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알려준 생활지침 16
내가 좋아하는 사자 성어는 잘 봐봐… 무임승차 불로소득 일확천금 무전취식 복지부동..
개는 집에 누군가 들어올 까 봐 늘 신경에 예민하다. 치킨 배달할 때도 침입자인 줄 알고 멍멍 짖는 다. 그리고 주인이 안쓰러워서 애교도 부려준다. 이 얼마나 할 일이 많은 가. 그래서 개가 먹는 식사는 정말 노동의 대가이다. 그런데 고양이는 어떤가? 주인이 출근하건 말건 학교를 가건 말건 앉아만 있다.
어릴 적 고양이도 그랬다. 햇볕이 제일 잘 드는 곳에 벌러덩 누워서 잠을 자곤 했다. 그러다 내가 초등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면 그때 스트레칭을 하고 하품을 한다. 그러고는 슬쩍 쳐다본다. 나는 물론 고양이에게 먼저 다가가 안아 준다. 그리고 쓰다듬어 준다. 그러면 다시 고양이는 잠이 오는지 눈을 감는 다. 내가 쓰다듬어 주지 않으면 다시 눈을 뜨고 쳐다본다.
그럼 더 쓰다듬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귀여우니까. 털이 보들보들하니까. 그것만으로도 마음의 평안이 온다. 최근에는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을 ‘집사’라고 한다. 즉, 사람이 오히려 고양이를 모시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80년대 고양이의 살림은 사람도 그렇듯이 고양이도 조촐했다. 그래서 집사라고 하기보다는 뭐랄까? 그래도 인간과 고양이가 대등했던 시절이라고나 할까? 물론 유머이다.
그러다가 신랑의 고향 친구가 찾아오는 날도 있었다. 그 좁은 방 하나 신혼살림, 그러면 할 수 없이 멀리 온 친구도 같이 자는 거다. 그럼 새색시는 바깥에 나와 마당에 새벽에 혼자 앉아 있곤 했다. 아마 좁기도 하고, 남편이랑 친구가 코를 너무 골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할머니가 됐을 것이다.
가스레인지 대신 석유풍로로 밥을 했던 시절이었다. 그렇듯 우리 집 고양이도 살림은 단출했다. 등산용 코펠 그릇 찌그러진 게 고양이의 밥그릇이었다. 그리고 찌그러진 세숫대야에 모래를 부어 놓은 게 고양이 화장실이다. 고양이 식사는 먹다 남은 밥과 생선 대가리랑 비벼 주곤 했다. 그래도 서로 모자람이 없어 보였다. 고양이도 아쉬워하지 않았다, 할머니까지 오시는 날이면 10명의 식구가 한 방에 모여 앉아 귤을 먹던 있는 겨울날, 고양이까지 앉아 있어도 좁지 않았다. 고양이는 귤을 싫어하니 그냥 아랫목에 미리 자리 잡는 걸로 족했다. 생각해 보니 그때 고양이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두 상관 안 했다. 그냥 가족처럼 살았고, 고양이는 또 밖에 놀다가 들어오곤 했으니까.. 서로
무임승차, 불로소득, 일확천금, 무전취식에 대해 알아보자.
무임승차
- 임금을 안 내고, 즉 표값을 치르지 않고 기차를 탔을 때 쓰는 말이다. 누군가의 고생에 그냥 묻어갈 때 쓰는 말이다.
- 반려동물 개와 고양이가 있는 데, 개가 더 큰 역할을 한다고 강아지는 생각한다. 그래서 ‘반려동물’이라는 카테고리에 고양이가 묻어간다고 생각할 것이다.
불로소득
- 아니 불, 일할 노(로). +소득이다. 일하지 않고도 돈이 들어오는 경우이다.
- 강아지가 볼 때는 고양이야 말로 그렇다. 이것은 인간이 보기에도 그렇다. 그러니 인간 스스로를 집사라고 하지 않는 가.
일확천금
- 일, 한 번에 확보한다. 천금을.. 로또 당첨이 그 예일 수 있다.
- 고양이는 크게 원하지 않는 다. 강아지처럼 주인이 갈비탕 먹다가 갈비뼈 포장해 올 필요가 없다. 그냥 멸치. 참치. 고양이 간식이면 된다.
무전취식
- 없을 무, 쩐-돈 전이다. 돈도 없이 음식을 취한다.
- 대부분 집사들은 고양이 간식과 용품, 화장실, 놀이기구 때문에 허리가 휜다. 열심히 일하고 고양이는 그저 논다.
복지부동
- 배 복, 땅 지.. 배에 땅을 붙인다. 엎드린다 이다. 그리고 부동, 아니 불(부) 움직일 동.. 움직이지 않는 다. 엎드려 눈치 살피며 가만히 있는 거다. 주로 관료들의 행태를 비꼴 때 쓴다.
- 고양이는 가끔 배를 하늘로 드러내 놓고 스트레칭하며 하품한다. 이럴 땐 배를 쓰다듬지 않을 수 없다.
고양이는 묻어두지 않는 다.
고양이는 개과와 달리 땅을 파서 묻어두지 않는 다. 아파트에 살아도 아직 그런 습성이 있어서 가끔 이불이나 거실 매트에 숨겨 두고는 한다. 그러나 고양이는 묻어두지 않는 다. 또 하나 과도하게 먹지는 않는 다. 큰 족발 뼈만 봐도 심드렁하다. 확실한 것은 개와 달리 멸치를 좋아한다. 생선을 좋아한다. 우리 집의 부모님은 바닷가와 가까운 태생이라 늘 식탁에 생선이 올라왔다. 그래서 고양이는 저녁때만 되면 밥상 주위를 맴돌았다. 그것뿐이다.
고양이는 사실 일확천금을 바라지 않는 다. 자기가 잡을 수 있고 통제 가능한 쥐와 참새, 가끔 귀뚜라미나 바퀴벌레 정도 잡곤 한다. 그뿐이다.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욕심을 내고 집중한다. 나처럼 허황된 것을 꿈꾸지 않고, 통제 불가능한 일에 뛰어들어 에너지와 금전을 잃지도 않는 다. 자기 몸통만 한 돼지 족발 뼈를 좋아하지도 않는 다. 겨울날 우리가 먹던 귤에 대해 관심 없으면 딱 그뿐이다. 나도 먹을 거 딴 거 달라고 하지도 않는 다. 아.. 그리고 소식을 한다.(요새는 어떤지 모르겠다.)
당연히 고양이도 애교를 부릴 줄 안다. 그렇다고 막 놀아달라고도 하는 게 아니다. 고양이의 무기는 당연히 귀여움이다. 우유 마실 때, 자기도 달라고 야옹거리는 것을 어떻게 참을 까. 귀여움, 보드라운 털은 사람의 마음을 가라앉히기도 한다. 그래서 강아지를 키우고 고양이를 키우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