래나저래나 신혼여행에서도 강원도를 찾고 강릉을 찾았지만 매번 강원도와 강릉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분을 선사해주는거같다.

우리커플에겐 애증의 도시 강릉. 웃기게도 또 기차타고 올라가서 놀고싶은도시인건 확실한거같다.


- Fin -



.

.

.

.


"오빠, 그래도 내리는 눈은 한번 맞아봐야하지않겠어? "



......아무래도 강원도 일기예보를 계속 주시해야겠다.




금요일 연재
이전 03화쉽지 않네 쉽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