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려면 회사 도장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구두가게나 열쇠가게에서 만들어주는 도장집을 찾아보았다.
그러다가
일명 '막도장' 말고, 그래도 좀 폼나게 만들어야지....하며 전문 도장가게를 찾아갔다.
일단
도장을 파기로 했다. 그 도장으로 회사를 만들 생각이었다.
물론, 나는 한번도 회사를 만들어 본적이 없고 가게를 낸 적이 없었다.
아버지도 평생 월급쟁이로 '책상(사무직)' 근무하셨다.(사장이 그때 70이 넘은 아버지를 계속 출근해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어쨌든.
그래서 광화문에 있는 도장집에 갔다.
아... 이 상술.
나는 이 가게에 들어가기 전에 생각했다.
분명히 벼락 맞은 도장을 권하겠지. 절대 안 살 거야...
라며 속으로 다짐했었다.
그렇다. 그때가 실업자였다. 돈도 없었다.
그땐 주로 뭐 할까.. 앞으로 뭐 할까 생각만 하고 누워있었다.
감나무 밑에서 누웠던 것 같았다.
그저 입만 벌리고 감 떨어지는 심정이었다. 어떻게 되겠지.
그러나 난, 불안했지만 나의 미래를 믿었다.
나는 행복해질 것이고, 난 스스로 혼자 작은 나만의 공간과 사업을 할 것이라고.
점술가가 말했다.
회사 그만두면 술장사 좀 하다가 바로 거지될 거야
회사 대표인 선배들은 말했다.
너무 참모 스타일이라. 사업가는 아니야. 내 밑에서 일해.
시스터는 말했다.
오토바이 타는 법을 빨리 배워둬.(그래야 배달일을 하지)
도장가게 할아버지는 내 사주를 봐주고
사주에 맞는 도장이라며 샘플을 보여주셨다. 돌로 만든 것 보다 나무로 만든것이 좋다나. 나에게는.
어쩔까... 비싸다.
듣기 좋은 입바른 말이겠지만.
도장가게 사장님은
이 도장으로 계약서 찍을 일이 많아질 거예요. 반드시
결국. 도장을 만들었고
2년이 지났다.
그 도장으로
2025년 새해에도 어떤 일에 계약서를 '또' 찍게 되었다.
아직 모르겠다.
벼락 맞은 대추나무로 만든 도장의 효험일지.
나의 운명일지.
나의 선택일지.
술장사는 하지 않고 있고, 참모가 아닌 쪼그만 사업 대표자가 되었고, 오토바이 대신 사륜구동을 타고 다닌다.
그래도
도장 때문일까?
그렇다면 도장 만들어주신 할아버지에게 감사. 감사. 감사합니다.
여러분도 감사하고..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래 사진은 영화 <그렘린>의 한 장면. 1984년 영화이다. 사진 출처는 워너브러더즈 홈페이지
(https://www.warnerbros.com/movies/gremlins#gall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