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다 경험이 된다.
이명이 심해져서 본업도 가급적 일하는 강도를 낮추고, 모처럼 시작한 학습 모임들도 취소했다. 치료에 전념했고 틈이 나는대로 그냥 쉬었다. 한방, 양방, 생활습관 모든 치료법을 다 동원했지만, 난청으로 인한 이명은 (적어도 나에게는) 나을 확률이 높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하고 나서 피곤해지면 잠이 왔다. 어떤 면에서는 동물처럼 자연스러운 생활을 하려했던 것 같다. 그냥 되는대로? 움직이고, 피곤하면 쉬고, 배고프면 먹고.. 운동을 뺀다면 이전의 내가 '돼지같다'고 생각했던 삶을 살았다. 무엇보다 강의가 없는 날은 아주 늦잠을 잤다. 밤에 이명 때문에 잠이 오지 않으면 그냥.. 잠을 안자고 유튜브를 보거나 했다. (책은 인지 능력을 활용하는 활동이라 잘 되지 않았다.)
작년 8월에 썼던 글
https://brunch.co.kr/@peterhan365/200
그동안 나는 나름 꾸준히 달리기를 했고, 연초에 서울 - 부산 자전거 국토 종주를 했다. 국토 종주를 하면서 '어? 할만하지는 않은데 되긴 하네?'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후로 종목을 자전거로 바꿨다. 우선 전기자전거를 탔다. 여행과 운동이 같이 되어 좋았다. 여기저기 다녔다. 춘천 (편도 100km), 남양주 일주 (라운드로 100km), 부산 강의를 핑계로 서울 - 평택 - 공주 - 대전 - (열차) - 부산 으로 이동하는 5일간의 여행도 했다. 심지어 엄청난 경사도를 자랑하는 양평의 휴양림까지 자전거 1박 캠핑을 다녀왔다. 그러다 보니 속도에 대한 욕심이 생겼고, 당근에서 로드 자전거를 구했다. 자전거 덕분이기는 하지만 내가 이제 하루에 100km를 달릴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불과 어제 인천에서 강동까지 왕복으로 달렸다.) 대단한 발전이라 하겠다.
내가 좋아하는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그 지인에게 소중한 사람이 최근 이명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명을 경험? 중에 있는 나에게 조언을 구했다. 첫째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제 이명이라는 증상에 대해 나름 '경력자' 구나. ㅋㅋ 다음으로 든 생각. 내가 작년 대비해서 이 증상을 나름 잘 견디며 공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구나.. 그리고, 내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도 감사했다. 다행히 그분은 나이도 30대 후반으로 젊었다. 난청은 없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그럼 치료가 좀 더 수월하다. 그리고 (다른 어떤 증상보다도) 빨리 치료할 수록 이득을 많이 보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이명은 무섭다. 24시간 들리는 이명, 게다가 볼륨이 크게 들리면 매우 힘들다. 함부로 정신과 계통의 약을 먹으면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래도 지금까지 대략 7군데의 병원을 다녔고, 나에게는 효과가 크지 않음을 알았고, 일상에서 이 어려움에 대처하는 이야기를 했다. (다른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여 글로도 남겨둔다.)
우선 나는 정신과 약을 가장 비추천한다. 가장 최종적으로 쓸 카드일 거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평생 안먹을 생각이다.) 이유는 예상되는 부작용이 너무 클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양방의 이비인후과는 일단 나랑 잘 안맞았다. 한방을 겸하는 곳은 나와 맞는 편이었다. 비싸기는 했지만 4개월?? 정도의 보약을 먹었다. 그랬더니 이명이 낫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명을 견디는 능력이 올라간 느낌이 이 있었다. 이건 중요한 힌트가 되었다. 이후에 운동에 집중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니까. 그리고 침을 맞으면서 일시적이지만 신경계가 완화되는 느낌을 경험했다. 그래서 내가 일상에서 무의식적 긴장을 많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전문적인 소리치료도 받았다. 참고로 중요한 것. 유튜브에 있는 이명 치료 영상 (Tinnitus Masking)에 대해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이명 소리를 덮겠다고 이명 보다 큰 볼륨으로 그 소리를 들으면 좋지 않다. 특히 난청으로 인한 이명은 더욱 그렇다.
7개월 정도가 지나고 나서 나는 모든 치료를 중단했다. 그리고 운동과 휴식에만 집중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증세 자체는 나아지지 않았다. 증세를 견디는 힘이 좋아졌다. (이게 포인트다.) 그리고 '이명 소리를 무시하라'는 의사의 조언들이 많은데, 맞는 말이다. 하지만 실천이 매~~우 어렵다. 그래서 뭔가 가 집중이 필요한 몸의 활동이 필요하다. 대략 말하자면 운동이다. 그리고 나의 경우로 본다면 (현재는) 자전거다. 자전거를 타면 딴 생각을 잘 못한다. 일단 힘들어서.. ㅎㅎㅎ 그리고 위험을 피하기 기 위해서, 그리고.. 멋진 풍경을 보면서. 그 분과 40여분을 통화하면서 그 분은 나와 비슷한 면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일만 알고 놀줄 모르는 사람. 그분도 평소에 일을 많이 하시는 분이고, 최근에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사람마다 몸이 버텨주는 수준이 다르다. 본인의 수준을 알고, 그 수준에 맞춰 몸을 써야한다. 쉬는 것은 그냥 게으르게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20, 30대에 절대 생각하지 않았던 사고 방식이다. 나는 그분에게 '조금이라도 즐거운 활동'을 찾으시라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니까. 운동 좋다니까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운동을 억지로 하는 것은 지속성에 의문이 든다. 그냥 쉽고 가볍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내가 뭘 좋아할지 모르니 처음에는 이것 저것 '찍먹'해보는게 좋다. 그러다 보면 한두개는 찾아지지 않을까. (다행히 나는 찾은듯 하다.)
젊은 나이의 나는 생존, 생산성, 기여에 우선 가치를 두었다. 경제적으로 생존하기 위해 노력했고, 자연스레 생산성을 높이는데 집중했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을 통해 사회적으로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기여'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생존, 생산성에서는 꽤 좋은 성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잃기 쉬운 것이 있음을.. 나는 놓쳤던 것 같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나는 더 많이 무리했고, 무엇보다 귀를 엄청나게 혹사시켰다. 오히려 이런 증상이 생기지 않는게 신기할 정도라고도 생각했다. 결국은 중용이고, 밸런스다. 이 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의 삶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