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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는 싫지만 졸업은 하고 싶어요

등교가 어려운 아이들 4 (마음이 아파요 1)

by 친절한 상담쌤

상담교사마다 학교 상담의 역할에 대한 생각이 다릅니다. 정해진 매뉴얼 없이 각자 지역과 학교의 상황을 반영해서 상담을 하기 때문입니다. 5월 한 달 동안 실습을 했던 교생선생님이 제게 남긴 말이 아직도 기억이 남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대학병원과 같은 체계적인 환경에서 상담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그런데 선생님은 야전병원에 계시네요. 가진 것이 붕대와 소독약뿐인 열악한 환경에서도 상담을 해내시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 말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저 역시도 처음 학교에서 상담을 시작하면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현장은 학교에서 배운 것과 너무나 달랐습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제가 학교 상담교사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상담계획을 세우는 일입니다. 상담계획이란 학생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어떻게 사용할지 계획을 세우는 것을 말합니다. 저는 학생들을 도울 방법을 다섯 가지로 구분합니다. 학생의 상황에 따라 병원 치료, 병원 치료와 상담을 동시에 진행, 먼저 병원 치료를 받고 그 후에 상담, 외부 상담, 학교 상담을 하자고 권유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분류를 위해 먼저 학생과 학부모의 동의를 얻습니다. 보통 학생과 다섯 번 정도 상담을 진행하면서 MMPI-A, SCT, JTCI 같은 심리검사를 통해 학생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합니다. 이후 검사결과를 바탕으로 학생과 학부모에서 상담 소견과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필요에 따라 치료나 상담을 받기 위해 의뢰서를 써 주거나, 신청할 수 있는 지원사업도 안내합니다.


이음병원으로 간 아이


현서는 “우울해서 학교에 가기 힘들다”며 상담실을 찾았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친구들과 갈등을 경험한 이후부터 줄곧 우울감을 느껴왔다고 말했습니다. 상담과 검사결과 현서는 병원 치료가 시급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부모님도 현서가 등교 거부를 하기 시작하자 문제의 심각함을 인지하셨습니다. 학부모 상담 후 바로 병원 치료가 시작되었습니다.


치료를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담임교사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왔습니다. 연휴 동안 현서가 집에서 심각한 자해를 했고, 놀라신 부모님이 급히 가까운 대학병원에 데려가 병원에 입원시켰다는 것입니다. 자해와 타해의 위험이 있을 경우에는 입원 치료가 가장 안전한 선택입니다.


퇴원 후에도 현서는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이었고, 등교를 어려워했습니다. 담당 의사는 장애등급을 받은 학생들이 공부하는 열린반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학교를 다녀보라고 권유하셨습니다. 그런데 현서는 열린반 수업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부모님께 전문적인 치료와 교육을 받으면서 학교 출석이 인정될 수 있는 이음병원을 안내했습니다. 이음병원은 경기도에 있는 병원형 위센터입니다. 경기도에 있는 중·고등학교 재학 중에 심리·정서적 어려움으로 상담·치료 및 대안교육이 필요한 학생이 지원가능합니다. 병원형 위센터는 성남(도담도담), 의정부(룰루랄라), 용인(이음), 안산(푸른 마음), 부천(피노키오)에 있습니다. 병원형 위센터에 입소를 하면 치료비 지원도 받을 수 있습니다. 통원형과 입원형에 따라 지원 범위가 다르며, 담당 병원의 원무과에 전화하면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학부모님의 동의로 이음병원에 현서의 입소를 신청했습니다. 현서는 본교 학적은 유지한 채 매일 이음 병원으로 통학하여 치료, 상담, 학업을 병행했습니다. 현서는 이음 병원에 잘 적응하여 무사히 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아이 아픈 것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지, 학교를 다니는 것이 뭐가 중요하냐”라고 말합니다. 물론 치료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나 단기간에 완치될 수 없는 경우에는 오래된 학습 공백은 아이에게 또 다른 고통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또래 친구들과 함께 학교를 졸업하지 못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큰 상실도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병원형 위센터의 존재는 너무나 고맙고 소중합니다. 지금도 입소를 기다리며 대기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더 많은 병원형 위센터가 생겨서 필요한 학생들이 제때 도움을 바로 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일러두기

이 글의 사례는 개인의 사례가 아니며 청소년들의 보편적인 상황들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일부 설정은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사진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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