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2. 예상치 못한 전환
내가 다니던 회사는 폐업이 예정되어 있었다.
새로운 직장으로 바로 옮겨갈 수 없었던 나는, 퇴사를 결정하며 회사와 함께 내 일상도 문을 닫는 것 같았다.
그날이 가까워질수록, 기막힌 우연인지 고마운 우연인지 모를 일이 겹쳐졌다.
퇴사를 며칠 앞둔 어느 날,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아기에게 미안한 마음이 먼저였지만 머릿속을 스친 단어는 하나였다. “망했다.”
앞으로 나는 백수가 될 것이고, 지금까지의 삶은 온통 ‘일의 시간’으로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늘 이직을 고민했어도 ‘퇴사’라는 공백은 없었고, ‘엄마’라는 이름은 더더욱 계획에 없었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 몸은 피곤했고 마음은 무거웠다. 텅 빈 집에 도착하자마자 결국 눈물이 터졌다.
퇴사와 함께 하루는 갑자기 공백이 되었다.
늘 당연하던 출근길이 사라졌고, 동료와 나누던 대화도 끊겼다. 회사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자, 나는 갑자기 혼자가 된 것 같았다. 내 정체성을 회사에서 찾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공허함을 느낄 틈도 없이, 임신이 찾아왔다. 몸은 빠르게 변해갔지만 마음은 따라가지 못했다. 이유도 모른 채 눈물이 흐르곤 했다. 사소한 말에 마음이 무너지기도 했고, 가끔은 이유조차 없이 서럽게 울었다.
나는 여전히 ‘나’였지만, 동시에 예전의 나와는 같지 않았다.
사라진 직장의 자리와 변해가는 몸, 그리고 앞으로의 막막한 길이 겹쳐져, 나는 내가 누구인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그렇게 우울이 찾아왔다.
하루하루 무거워지는 몸, 출산에 대한 두려움, 육아에 대한 막막함 속에서 계절이 바뀌는 줄도 모른 채 바람은 흘러갔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 빛이 스며들었다.
남편이 운영하던 문화공간 ‘삶기름방앗간’에, ‘책을 좋아하는 참새들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공간이 되자’는 마음으로 나는 이름을 붙였다. 참새책방.
그 이후로 나는 책방지기가 되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함께 울고 웃었다. 책방이라는 공간 덕분에 조금씩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그 사이, 뱃속의 아기도 차분히 자리를 잡아갔다.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지만, 나를 기다리는 가장 큰 전환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내 안의 ‘엄마’라는 이름은 여전히 낯설고, 벅찬 예고편처럼만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