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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마마 Jul 27. 2021

여름 방학의 시작

큰 아이 첫 학교생활의 1학기가 지나갔다. 코로나 팬데믹이 찾아온 지 2년째의 생활에서 다행히 매일매일 등교는 가능했다. 방학 1주일을 앞두고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등하면서 수도권 4단계 격상으로 인해 원격으로 돌아섰지만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했다. 올해 남편의 육아휴직 역시 신의 한 수였구나.


대한민국의 어수선함을 보여주는 듯, 학교에서 사용하는 어플도 가지각색, 모든 공지와 소통은 한 가지가 아닌 두 가지의 어플로 사용이 되었다. 매일의 과제 및 해야 할 일은 어플을 통해서 공지가 되었고, 놓치는 순간 책임감 없는 부모가 되는 것 같아 굉장히 신경 쓰이지만 하나하나 꼼꼼하게 보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육아에 대한 주도권을 남편에게 주었으니 믿고 맡기기로 했다. 못 미더워 하나하나 확인하는 상사 같은 모습보다 믿고 맡겨 자율성과 책임을 주는 방향이 결론적으로는 현명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단지, 정말 중요한 내용에 대해서 대화를 통해 한 번 더 확인했다. 서로 대화를 통해 놓치고 있던 부분을 일깨우고 어떻게 할지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마치 팀 내 프로젝트 진행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가끔 생각해보면 부모의 역할은 공통 프로젝트를 하는 팀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가 그렇게 접근한다면 조금 더 잘 해낼 수 있지 않을까?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해 고민하고 서로 의견을 조율하며 연말에는 한해의 육아에 대해 평가도 하고 내년의 계획을 세우기도 하면서 말이다.


1학기 동안 큰 아이와 남편은 정말 많은 시간을 보냈다. 초등학교 1학년은 점심을 먹고 12시나 1시 즈음 집에 온다. 태권도에 가는 1시간 30분(차량 탑승시간 포함)을 제외하면 나머지 시간은 아빠와 함께하는 것이다.

요즘에는 뜸하긴 하지만, 우린 아이들이 태어날 때부터 밴드에 아이들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가족들과 친척들이 볼 수 있도록 소규모로 운영되어 일상이나 여행 사진을 올리곤 한다. 가끔 회사에서 일하고 있으면 아이들이 바다에서 뛰어놀고 있는 사진이 올라온다. 아빠는 어린이집 다니는 작은 아이를 일찍 데리고 와 함께 바다에 갔던 것이다. 새우깡을 들고 있는 아이들을 갈매기가 떼를 지어 쫓아다니는 동영상을 보고 슬며시 웃었던 적이 있다. 내가 없는 시간을 아빠와 함께 보내는 아이들의 표정과 웃음이 나를 웃게 만들었다. 그렇게 엄마 몰래 그들만의 추억이 쌓인다.


아빠는 엄마보다 디지털 친화적이다. 아빠는 집에 패드를 이용해 아이들과 놀아줄 방법이 찾았나 보다. 우리 집 두 공주님들은 색칠하는 것,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을 디지털 세계로 들고 와 색칠 어플이나 그림 그리는 어플 등을 깔아 주곤 한다. 한글 어플을 통해 한글 쓰기 놀이도 한다. 우리 집 패드에는 참 다양한 아이들을 위한 어플이 깔려있다. 학교 과제를 위해 구입한 프린터는 아이들 색칠 도안을 뽑는데 토너를 다 써버렸다. 엄마는 해주지 못하는 것들이다. 아날로그를 사랑하는 엄마, 디지털 분야는 아빠의 몫이 되었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물놀이를 좋아했다. 하지만 신랑은 물놀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결혼하기 전에도 워터파크를 가거나 계곡을 가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물을 너무 좋아한다. 비 맞는 것도 좋아한다. 그들에게는 물의 감촉이나 현상이 모두 즐겁고 신기한 체험이다. 주로 물놀이는 내가 함께 했었는데, 아빠와 딸이 함께 있으면서 같이 물놀이하는 시간이 생겼다. 우리 집 옥상은 물놀이 터다. 날이 더워져 천막도 설치했다.


'XX(큰 아이 이름)야, 해먹 하나 있으면 정말 좋겠다.'


아빠가 아이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

그래. 당신이 원한다면, 우리 해먹 하나 구입하자. 아이들 돌보느라 고생이 많지? 해먹에 누워 편안한 시간 보내.


남편과 내가 생각한 1학년에 가장 중요한 것은 국어다. 글을 읽고 생각하고 말하고 그것을 글로 적어보고. 어휘량을 늘리는 것이 1학년의 목표다. 그래서 나와 남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책 읽는 것이다. 사실 남편은 책을 잘 못 읽어 준다. 아이들한테 책을 읽어 줄 때면 어김없이 래퍼가 된다. 세상 재미없는 리듬감 없는 랩이 시작된다. 아빠의 목표는 어서 빨리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어주는 것인 것 같다. 당연히 듣는 아이들도 재미가 없다. 그래서 주로 책을 읽어주는 담당은 엄마인 나이다. 이제 큰아이는 한글을 익혀 어느 정도 책을 읽을 수 있다. 아빠는 책을 읽는 것에 대한 당근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책을 읽으면 스티커북을 사주는 것과 같은 물질적인 보상을 준다. 서점에 같이 가서 책을 읽기도 한다. 하지만 서점은 책을 구경하는 공간이 아닌 스티커북, 색칠북 같은 장난감을 구경하는 공간이 되어버려 의미가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서점에 가면 꼭 원하는 책을 사준다. 주로 캐릭터 관련 책이긴 하지만 좋아하는 책에 대한 집중이 생겨야 그 흥미가 다른 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책이 만화라 해도 캐릭터 이야기라고 해도 일단은 한 권 사준다. 좋아하는 것에 흠뻑 빠져 굉장한 몰입이 반복되다 보면 그 끝은 다른 책을 향해있을 거라 생각한다. 실로 아직은 집중력이 부족한 8살이 좋아하는 미라큘러스 만화책을 읽을 때면 정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한다. 남편과 나는 그걸 볼 때마다 너무 신기하다. 책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잃지 않게 해는 것이 1학년의 목표다. 부디 내가 그 길잡이가 잘 되어주어야 할 텐데. 아직은 걱정이다.


대체로 평화로운 나날이 하루하루 이어가고 있지만, 인생사가 그렇듯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다. 몇 번 큰 다툼이 일어나기도 했다. 큰 아이는 미친 7살에 이어 일춘기를 겪고 있는 듯, 막무가내 자기주장이 너무 강하고 안 되는 것이나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마음 깊숙이 억울해하며 소리를 지르곤 했다. 실제로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었고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결국엔 공평한 것이었다. 그 모습은 사실 누가 봐도 참기 힘든 상황이다. 그걸로 남편도 많이 힘들어했고, 남편이 화를 표현하는 방식이 강압적인 말투와 큰 소리를 내는 것이었기에 그것을 바라보는 나도 너무 힘들었다. 어쩌면 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나와 남편보다는 아이들이었고, 남편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몇 번 위기의 상황도 왔었다. 큰아이에게는 그 상황이 불편했고, 나중에 뜬금없이 '앞으로 내 몸을 앞뒤로 흔들지 말아 달라.'며 남편에게 당당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당당한 것 같았지만 가끔은 몰래 눈물을 흘리며 속상해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남편은 여전히 소리치고 화낸 것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다. 어쩌면 남편도 잘못을 사과하는 것에 대해 어색하고 불편한지도 모른다. 큰 아이의 마음속에는 그 작은 상처가 쌓여가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 다시 스스럼없이 아빠와 장난치며 놀고 있는 아이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된다.


우리는 어른이지만 아직 부족함이 있는 사람이고 실수에 대한 반성도 이루어진다. 딸아이에게 충분히 그에 대한 설명을 했고 엄마도 아빠도 노력하고 있다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렇게 부족한 가족은 하루하루를 보내며 방향을 찾고 깨달음을 얻는다. 무엇이 행복인지 무엇이 올바른 방향인지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 같다. 앞으로 한 달. 아빠는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아이에게 이번 여름방학은 어떻게 기억될까? 그들만의 추억이 더 많이 쌓이길 바란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육아와 다를지라도,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내 딸의 행복이니까. 사람은 추억을 먹고살더라. 많은 추억을 만들어 아빠와 딸의 기억 속에 그들의 행복한 기운이 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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