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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돈 벌어오세요

육아일기(41개월)

by 친절한 상담쌤

2006.7.13

밤에 놀이터에 갔는데도 후덥지근한 바람이 불었다. 오랜만에 놀이터에서 그네를 탔다. 발도 굴러보고 그네에 스스로 타려고도 해 보는 모습을 보니 정말 많이 컸다.


2006.7.14

밤에 여러 장 그림을 그려서 괴물과 사슴이 싸우고 있다는 등 장면 설명에 여념이 없다. 요즘 괴물이라는 존재를 흥미로워하는 것 같다. 공룡, 괴물 등 아이들이 모두 흥미를 느끼는 존재가 모두 동일한 것 같다.


2006.7.18

여름노래를 연휴 내내 불렀다. 중간 부분을 몰라 엄마에게 알려달라고 했다. [미꾸라지 뱀장어 송사리 떼 올챙이]를 몰라 고생했다. 4시간 동안 쉬지 않고 부르고 또 불렀다. 봄에 광주 갈 때는 [봄이 왔어요]만 불렀었는데 계절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듯하다.


2006.7.19

저녁에 가베 동영상을 보았더니 00 이도 가베를 가지고 와서 가베놀이를 했다. 가베수업을 들어서인지 제법 선생님 흉내를 내면서 논다. 2 가베를 가지고 끙끙대는 00 이의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2006.7.20

병원놀이를 한 사진을 보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아이들의 진지한 표정 하며 다양한 행동들이 너무너무 사랑스러웠다. 저녁에는 쇼핑놀이도 재미있게 했다. 역할놀이를 즐거워하는 것을 보니 정말 많이 큰 것 같다. 시장놀이를 하면서 천 원짜리 위폐를 '천 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2006.7.21

아빠와 며칠 동안 놀지 못해서 아빠를 많이 기다린다. 그래도 오늘은 오전에 잠깐 아빠와 산책을 해서 기분이 좋아했다. 통화를 하면 아빠냐고 묻고 아빠면 꼭 바꿔달라고 합니다. '아빠 돈 벌어오세요'라고 말해 박장대소하기도 한다.


2006.7.24

주말에 에버랜드에 가서 하루 종일 즐겁게 놀았다. 우비 입고 비도 신나게 맞고, 여러 가지 놀이기구도 너무 즐거워하면서 탔다. 참 많이 큰 것 같다. 연간회원권을 구입해서 자주 다녀올 생각이다.


2006.7.25

쇼핑놀이를 하면서 '이천 원입니다'하길래 '비싸요. 깎아주세요'했더니 잠심 생각한 후에 '백 원입니다'라고 했다. 한참을 웃었다. 00 이는 장사는 하면 안 될 것 같다.


2006.7.26

정육면체 노래를 알려주었더니 정육면체를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그런데 다른 도형이 나올 때마다 '노래 없어요?'라고 물어본다. 00 이는 노래로 익히는 것이 가장 쉬운가 보다


2006.7.27

억수로 쏟아지는 비를 비옷을 입고 맞으면서 즐거워했다. 비옷을 사서 정말 잘 활용을 하는 것 같다. 마음껏 밖에서 지내지 못하는 00 이가 안쓰럽다.


2006.7.28

저녁시간에 영어그림책을 여러 권 읽었다. 요즘은 Five Little Monkeys Jumping on the Bed에 빠져 있다. 읽고 또 읽는데도 무척 재미있어한다.


2006.7.31

며칠 동안 아빠도 너무 바쁘고 엄마도 몸이 안 좋아서 혼자서 놀았다. 주말마다 엄마와 신나게 놀러 다니다가 하루 종일 혼자서 놀려니 속이 많이 상한 모양이다. 무엇보다 엄마는 건강해야 할 것 같다.


2006.8.1

00 이가 친구들 이름을 통해 낱글자를 익혀가고 있다. 어제는 함께 그림책을 읽으며 안, 오, 이, 장 등 아는 글자를 찾아보았다. 꾸준하게 해보려고 한다. '못'을 '목'이라고 주장하는 등 나름대로 글자를 읽어보려고 시도하고 있다.


2006.8.2

요즘은 저녁시간에 영어 오디오 듣고, 그림책 읽으며 지낸다. 한동안 책을 안 읽더니 다시 흥미가 생긴 모양이다. 아는 동생들에게 책도 읽어주고 한 곳에 앉아 여러 책을 읽고 또 읽는 모습이 너무 흐뭇하다.


2006.8.3

00 이가 엘리베이터 타자마자 갑자기 문이 닫혀서 은이 혼자 2초 정도 엘리베이터에 있었다. 많이 놀라서 울었다.


2006.8.4

00 이가 저녁에 선생님과 함께 했던 활동을 복습하며 즐겁게 놀았다. 구입한 병원놀이세트가 배송되어 하루 종일 병원놀이를 하면서 즐거워해서 흐뭇하다. 쇼핑놀이 가지고 놀면서 천 원, 오천 원, 만원을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놀이지폐를 엄마에게 나누어 주면서 흐뭇해한다.


2006.8.7

주말에 실외에서 즐겁게 놀았다. 물총도 쏘면서 물놀이도 하고 친구들도 만났다. 하루 종일 돌아다니느라 엄마는 녹초가 되었지만 00 이는 무척 즐거워했다. 이번 휴가동안 00이랑 정말 재미있게 놀 생각이다.


2006.8.8

아빠와 탄천 수영장에 다녀와서 무척 신이 났다. 역시 아이들은 하루 종일 밖에서 뛰어놀아야 하는 것 같다. 피곤했는지 저녁에 나가자고 해도 거절하고 책을 몇 권 읽더니 일찍 곯아떨어졌다. 8월이 다 가기 전에 수영장 나들이를 더 하면 좋겠다.


2006.8.9

갑자기 그림 그리는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얼굴에 눈, 코, 입, 머리카락을 표현하고 안경까지 그린 후 아빠라고 하기도 하고 팔과 다리를 그려 넣기도 한다. 롯데백화점에서 '푸 그리기 대회'에 참석해서 푸뿐 아니라 모든 등장인물을 나름대로 열심히 그렸다.


2006.8.10

휴가기간 동안 매일매일 엄마랑 아빠랑 노는 것을 이상해했다. 준혁이랑 석준이가 보고 싶다고도 했다. 휴가가 끝나고 일상에 잘 복귀하는 00 이가 무척 대견하다.


저녁마다 아빠를 찾으며 아빠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아이에게 '아빠가 돈 벌어오느라고 일찍 올 수가 없다'라고 설명을 했던 것 같다. 그랬더니 어느 날. 아빠에게 전화가 오자 바꿔달라고 하더니 "아빠 돈 벌어오세요"라고 말해서 무척 웃었다. 이때 남편은 아이의 기다림을 어떻게 느끼고 있었을지 모르겠다.


육아일기를 옮겨 적으면서 이런 일이 있었나? 하는 생각도 한다. 사람의 기억은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정말 하나도 기억 안 나는 일도 있고, 적혀있는 글을 읽고 그와 관련된 일들이 더 생생하게 기억나기도 한다. 예전의 일기를 온라인으로 옮기는 작업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드는 일이기는 하지만 잊었던 소중한 기억들에 빙그레 웃는 일들이 있다. 그것만으로 이 작업이 의미 있다고 느낀다. 그리고 지금은 성인이 된 아이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많은 추억이 있어서 나는 아이가 독립해도 아이를 그리워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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