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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덴부와 셜리 Jul 11. 2022

사과향은 외로움을 감싸고 - 뉴욕의 방구석

다 때려치고 뉴욕으로 13

3 동안 -금토일, 황금 같은 주말에 집에만 있었다.


금요일 토요일은  앞으로 살짝 산책이라도 했는 , 주말이라 연인들, 가족들이 식당이나 공원에 가득 있었다.  앞에 가다가 구스야 뭐야..새들이 인도를 점령하는 바람에  혼자 당황에서 멈칫한 적도 있다.


원래는 주말에  바닷가로 가려고 했다. 차로 가면 30분인데 기차로 가면 2시간 정도 해서  예정이었다. 존스비치로 갈려고 준비도 하고 도시락도 싸고 공연을 볼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 중이었다. 내게는 처음 인사하는 대서양이었다. 태평양 인근 반도에 사는 나로서는  대서양이었다. 눈으로 보는 대서양 말고, 직접 몸으로 뛰어드는 대서양 말이다. 그래서  하고 치즈, 슬라이스  , 샐러드를  샀다.  그래도 한국에서부터 방수용 핸드폰 지갑도   터이다. 


그러나 주말에 몸살이 난 듯 아팠다. 다행히 열은 없다. 코로나는 아닌 듯한데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이다.

그래서 일요일은 나가지도 못했다. 몸이 너무 아파서 여름 날씨인데도 심지어 양말도 신을 정도였다. 아 놔 정말… 한국에서 비상약을 샀는 데, 아스피린 달라고 했는 데 여기서 보니 심장질환용 아스피린을 줬다. 여러 약을 사서 비닐봉지에 담아줘서 내가 확인을 못했다. 이거 효능이 어떤 거야?


그러나 급히 일어났다. 냉장고나 어디에 곰팡이가 있나? 맞다. 전기밥솥에 밥을 했는 데, 까먹고 안 치웠다. 이미 솜처럼 폈다.


냉장고나 밥솥에 곰팡이가 피면 몸이 아프거나  좋은 일이 생긴다. 그래서 나를 돌보는 것은 집안일을 치우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렇지 않고서  몸에 암이 자라는지,  업무에 무언가 쓸데없는 돈이 새는 지도   없다.  깨끗해야지 복이 들어온다. 점검해야 한다.


아픈데 설거지부터 했다. 간단히 밥도 먹었다. 머리가 여전히 아프다. 하루 종일 누워있고 지금은 오후 5시. 주말에 혼자 뭐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프니까 서럽고, 누가 김치찌개라도 해줬음 했다. 진한 외로움에 혼자 누었다. 하지만 그 외로움은 꾀병이고 투정이고 질투일 수 도 있다. 나의 처한 상황을 바라보았다.


누가 뉴욕으로 가라고 한 사람 없다. - 바쁜 데 그리 길게 갔다 오냐고 했다.

누가 회사 그만두라고 한 사람 없다, - 회사에서 더 다니라고 했다.

누가 집을 나가라고 한 사람도 없다.

누가 혼자 뉴욕 가라고 한 사람도 없다.


그렇다. 모두가 내가 결정하고 내가 결심한 것이다.  


대부분 상황과 현실은 내가 선택한 것이다. 내가 선택한 것을 회피하려고 팔자 때문에 그러니, 또는 나는  그럴까  이런 것이다. 내가 선택하고 내가 하기로 했으니 마음 단단히 먹어야지. 그리고 내가 결정한 것이니 나의 결정을 사랑하기로 …


외로움은 질투이다. 그냥 지가 때려치운 것이다. 전략도 계획도 없이 “ 때 리치고”나온 것이다. 그래서 외로움을 한 발짝 뒤로 물러 바라보았다.

외로움은…


나 보다 잘난 사람보다 더 잘될 거야라는 질투

나 혼자 있으니 나 좀 알아봐 달라는 투정

반대로 외로움은 조직 속에 인정받으며 소속감을 얻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

지금의 고난에 대한 회피


이런    있다. 나에 대해 냉정히 말했나. 맞지. 자기 인생에 계획이 있고 전략이 있으면 외롭지 않다. 묵묵히 혼자 자신의 길을 간다. 인생의 사명대로 가는 거다.


그리고 몸이 아픈 거 당연한 거 아닌가? 뙤약볕에 하루 18km씩 돌아다녔으니 병이 나지. 육체는 나에게 좀 쉬라고 말을 하는 것 같다. 늘 육체는 정신보다 앞서니까. 정신은 산만한데, 그나마 육체가 허약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몸이 하라는 데로 하는 게 제일 좋다. 이렇게 된 거 푹 쉬자.


지금 글을 쓰며

마트에서 산 썰어놓은 신 사과에 설탕을 넣고 물을 부어 사과차를 만들고 있다.


거실에는 사과향이 감싸고

나는 몸이 좀 괜찮아 브런치를 쓴다.


외롭지 않고, 행복하고 좋은 일만 가득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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