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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리테일 Jul 22. 2015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 나는 이제 좀 행복해져야겠다>


#018




당신과

나사이

2.5그램




018번째 2.5그램



어떤 때는 너무 차가워서

주위를 다 얼려버릴 듯.

얼음송곳처럼 뾰족해서

여기저기 아프게 찌르고.


어떤 때는 너무 뜨거워서

이것 저것 다 태워버리고.

가슴에 검게 탄 잿가루를

숨 막히게 뿌려대고.




+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면서

어느 정도 온도조절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중간 정도 되는 곳에 스윽 자리를 잡고

'내가 기술이 이만큼 늘었어'

하면서 잘난 척 하기도 합니다.


어떤 곳도 찌르지 않고

어떤 곳도 태우지 않아

하하하!


미지근한 내가 됩니다.

안전한 곳에서

안전한 내가 살아요.


이리로 가지도 않고

저리로 가지도 않아요.

새로운 것을 하지도 않고

예전 것도 돌아보지 않아요.

미지근한 물에 들어앉아

더 이상 팔을 휘젓지 않습니다.


차가움과 뜨거움 사이

나는 미지근한 그곳에서

시원함도 잃고

따뜻함도 잊고

어중간한 온도로 살아가요.






+

그 적당한, 중간의 숲에서

난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미지근한 물은 그만 마시고  싶어졌어요.

머리가 띵할 정도로 차가운 것을 마시고   싶어졌어요.

가슴에 불이 날 정도로 뜨거운 것을 삼키고   싶어졌습니다.


내 안에서

불도 질러보고

커다란 얼음 폭풍도 일으키고  싶어졌어요.


어느 곳이 든

너무 오래 머물면

안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너무 뜨겁기만 해도

너무 차갑기만 해도

그냥 중간에 머물기만 하는 일도

모두 나를 행복에서 멀어지게 합니다.


뜨거운 곳에 가서 꿈도 덮이고

차가운 곳에 가서 정신도 깨우고

가끔 적당한 온도의 숲에 누워

한가롭게 쉬기도 해야

행복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온도를 조절하는 사람이 되기보다

온도 사이를 넘나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 나는 이제 좀 행복해져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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