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29개월)
2005.7.13
오늘 처음으로 한글선생님이 오셔서 교육을 받았다. 00 이가 교재랑 단어 카드 등에 무척 흥미를 보였다. 매일 복습해 주는 것이 중요한데 잘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2005.7.14
00 이가 요즘 그네와 사랑에 빠져다. 말리지 않으면 쉬지 않고 한 시간 동안 그네를 탄다. 실컷 타라고 실내용 그네를 준비해주려고 한다. 그네가 도착하면 00 이가 무척 기뻐할 것 같다.
2005.7.15
낮잠시에도 방수요를 이용해서 배변훈련을 계속하고 있다. 배변을 잘 가리니 무척 신기하다. 저녁에 그네를 타러 나가면 1-2시간 쉬지 않고 잘 논다. 요즘은 엄마를 좀 많이 찾고 어리광을 부리는 경향이 있다.
2005.7.18
이제는 '쉬'라고 말하지 않고 변기에 가서 소변을 보는 경우가 많고 실수도 하지 않는다. 내가 반말로 이야기해도 00 이는 존댓말로 이야기해서 대견하다. 본인이 잘 이야기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보인다.
2005.7.19
어제저녁부터 열이 나기 시작해서 39-40도를 넘나들었다. 아픈데도 잘 잤고, 잘 놀았다. 당분간 먹는 양이 많이 줄어들 테지만 수분섭취에만 신경 쓰려고 한다.
2005.7.20
체온은 내려갔는데 고형식을 별로 먹으려 하지 않는다. 당분간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의사 선생님께서 다른 아이보다 편도선이 크다고 하신다. 열이 내려 내일쯤 소변검사를 하려고 한다.
2005.7.21
평소 머리감기를 무척 싫어하는데 오늘은 너무 더웠는지 머리를 감겨주니 '시원해'라면서 좋아했다. 고형식을 조금씩 먹기는 하지만 아직 두유에 의존하고 있다. 수분섭취량이 많아도 배변 조절에는 지장이 없다. 벌써 이렇게 컸나 싶다.
2005.7.22
아침에 일어나서 기저귀를 벗겨 달라고 하더니 변기에 쉬하러 갔다. 밤동안 기저귀에 쉬를 안 했다. 놀라웠다. 스스로 기저귀를 안 하려는 노력을 하는 듯 착각이 들 정도이다.
2005.7.25
식욕이 많이 돌아와서 하루에 세끼를 먹기 시작했다. 두유량은 많이 줄었다. 이제 외출해서도 변기에 '쉬'하려고 해서 기저귀를 안 채우고 나간다. 야채를 너무 안 먹어서 대변볼 때 무척 힘들어하고 울어서 안쓰럽다.
2005.7.26
밥보다 면을 먹으려고 하고 야채, 과일은 잘 먹지 않아 유산균 요구르트를 먹이고 있다. 두배로 한글교재로 매일 학습을 했더니 처음에는 읽지 못했던 느낌글자(눈, 코, 입, 빵)를 읽기 시작했다. 글자를 읽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2005.7.27
소변검사 결과가 이상 없게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 요즘은 낮잠시에도 소변을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외출 시 사용하려고 휴대용 변기도 주문했다. 휴대용 변기가 있으면 기저귀를 더 사용하지 않을 것 같다.
2005.7.28
미운 세 살이라고 하더니 요즘 00 이가 심술쟁이가 된 것 같다. 빨리 이 시기가 지나갔으면 좋겠다.
2005.7.29
00 이는 요즘 비디오시청에 푹 빠졌다. 너무 심하게 비디오를 좋아한다. 한글공부에도 열심히여서 인터넷 학습을 집중해서 잘한다. 1주에 익혀야 할 단어도 모두 마스터했다.
2005.8.3
계속 대변보는 것을 어려워한다. 어제는 나에게 안겨서 겨우 변을 보았다. 닥터캡슐을 사주었더니 캡슐느낌 때문에 안 마셨다. 플레인 요구르트라도 매일 먹이려고 노력 중이다.
2005.8.4
요즘 안아달라 업어달라 주문이 많다. 언어적 의사소통이 활발하고 스스로 형식에 맞추어 이야기하려고 노력한다. 비디오를 너무 좋아해서 EBS 한글교육 프로그램을 녹화해서 한글비디오를 만들어주려고 한다.
2005.8.8
요구르트를 열심히 먹어서인지 요즘 대변보는 것이 조금 수월해진 것 같다. 주말에 스티커 붙이기를 열심히 했다.
2005.8.9
안 되는 행동을 할 때는 단호하게 혼을 내주고 있다.
2005.8.11
쾌변 요구르트 덕분에 변비가 해결되었다. 하루에 한 개씩만 먹이려 한다. 두 개를 먹으니 설사를 한다. 00 이가 원해서 두유를 유기농 아기랑 콩이랑으로 바꾸었다. 선호가 뚜렷해지는 시기인 것 같다.
2005.8.12
큰소리로 울어도 엄하게 훈육하고 있다. 주장이 강한 편이라서 단호하게 대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이때 내가 욕심을 부렸던 것 같다. 굳이 한글교육을 학습지로 시작해야 했을까? 그냥 무언가를 시켜주고 싶은 엄마의 욕심이 아니었을까 한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그래도 00 이는 새로운 선생님이 오셔서 자기를 가르쳐주시는 것을 좋아했었다. 지금은 1대 1 교습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때는 관심받는 것을 즐기는 아이였다. 변비로 고생하던 00 이의 얼굴이 아직도 생각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아이를 안아주고 변비에 좋은 음식을 먹이는 것뿐이었다. 순한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육아일기를 보니 훈육의 순간들이 꽤 있다. 기억은 왜곡되기 쉬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