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란우데(부리야트 공화국)는 원래 몽골 땅이었지만 소련에 편입되어 현재는 러시아와 몽골 사이에 규모가 있는 도시였다. 아침 7시가 되어 기차에서 내려 기차역에서 우리와 계약된 25인승 버스를 탔다.
몽골인들과 러시아인들의 모습을 보며 이곳이 외국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단조로운 몽골과는 달리 여유로움과 기후를 예상할 수 있었다. 특별히 올란우데는 나무로 만든 집들이 많았다. 바이칼 호수 주변으로 키큰 나무들이 많았다.
2인 숙소에 12명의 외국인이 들어갔다.
25인승 버스는 낯선 시골 동네로 들어갔다. 중심가가 아닌 시내 외곽 러시아식 아파트(4~5층 회색빛..몽골에도 러시아식 아파트가 많다)앞에 섰다. 근사한 호텔은 원하지 않았지만 12명이 들어가기에는 너무 비좁은 곳에 머물게 되었다. 고샘도 이 사실을 정확히 몰랐는지 당황하고 있었다. 아무리 실속있는 여행이라해도 2인실에 12명이 들어가는 것은 답답했다. 비좁은 화장실에 12명이 사용하고 문앞에 12명의 신발은 아무렇게나 뒹굴렀다. 이미 정해진 사실에 대해 불평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일단 사실에 대한 수긍과 함께 이 좁은 방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두들 밖으로 나갔다.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아파트 앞 놀이터로 향했고, 어른들은 마트에 가서 먹을 것을 사러 나갔다. 아이들은 불평없이 낯선 곳에서 신나게 웃고 떠들었다. 또 눈동자 색깔이 다른 러시아 아이들과 함께 공을 찼다.
마트로 간 어른들은 몽골에서 먹어 보지 못한 맛있는 수박과 과일, 먹거리를 한아름 사왔다.
그렇게 잠깐 비워 뒀던 숙소를 와보니 해도 너무 할 정도로 비좁았다. 저녁에 어떻게 잘까 고민이 될 정도였다. 작은 침대 2개에 12명이 잘 수 없기에 어른 남자들은 부엌 식탁밑에서, 어른 여자들은 작은 거실에서 아이들은 방에서 그렇게 나누어 자기로 했다. 긴 기차여행으로 모두 피곤했는지 낮잠이라도 청하려 할 때쯤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놀던 아이들이 들어왔다.
아이들 중에 그래도 가장 나이가 많은 연우가 어떤 할머니가 자꾸 우리를 보고 소리치며 쫓아왔다고 했다. 땀을 닦지도 못하고 두려운 눈빛으로 급하게 들어온 것을 보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아이들이 들어온지 얼마 안되어 누군가 숙소의 쇠문을 두들겼다. 기관총을 든 러시아 경찰들이 신발을 신은채 들어왔다. 러시아어로 뭐라 이야기 했지만 우리는 러시아어를 전혀 몰랐기에..
몸도 클 뿐더러 기관총까지 차고 있는 사람들이 방 안으로 신발을 신고 들어오니 낯선 광경에 두려움이 느껴졌다. 경찰 중에 러시아인이 아닌 몽골 사람 같은 사람이 있어 몽골어로 이야기를 해서 왜 경찰들이 왔는지 물었다. 너희들은 어디서 왔는지, 왜 왔는지, 이 좁은 집에 이렇게 많이 왔는지 물었다. 다행히 언어가 통하는 사람이 있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우리는 한국사람이고, 12명이고, 여름방학을 맞아 여행을 왔다. 숙소를 예약을 했는데 이렇게 좁은 곳인지 몰랐다고 이야기 했더니.. 공터에 있던 러시아 할머니가 한국 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어 수상해서 신고 했다는 것이다. 추측하기에는 북한에서 탈출한 북한 사람들이 떼로 본인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 와 았는 것 같다고 신고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구 보니 우리 중에 부티(재물이 썩 많아 풍족해 보이는 모습이나 태도를 속되게 이르는 말)나는 사람이 하나 없었다. 나를 포함한 모두가 썩 있어 보이는 얼굴은 아니었다. 한명 한명 모두의 여권을 확인하고 한 명이 부족한 것을 확인한 경찰이 "한 명은 어디 있냐"고 물었다. 눈으로 한명 한명 새어 봐도 딱 한명이 없다. 안샘이 어디 갔지하며 화장실에 불이 켜진 것을 보고 누가 화장실에 불을 켜놨나 하며 나는 화장실불을 껐다.
화장실에서 "왜 불껏어" 하며 안샘이 화장실에서 나왔다. 무서운 불곰국 경찰이 기관총을 들고 온지도 모르고 화장실 문을 빼꼼히 열며 불을 켜달라고 했다. 경찰들이 웃으며 나오라고 하며 여권을 확인했다. 그 장면이 얼마나 웃기던지 모두들 웃었다. 좁은 러시아식 화장실에 큰 볼일 보다 급하게 나온 안샘은 어리둥절하며 똥싸다 말고 여권 사진과 동일한 얼굴을 확인한 후 경찰들은 모두 되돌아갔다.
지금도 그 때 장면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그렇게 힘든 여행의 이벤트들의 서막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그때까지도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