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루틴이 인생을 바꾼 사람들-첫번째 이야기

실패해도 괜찮은 크기

by 최성호

한 가지 질문으로 시작해보자.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 침대에 누워 잠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얼마인가?

보통 퇴근 후 잠들기까지는 약 3~4시간의 시간이 걸린다. 가방을 내려놓고, 옷을 갈아입고, 씻고 나오면 어느덧 밤이다. 리모컨을 잡거나 스마트폰을 열고 무의미하게 화면을 넘기다 보면 그 금쪽같은 시간은 금세 흘러가 버린다. 내일도 모레도 같은 저녁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잠들기 전의 시간을 조금 다르게 쓴 사람들이 있다. 오해하지 말자. 그들은 퇴근 후 새벽까지 이를 악물고 공부하거나 대단한 프로젝트를 돌린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이 한 일은 의외로 소박하다. 퇴근 후 딱 한 가지 작은 루틴을 만든 것이다. 블로그에 글 하나를 쓰거나, 카메라 앞에서 20분쯤 이야기하거나, 관심 있는 분야의 자료를 정리하는 일이었다. 실패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그 정도 크기의 일이었다. 핵심은 그 작은 루틴을 2년에서 3년쯤 쉬지 않고 반복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루틴이 인생을 통째로 바꿔놓았다. 이것은 특별한 재능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와 같은 월급쟁이, 같은 퇴근길을 걷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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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우리 곁에서 찾을 수 있는 증거는 전석재(슈카)이다.

그는 여의도 금융권에서 일하던 촉망받는 펀드매니저였다. 하지만 그에게는 '말하기를 좋아한다'는 한 가지 습관이 있었다. 2015년, 그는 대학 동기의 인터넷 방송에 게스트로 참여해 경제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돈을 벌 생각도, 커리어를 바꿀 계획도 없이 그저 재미있어서 3년을 그렇게 '놀았다'.


2018년 독립 채널 '슈카월드'를 열었을 때도 그는 여전히 평일엔 여의도에서 펀드를 굴리고 주말 저녁에만 카메라 앞에 앉았다. 그러나 매주 일요일 빠짐없이 반복한 시간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10년 넘는 금융 현장 경험에서 우러나는 깊이가 시청자들의 신뢰를 얻었고, 구독자는 순식간에 불어났다. 2019년 퇴사를 결정할 당시 그의 각오는 "일단 해보고 안 되면 할 수 없다"는 식으로 담백했다. 하지만 현재 그는 333만 구독자를 보유한 경제 분야 최고의 영향력자가 되었다. 전환점은 퇴사한 시점이 아니라, 아무런 보상 없이 루틴을 시작한 2015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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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 또 다른 증거를 보여준 인물은 주언규(신사임당)이다.


당시 방송국 PD였던 그는 월급 180만 원으로 지하 단칸방에 살며 미래를 고민했다. 그가 택한 방법은 퇴근 후 실패해도 생활이 무너지지 않을 정도의 아주 작은 사업을 해보는 것이었다. 그는 온라인 쇼핑몰과 소액 임대 등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한 가지 원칙을 지켰다. "절대 월급을 먼저 버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낮에는 회사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얻고, 퇴근 후에는 '잃어도 괜찮은 돈' 30만 원으로 끊임없이 실험했다. 이 과정에서 얻은 통찰을 유튜브에 공유하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의 전략은 단순했다.


성공 확률이 10%라면 열 번 시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한 번의 실패가 치명적이지 않도록 작게 시작하고 대신 횟수를 늘리는 방식이다. 이 전략으로 그는 월급쟁이 PD에서 월 수입 1억 8천만 원을 기록하는 자산가로 성장했다.


두 사람의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알려준다. 첫째, 퇴근 후에 시작한 일이 처음부터 거창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둘째, 본업에서 쌓은 전문성이 콘텐츠의 깊이를 만드는 무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셋째, 2~4년간 조급해하지 않고 그저 반복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개인의 의지력에 의존하는 싸움이 아니라 '루틴'의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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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는 하루 이틀이면 소모되지만 루틴은 축적된다. 당신의 본업에는 남들이 모르는 전문성이 이미 쌓여 있다. 10년이든 20년이든 매일 출근하며 몸에 밴 지식과 감각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퇴근 후 잠들기 전의 그 짧은 시간 동안 다른 형식으로 꺼내 보라 글로 쓰든, 말로 풀든, 누군가를 가르치든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오늘 저녁, 침대에 눕기 전 그 소중한 1시간을 시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