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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 Sep 27. 2023

[에세이] 소설, 이야기를 담는 그릇

‘나’라는 스토리텔러의 역사

 브런치에는 주로 에세이와 서평․비평을 올리지만, 본래 나의 주 종목은 소설이다. 다양한 장르의 글 중, 소설을 쓸 때가 가장 즐겁다. 언제부터 소설 쓰기를 즐기기 시작했을까. 소설가를 꿈꾼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부터 내 머릿속에는 이야기 가득했다. 그것을 담아낼 그릇을 찾아서 쏟아낼 필요가 있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소설을 쓴 것은 아니었다. 가장 먼저 사용했던 스토리텔링의 매개체는 ‘블록 장난감’이었다. 상상한 이야기에 맞추어 블록을 조립하고 가지고 놀았다. 그때의 관객은 나 자신이었다. 나의 이야기를 즐기는 사람은 나 하나였다.


 그로부터 나이가 조금 더 차서 초․중등 무렵에는 ‘졸라맨 만화’를 그렸다. 설정과 플롯 등의 미흡함이 분명 존재했었을 테지만, 학급 친구들에게는 꽤 인기가 있었다. 그때 처음, ‘내 이야기를 타인에게 전하는 즐거움’을 경험한 것 같다. 그래서 그러한 방향의 직업을 가져야겠다고 결심했었다. 하지만 만화를 계속 그리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림에 소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그림을 배울 의지는 없었기에 고민이 필요했다.


 그때 발견한 그릇이 소설이었다. 사실 그때까지는 반쪽짜리 그릇이었다. 그때의 나는 소설에 대해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소설은 만화에서 그림을 뺀, 즉 글만 쓰면 되니 만화를 그리는 것보다는 쉬우리라 여긴 것이었다.


 하지만 이후, 그림 없이 문장으로만 장면화하는 것은 수월하지 않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서술하기보다 보여주기 방식으로 스토리를 전달하는 소설 집필은 그림 그리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나는 문장력을 기를 필요를 느꼈다. 문장을 잘 쓰기 위해서는 글을 많이 써야 한다는 정보를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었기에, 그때부터 심심할 때마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 독후감, 에세이, 소설 등이었다. 하지만 혼자서 문장력을 키우기는 쉽지 않았다. 그때의 내게는 도움이 절실했다.


 그렇듯, 글쓰기를 비롯한 예술 활동을 위해서는 부모님의 지지는 필수적이었다. 그런 부분에서 약간의 걱정이 있었다. 글을 업으로 삼겠다는 아들의 말을 선뜻 반길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다행히도, 내 부모님은 그것을 지지해 주셨다. 지지와 지원, 그것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장소는 ‘글쓰기 학교’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그곳에 드나들며, 매주 한 편의, 영화와 책에 대한 글을 작성했고, 합평했으며, 퇴고했다. 그때만큼은 소설보다 비평․서평을 많이 작성한 것 같다.


 그렇게 몇 년간 숙달하다 보니, 스토리텔링을 넘어 글쓰기 자체의 매력을 즐기기 시작했고, 글의 문장은 점점 깔끔해져 갔다. 조금씩 수준이 늘어갔고, 그것에 비례해 글을 업으로 삼고 싶다는 욕망이 커져갔다.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되는 만화’라서가 아니라, 소설 그 자체로써 사랑하게 됐다.


 현재 나는 프로필과 다른 글에서 밝혔던 것처럼 모 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재학 중이다. 학업과 과제로 인해 ‘내 소설’을 쓸 시간은 부족하지만, 그 쪼개어진 시간을 사용해 조금씩 꿈을 이어 꾸고 있다. 그렇게 계속해 나아간다면, 이전부터 해왔듯 그렇게 소설을 써 간다면 언젠가 부끄럽지 않은 스토리텔링을 세상에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이 에세이를 쓰는 기점으로, 소설이라는 아름다운 그릇을 선택한 스토리텔러로서 책임과 의지를 다시 들여본다. 키보드를 타이핑하는 손끝에 맴도는 스토리텔링을 글에 녹여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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