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때리치고 Tokyo 03-t
비가 내린다.
이세탄 백화점 남성 의류를 보다가 막 나왔다.
일단 비를 피할 겸 드립 해주는 커피숍으로 들어왔다.
전화가 왔다. 전에 다니던 회사 후배들이다.
역시 대낮인데 술이 꽐라 되어 안부 전화가 왔다.
아침에 골프 치고 낮술 중이란다. 4명인데 12병이라.. 소주를…뭐 놀랍지도 않다. 나도 그랬으니까.
안 그래도 중년은 낙이 뭘까. 골프 그리고 소주를 빼면 무엇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담배.
옷은 캐주얼 복으로 아웃도어 등산복, 회사 갈 때 아웃도어 등산복 또는 골프바지, 집에 들어오면 아웃도어 등산복 7부 바지를 입는 게 중년의 멋이다.
안 그래도 방금 이세탄 중년 패션을 봤는 데..:
신주쿠 이세탄 백화점에는 남성용 위상으로만 건물 한 동이 따로 있다. 8층 건물이다. 라인업이 훌륭하다. 같은 메이커라도 한국에는 없는 라인들이 많다. 예를 들면 디오르에서 남성 패션을 고르기에는 쉽지 않다.
분더샵도 신세계 백화점에 있지만 어떤 콘셉트이나 철학이 있었으면 했다. 그래야 멋진 편집샵이니까.
한국 중년은 어디서 옷을 사야 할까. 다양한 옷을 보고 싶고 멋쟁이 월급쟁이들을 보고 싶다.
다시 이세탄 백화점. 여기는 점원들 의상만 봐도 기분이 좋다. 아방가르드한 옷부터 깔끔한 슈트까지도 독특하다.
1층부터 8층까지 브랜드 라인업, 점원들 옷만 봐도 즐거웠다.
한국의 중년 월급쟁이들은 나만의 멋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골프도 같이 치고, 폭탄주도 함께 말고, 노래방도 함께 간다. 혼자만의 멋은 무얼까?
담배를 셀릭팅하는 정도?
난 회식할 조직원도 없고, 폭탄주를 말 일도 없다. 담배도 끊었다. 회사 갈 일도 없다. 골프는 잘 못치고..
중년의 멋은 무얼까?..
난 그냥 비 오는 날 혼자 신주쿠 가베 숍에 앉아 이렇게 브런치를 쓰고 있다. 이건 중년의 멋일까? 궁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