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불안하지만, 인정하기 싫어요

등교가 어려운 아이들 4(마음이 아파요 2)

by 친절한 상담쌤

치료와 상담 사이에서 성장한 아이들


때론 사람들은 상담을 받는 것은 위로나 지지를 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간혹 부모님들이 “아이가 이러저러해서 힘드니 불러서 위로해 주세요”라고 전화하시기도 합니다. 물론 학생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상담교사에게 하면서 마음이 안정되기도 하고 이해받는 느낌으로 위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원래 상담은 학생이 경험하는 어려움을 해결하거나 완화하기 위해서 상담교사와 학생이 대화를 통해서 이해, 통찰, 행동 변화를 추구하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은 생각보다 어려워서 학생이 어느 정도 상담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래서 저는 치료와 상담을 동시에 권유하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서 치료를 해서 조금 나아진 후에 상담을 병행하자고 권유하기도 합니다.


민수는 햇살처럼 환하게 웃는 학생이었습니다. “불안해서 잠을 잘 수 없어요”, “잠이 들면 누군가 우리 가족을 해치러 올 것 같아요”라고 말하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지었습니다. 행동과 언어의 불일치에 대해서 질문하자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지 말라고 하셔서 언제나 웃는 얼굴을 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치료가 시급하다는 생각에 바로 학부모 상담을 진행했고, 병원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민수는 상담을 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면 불안했던 마음이 편해진다고 했습니다. 여태까지 부모님께 어려움을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별 관심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상담교사가 깊이 있게 들어주고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니 위로가 된다고 했습니다.


민수는 교실에 앉아있는 것이 무섭고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점점 등교를 하지 못했습니다. 하루 종일 집에서 누워있는 민수가 걱정되었습니다. 민수의 부모님께 마음 바우처를 이용해서 집 근처 상담센터에서 일주일에 한 번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안내했습니다. 마음 바우처는 정신건강 위기 학생을 대상으로 병원 치료비를 지원하거나(실손형). 상담 기관을 연계(연계형)해주는 제도입니다. 학교 위클래스에서 각 시의 교육청 위센터로 의뢰를 합니다. 민수는 학교에 오지 못해도 상담센터에서 꾸준하게 상담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지민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새 학기가 되면 틱 증상이 심해져서 잠깐씩 약물치료를 받아왔습니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학교에 입학한 이후부터 지민이는 점점 등교하기 힘들어졌습니다. 특히 싫어하는 과목이 있는 날이면 결석을 하거나 그 시간에 위클래스에서 상담을 받고 싶어 했습니다. 지민이에게 의사 선생님께 등교가 어려운 것을 말하고 치료를 받아보자고 말했지만 지민이는 자신이 게을러서 학교에 오기 싫은 것이라고 치료를 거부했습니다.


일 년 정도 가끔 등교를 해서 상담을 이어가던 지민이는 어느 순간 “그동안 제기 불안하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요”라고 말하고 스스로 병원에 가서 약물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약물치료를 하기 시작한 후 민수에게 마음투자사업을 신청해 외부 상담을 받도록 했습니다. 마음투자사업은 우울·불안 등 정서적 어려움이 있는 국민에게 대화 기반의 전문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학교의 위클래스 작성한 의뢰서를 가지고 거주지 행정복지센터에 신청합니다. 치료와 상담을 병행하니 지민이의 출결은 빠르게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해 새 학기부터는 위클래스의 도움 없이 학교생활을 잘 해냈습니다.


병원 치료와 상담을 병행한다는 것은 아이에게도 부모님에게도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그 방법 외에 방법이 없을 때도 있습니다. 치료와 상담을 권유했을 때 부모님이 “사춘기라서 일시적으로 그런 것이 아닐까요”, 혹은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좋아지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을 하시기도 합니다. 물론 그런 상황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경우라면 상담교사가 부모님께 연락하여 치료과 상담을 권유하지 않습니다. 민수와 지민이 부모님은 교사의 조언에 따라 그 힘든 길을 아이의 손을 잡고 묵묵히 걸어가셨습니다. 어려운 길을 함께 걸어주시는 부모님 덕분에 아이들은 오늘도 한 걸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일러두기

이 글의 사례는 개인의 사례가 아니며 청소년들의 보편적인 상황들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일부 설정은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사진 출처 : Pixabay


keyword
이전 09화등교는 싫지만 졸업은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