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성계 - 허드렛일을 하면서 음해를 피한 후, 승부수를 던진다.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어요.
김 과장은 내가 “그런 일”을 하는 게 속상해했다.
그런데 내 주변 나랑 같이 일했던 사람들의 마음은 이해가 되었다.
나는 주로 했던 것이 기획분야이고, 새로운 일을 도전하는 분야를 맡았다. 그리고 일을 세련되게 하는 게 주요 콘셉트라서 코엑스 행사나 여의도 CGV에서 객석 90% 점유율의 행사를 기획하고 실행했었다. 나는 프로젝트의 PM역할을 주로 했었다.
게다가 회사의 전문 분야로 석사에다가 박사 수료 경력이 있어 곧잘 보고서도 잘 썼다. 행사와 보고서를 둘 다 잘하기 힘들지만, 나는 문무를 겸비한 사람이라고나 할까(이래서 나를 싫어하는구나,,, 잘난 척해서)
한편 좋아하는 부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잘난 척하다가 가장 하급일을 맡게 되니 좋아하는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심지어 회사 높은 메인, 주류에 계신 “윗분”께서 화장실의 거울이 더럽다고 나한테 소리 지른 적도 있었다.
화장실에서 나는 봉변을 당한 느낌이었다.
내가 총무업무이지만 화장실관리나 공무직관리가 아님에도 내가 “그런 일”을 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성계(空城計) : 비울 공, castle 성, 계략의 계..그래서 공성계이다. 성을 비워서 더 약하고 허약한 척을 해서 상대방에게 힘을 빼는 전략이다. 적군을 빈 성으로 끌여들여 섬멸하는 작전이다. 배수진과 비슷하다. 배수진은 가랑이로 기어가서 결국 장군이 된 한신의 대표적 전략이다.
주로 했던 일이 뭐더라?
회사 행사 때 강당 문을 열고 정돈하는 것이다.
ceo와 직원과의 대화 때, 의자 세팅하고 정돈하고, 강당 불 켜고 끄는 것이다.
그리고 회사 행사 때 미리 막걸리를 주문하고, 막거리를 들고 온다
족발집을 미리 주문해서 회사 행사 때, 천막 테이블마다 일일이 세팅하는 것이다.
또 있다.
운전기사역할도 했다.
윗분들 단체 회식 때 내가 카니발 몰고 나간다. 윗분들 식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기사 ㅇ
보통 ceo의 기사님과 식사를 한다. 그리고는 보통 9시나 10시까지 기다린다. 기사님과 둘이서..
힘든 것 없었다. 덕분에 새로운 맛집도 알기 때문이다.
힘든 게 있다면..
민어 철일 때다. 민어정식이 한 상 나왔다. 그러나 나는 운전 때문에 콜라랑 먹어야 한다. 소주가 너무 그리웠다.
그것 외에는 힘든 게 전혀 없었다. 아.. 그리고 그 이후 대리기사님한테 나는 친절하게 대한다.
그 이유는 정말 술 취한 “윗분”들 차에 태우면 가관이다. 대리 기사님이 힘드시겠구나…
그 이유는
첫째.. 맛있는 식당을 알게 된다.
둘째.. 맛있는 것을 먹게 된다.
셋째.. CEO와 동행을 하면서 의전을 배웠다. 나처럼 싸가지 없는 성격에는 필수 코스인듯하다.
넷째.. 윗분들과 동행을 하면서 안면을 익히고 친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주요 업무는 사실 내가 잘하는 것이었다.
바로 ceo 말씀자료하고 홍보자료 작성이다. 보통 이 업무를 회사에서는 중요시하지 않기 때문에 간단히 작성한다. 그럼 끝.
그리고 행사는 내가 전문이다. 코엑스 행사도 중요하듯이, 회사 야유회도 중요해서 천막치고 음식준비하는 게 싫지 않았다.
나머지 시간은 대부분 회사 행사나 간담회 때 필요한 물품을 사고
지역 농산물 살리기 운동 때문에 시골 가서 할머니와 이야기하고 오고
재래시장 가서 상인회랑 협의하고 맥심커피 한잔 얻어먹고 오는 일을 했다.
참기름과 들기름 사서 1,000병을 산 적도 있다. 그것을 직원들과 일일이 앉아서 포장한 적도 있다.
행사 때 기념품 제공으로 하기 위함이었다.
3년 정도 있었다. 성실함을 타고난 나로서는 당연히 인사평가는 늘 상중하 중에 “하”였다.
완전히 가랑이 사이로 기어가고
대강당을 혓바닥으로 닦아가며 일한 기분이기는 했었다.
주류의 멤버들은 좋아하지 뭐…
그러나
그렇게 기사역할하고 시다바리하면서 “하”를 받으며 즐겁게 있었다. 평가에 대해 어떤 반응도 없었다.
주는 대로 감사한 표정을 했다.
인사평가가 중요한가. 여기를 티스푼으로 벽을 긁어서 구멍을 내고 탈출하는 게 중요했기 때문이다.
당신에게 좋은 자리를 주기 위해 인사평가 “하”를 준다. 그건 낮은 평가를 견뎌낸 보상이기 때문이다.
결국, 나를 좋게 본 본부장이 자리를 만들어 줬다. 사실은 ceo가 주신 것도 있지만 말이다.
말없이 운전하고, 의전하고 했던 일이 보상을 해줬다.
물론 보직 자리를 내게 주기로 했을 때, 전국의 유생들이 CEO에게 “안된다”라는 상소를 계속 올리기는 했다.
그래서 딜레이 될 뻔했지만…ceo께서 고맙게 결정을 과감히 내려주셨다.
결국
총무업무로 3년있다가 정식으로 보직을 맡게 되고, 거기다가 변방으로 가서 즐겁게 보냈다. 본사 눈치 없이..
쇼생크탈출에서 마지막..해안에서 배를 고치는 장면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