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37개월)
2006.3.13
주말에 수지도서관에 다녀왔다. 00 이는 아직 도서관보다는 행동이 좀 더 자유로운 서점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책 읽을 생각은 안 하고 실컷 책구경만 했다.
2006.3.14
어려워하는 공룡퍼즐을 척척 맞춘다. 그래서 좀 더 난이도 있는 교통기관 퍼즐을 꺼내주었더니 약간의 도움을 받아 맞추고 재미있게 한다. 어제는 엄마의 전화통화가 길어지는 것에 심술이 나서 피아노에 퍼즐을 집어넣어 버리고 놀라서 울었다. 본인도 겁이 났는지 '아빠가 꺼내주실 거야'라고 하면서 울었다.
2006.3.15
때로는 집안에서의 활동만으로 만족을 하지만 밖에 나가 활동하고픈 욕구가 요즘 많은 것 같다. 실내놀이터라도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요즘은 안 읽던 미네르바 책도 제목을 외워서 말하고 읽어달라고도 한다. 책을 골고루 보는 모습이 엄마로서는 좋다.
2006.3.16
00 이의 색칠능력이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다. 개구리를 색칠하면서 스스로 몸통과 얼굴은 초록색, 입안은 빨간색으로 칠했다. 관습색을 사용하는 것도 부분 부분 다른 색을 사용해서 칠하는 것도 모두 갑자기 나타난 행동이어서 놀라웠다. 선긋기도 무척 잘한다. 연필 같은 색연필을 사주었더니 스스로 정리해 가며 잘 사용한다.
2006.3.17
정리하는 습관, 바르게 앉아서 밥 먹기 등 기본생활 습관이 어느 정도 확립되어 꾸준하게 하도록 신경 쓰고 있다. 공공장소에서의 예절을 익히게 하기 위해서 일부러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기도 한다. 요즘에는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 도와주면 화를 내기도 한다.
2006.3.20
주말에 율동공원에 가서 자전거도 타고, 서점에 가서 책구경도 했다. 줄 긋기, 퍼즐도 했다. 요즘 줄 긋기에 새롭게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연필 깎기를 사주었다. 개구리 모양 연필 깎기라서 '개구리'라고 하면서 좋아한다.
2006.3.21
주문한 자전거와 헬멧이 도착해서 00 이가 헬멧 착용하고 자전거를 타 보았다. 엄마 일이 늦게 끝나서 오래 타보지 못해서 무척 아쉬웠다. 하루 종일 퍼즐을 한다고 방안에만 있어 조금은 걱정스러운 요즘이다.
2006.3.22
저녁에 종합장에 선긋기 연습을 했다. 00 이가 가로선, 세로선, 사선 등을 척척 그려내어 좀 놀랐다. 색칠공부도 하고 선긋기도 하고 도장 찍기도 하면서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냈다. 공룡퍼즐도 잘 맞추는데 이제는 공룡의 이름에도 관심을 보이고 묻는다.
2006.3.23
오랜만에 00 이와 미장원에 갔다. 00 이가 차분하게 미용사의 지시에 잘 따라서 빨리 자를 수 있었다. 머리를 묶으면 더 좋겠지만 묶고 싶어 하지 않으니 자를 수밖에 없어서 안타깝다. 머리를 자르고 기분 좋아하는 00 이를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아마 00 이는 엄마와의 낮외출이 더 즐거운 것일 테지만.
2006.3.24
00 이가 매일 잠꼬대를 하고 운다. 친구들을 무척 좋아하지만 매일 친구와 나누어야 하는 것이 힘든지 '내 거야'를 외치는 00 이의 외침이 절절하다. 00 이가 잘 견뎌낼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것 같다.
2006.3.27
00 이가 선긋기에 이어서 색종이 붙이기에 관심을 보인다. 풀칠을 하고 색종이를 하나씩 가지런히 붙이는 모습을 보인다. 색종이 붙이기가 좀 더 능숙해지면 패턴을 알려주려고 한다. 요즘은 종합장으로 공부를 많이 하는 것 같다.
2006.3.28
00 이가 한 가지 활동을 좀 오랫동안 하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조금 산만해진 것 같다. 책도 보지 않아서 조금은 걱정스럽다. 아마 다른 활동에 관심이 많은 탓인 것 같다. 엄마만 찾다가 오랜만에 친구들과 활동하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
2006.3.29
영어수업하고 나면 선생님과 했던 활동을 같이 해보고 싶어 한다. 그리고 오늘은 '쥐 한 마리'노래를 해달라고 했다. '야옹 노래하자'라고 해서 처음에는 쥐 한 마리 노래라고 생각을 못했다.
2006.3.30
요즘은 물놀이하는 재미에 설거지를 하겠다고 한다. 원할 때 물을 원하는 만큼 만져보게 했다. 집에 있는 모든 퍼즐을 척척 맞춘다. 이제 20피스 이상되는 퍼즐을 사주어야 할 것 같다.
2006.3.31
아직은 저녁바람이 차다. 00 이와 저녁산책을 잠깐 했다. 비행기 지나가는 것도 보고 돌과 바위도 만져보았다. 00 이는 해가진후에 밖에 나가기 때문에 '해'보다는 '달'과 '별'을 먼저 익혔다. 한글선생님 말씀으로는 다른 친구들은 '해'는 알아도 '달'은 잘 모른다고 한다. 역시 경험은 중요한 것 같다.
2006.4.3
주말에 00 이와 서점에도 가고 실내놀이터에도 다녀왔다. 00 이가 엄마와 주말에 노는 줄 알고 있어서 일을 하니까 울었다. 그래서 계속 놀아주었다. 이틀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 버렸다. 비가 내려서 밖에서 뛰어놀지 못해 아쉬웠다. 갑자기 LEARN TO READ에 관심을 보인다. 사줘야 할 것 같다.
2006.4.4
봄학기 영어수업에 사용할 교재가 오늘 도착했다. 00 이가 무척 큰 흥미를 보이는데 00 이의 욕구만큼 충분하게 읽어주지 못해서 아쉽다. 00 이가 블록으로 여러 가지를 만들고 그것이 무엇인지 설명해 주느라 바쁘다. 요즘은 못하는 말이 없다. 방금 달려와 '엄마 내가 사랑하는 거 알지?' 한다. 여우가 따로 없다.
2006.4.5
00 이가 크다, 작다라는 개념을 완벽하게 익혔다. 어떤 물건이든 크기비교를 즐기더니 식당에서 아빠랑 아이스크림 두 개를 퍼올 때 엄마 아이스크림이 좀 더 크자 바로 울상을 지으며 바꿔달라고 했다. 이제 길이 개념을 익혀주어야 할 것 같다.
2006.4.6
독서노트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매일 읽은 책을 적고 함께 한 활동이나 나눈 이야기를 간략하게 적는 건데 기록이 쌓이면 꽤 재미있을 것 같다. 매일 한 권씩 책을 읽어주려 의도적으로 노력도 할 것 같다. 요즘 00 이는 영어책에 푹 빠져 산다.
2006.4.7
어제 40피스 퍼즐을 구입했다. 20피스까지 맞춰본 터라 할 수 있을까 하면서 구입했는데 앉은자리에서 척척 맞추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다음에는 50-90피스 퍼즐을 사주어야 할 것 같다. 퍼즐을 잘 맞추어 엄마처럼 길치, 방향치가 아니길 소망해 본다.
2006.4.10
00 이가 신호등을 보기 시작해서 차를 타고 가면서도 신호를 보고 엄마에게 알려준다. 빨간불 초록불뿐 아니라 어제는 좌회전 표시도 보고 말했다. 쑥쑥 자라는 느낌이다.
2006.4.11
00 이와 수학적 개념(길이, 크기)을 조금씩 익혀가고 있다. 단순한 패턴도 척척 해낸다. 상위의 수학적 자극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가위로 색종이를 자르거나 풀로 붙이는 작업도 꽤 익숙하게 해내고 있다.
2006.4.12
어제 선물로 받은 찰흙놀이를 하느라고 무척 분주한 저녁이었다. 조물조물 찰흙을 만지기도 하고 여러 가지 모양을 찍어보기도 하고... 아직 찰흙놀이는 이른 줄 알았는데 00 이가 부쩍 큰걸 몰랐던 것 같다. 며칠 동안은 찰흙놀이에 빠져 지낼 것 같다.
지금은 여우보다는 곰 같은 딸인데 어릴 때는 여우 같은 모습도 보인 것 같다. "엄마 내가 사랑하는 거 알지?"라니... 지금은 이런 말은 우리 딸과 어울리지 않는 멘트이다. 그래도 이런 말을 들으면 참 행복할 것 같다. 육아일기가 없었다면 이렇게 소중한 순간을 잊어버리고 살 뻔했다. 이렇게 간단하게라고 적어두어서 참 다행이다.
오랜만에 집에 온 딸과 식사를 하면서 요즘 쓰고 있는 육아일기 내용을 이야기하면서 함께 웃었다. 자신이 자란 이야기를 아이도 좋아하는 것 같다. 기억은 못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