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 영생의 방법들(최강야구 제작사 사운드를 들으며)
사람은 영원히 살고 싶어 한다.
오래 사는 게 아니라, 영원히 살고 싶어 한다.
그러한 마음은 현재에 충실히 살고 있을 때이다.
사랑한다면,
지금 충실히 사랑하고 있을 때이다.
그래서 나를 영원히 기억해 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영원히 기억해 달라는 것은 무엇인가?
그 말은 어쩌면 함께하지 못할 것이라는 유한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영원히 함께하지 못한다 해도,
당신이 나를 기억해 준다면 영원히 함께 한다고 생각한다.
Pixar 애니메이션 <코코>에도 영혼이 '제사 밥'을 얻어먹을 수 있는 조건이 있다. 바로 영혼의 가족들이 사진을 갖고 있어야 하고, 기억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 기억해낸 것은 '치매'걸린 할머니이다.
<코코>처럼, 누구나 기억이 있다면 함께 한다고 생각한다.
기억이 영생을 가져다줄 수 있다.
기억은 어떻게 일어나는 걸까?
어떤 특정한 시각적 이미지도 있지만 후각, 청각, 촉각 등에서 갑자기 기억하기 시작한다.
함께 걸었던 가을날의 도로에 들린 음악
소금빵을 먹은 봄날의 고소한 향들
스노쿨링한 여름의 차가운 바닷물 촉각
새에게 모이를 주러 간 겨울날, 산속에서 미끄러진 알싸한 고통
뭐 그런 것이다.
결국에는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는 전제조건은
함께 했던 시간에 충실히 해야 하고 편안해야 한다.
음악 듣기, 가을비가 내린 날에 쌀쌀하지만 화창한 아침 날씨, 짠맛과 버터향의 소금빵 뭐 이런 것 들이다.
(시각적으로는... 루이뷔통 가방을 보면서.. 생각이 날 수도 있겠구나... 쩝)
뭘 그렇게 바쁘고, 뭘 그렇게 마음에 안 들어서 투닥거렸는지.. 그냥 별거 아닌 건데 편안하고 그 시간을 충분히 즐기면 될 텐데 할 것이다.
당신은 무엇으로 기억하는 가.
또는 무엇으로 당신을 기억했으면 하는가?
천재는 일찍 사라져간다고 한다.
그러나 천재의 작품을 보면서, 사람들은 천재가 떠오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매주 최강야구를 본다. 야구예능이다. 제작 프로덕션은 스튜디오 c1인데, 그 회사의 로고가 나올 때 늘 신해철의 사운드가 살짝 뜬다. 매주 보면서, 그 잠깐 2초의 사운드는 늘 신해철을 생각나게 한다. 아.. 그는 정말 영생하는구나. 정말 마왕이구나.
* 사진의 크루아상은 금천구 시장 근처에 있는 빵집, 아저씨 혼자 하신다. 치아바타를 권한다. 주변에 어울리게 국수집과 몸보신할수있는 탕도 판다. 그속에서 피는 한떨기 크루아상이라고나 할까. 이거 사러 한 시간 운전한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