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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계속 사랑해주세요

등교가 어려운 아이들4(마음이 아파요3)

by 친절한 상담쌤

상담을 통해 길을 찾아가는 아이


윤미는 담임교사의 의뢰로 상담실에 왔습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조퇴를 희망하고, 결석하는 날이 많은 학생이었습니다. 상담 초기에 윤미는 “절친이 생겨서 이제 상담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며 한껏 들뜬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몇 일 후 그 친구가 쉬는 시간에 자신의 자리로 와서 말을 걸지 않았다고 분노했습니다. 윤미의 감정은 변화가 크고 강했습니다. 담임교사를 ‘최고의 선생님’이라고 찬사를 했다가, 몇 일 지나지 않아 ‘내가 등교를 못하는 것은 담임교사 때문’이라고 비난을 퍼붓기도 했습니다. 분노의 감정이 생기면 바로 조퇴를 하고, 이후 몇 일간은 등교를 하지 못했습니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윤미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경계선 성격 특성을 떠올렸습니다. [가까운 사람이 경계성 성격장애일 때]에서 우도 라우흐플라이슈는 “경계성 성격장애 환자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현실과 다른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것은 현실을 왜곡하여 곤란한 상황을 모면하거나 남에게 책임을 씌우려는 보통의 거짓말일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윤미도 학교에서의 상황을 부모님께 사실과 다르게 전달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윤미 부모님도 윤미의 등교 거부는 다른 학생들과 교사의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여러 번의 상담을 통해서 부모님도 점차 윤미의 심리적 특성과 어려움을 이해하게 되었고, 외부 상담의 필요성에 동의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석정호 교수는 [퍼플 인 세브란스]에서 “경계선 성격장애에 효과적인 약물치료는 없으며,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정신 치료이다. 1년 이상의 매주 집중적인 정신 치료를 받게 될 때 성격의 변화가 일어난다고 보고 있다”고 말합니다.


윤미에게는 장기적인 상담이 필요했습니다. 이를 돕기 위해 저는 부모님께 ‘우리 아이 심리지원 서비스’를 안내했습니다. 이 서비스는 18세 이하의 아동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정부에서 지원하는 심리지원 서비스입니다. 전문상담교사의 소견서를 가지고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신청할 수 있습니다. 상담비의 일부가 지원되어, 장기간 외부 상담을 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윤미는 상담을 받으면서도, 조금이라도 신경이 거슬리는 일이 있으면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조퇴를 하거나 결석을 했습니다. 부모님은 반복되는 상황에 점점 지쳐갔습니다. 윤미가 보이는 극단적인 정서적 불안정성은 부모님에게 불안감과 무력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만족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모습에 절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럴때마다 저는 윤미의 부모님의 아픈 마음을 다독이고 지지했습니다. 윤미가 보이는 행동은 너무 괴로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고의가 아님을 강조했습니다.


윤미처럼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관계속에서 반복적으로 상처를 주고받는 아이는 가족이 지치지 않고 꾸준하게 곁에서 사랑을 표현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윤미는 상담과 가족들의 사랑 덕분에 조금씩 감정의 불안정성을 극복하는 길을 찾아갔습니다.


일러두기

이 글의 사례는 개인의 사례가 아니며 청소년들의 보편적인 상황들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일부 설정은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사진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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