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홍수 속, 진짜 '내 것'을 만드는 학습 혁명
2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강의, 코칭, 워크샵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작년부터 본격화된 AI의 활용으로 많은 것이 바뀔 것임을 느끼게 되더군요. AI시대에 인간의 경쟁력은 어떻게 될까? 제가 생각한 가장 위험한 함정은 '안다는 착각'에 빠지는 것입니다. 이제 고도의 사고과정도 AI가 대신해 주니까요. 따라서 워크샵의 핵심은 '안다는 착각' 수준에서 '진짜로 아는 수준'으로 가도록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치, 수영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감'만 갖고 있는 사람이 허우적 대지 않고 '헤엄칠 수 있는' 단계에 이르게 하는 것이죠.
일방적인 강의만 듣다 지쳐버린 경험. 머릿속에는 뭔가 많이 들어온 것 같은데, 막상 현실에 적용하려니 막막했던 순간들이 있습니다. 이제 워크숍은 토론, 질문, 그리고 실습과 피드백이 본격적으로 핵심이 될 것입니다. 정보는 필요에 따라 AI에게 물어보면 되니까요.
콘텐츠는 자유롭게, 워크숍은 깊이 있게
놀랍게도, 미래 워크숍의 핵심은 '콘텐츠' 그 자체에 있지 않습니다. 양질의 강의 영상, 상세한 블로그 글, 핵심만 담은 카드뉴스 등 훌륭한 학습 자료는 이미 온라인 세상에 넘쳐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들 중 상당수는 무료로 접할 수 있죠. (물론 유료 콘텐츠와 질적 수준이 다른 경우도 많습니다만)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워크숍에 참여해야 할까요? 바로 '나만의 맥락'을 찾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입니다. 미래의 워크숍은 더 이상 지식을 전수 받는 자리가 아닙니다. 이미 존재하는, 잘 큐레이션된 지식을 바탕으로 참가자들이 스스로 필요한 것을 발견하고(Discover),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Discuss), 실제 상황에 적용해보는(Do) 역동적인 학습의 장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저는 워크숍 진행자로서 세 가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최고의 길잡이 (Curator): 참가자들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학습 자료들을 엄선하여 제공합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헤매지 않도록, 가장 중요한 핵심만 짚어주는 나침반 역할을 하는 것이죠.
든든한 조력자 (Practice & Feedback Provider): 배운 것을 직접 시도해보고, 실패와 성공을 경험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안전한 실습 환경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건설적인 피드백을 통해 참가자들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따뜻한 동반자 (Question Facilitator): 참가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더 깊은 탐구를 이끌어내는 질문의 장을 엽니다.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함께 답을 찾아가는 여정에 동행하며 막힌 곳을 뚫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제가 구상하는 미래 워크숍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지속적으로 이런 방향으로 바꿔가고 있습니다.)
1단계: 나만의 학습 지도 그리기 (카드 선택 & 개별 학습)
워크숍이 시작되면, 참가자들은 다양한 주제가 담긴 '학습 카드' 목록을 받게 됩니다.
각자 현재 자신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혹은 가장 궁금한 카드를 최대 5장까지 선택합니다. (마치 뷔페에서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고르듯이!)
이를 통해 어떤 주제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지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선택한 카드와 연결된 학습 자료(영상, 글 등)를 활용해 워크숍 시간 전에, 혹은 워크숍 초반에 개별적으로 학습합니다. 핵심은 '아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필요한 포인트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2단계: 함께 지혜를 쌓는 시간 (소그룹 공유 & 전체 리뷰)
개별 학습 후, 비슷한 카드를 선택한 사람들끼리 소그룹으로 모여 각자 발견한 점, 느낀 점, 궁금한 점을 나눕니다. 서로의 관점을 통해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후 전체가 모여 인기 있었던 카드부터 차례대로 간단히 리뷰합니다. 해당 카드를 선택했던 참가자들이 자율적으로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며 집단 지성을 발휘합니다. (선택받지 못한 카드는 진행자가 핵심만 간략히 소개하며 추가 학습을 안내합니다.)
3단계: 궁금증, 완전히 해결하기 (질의응답)
참가자들은 학습과 토론 과정에서 생긴 질문들을 익명 기반의 질문 도구(Slido 등)에 자유롭게 올립니다. (진행자에게, 혹은 동료 참가자에게 묻고 싶은 모든 것을!)
모두의 질문을 함께 보며 가장 중요하고 궁금한 질문부터 차례대로 심도 있는 질의응답 시간을 갖습니다.
4단계: 진짜 실력으로 만드는 시간 (실전 훈련 & 피드백)
워크숍의 하이라이트! 배운 내용을 실제 상황처럼 적용해보는 실전 훈련 시간을 갖습니다.
참가자들은 서로에게, 그리고 진행자에게 솔직하고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자신의 강점과 보완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실질적인 성장을 경험합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능동적인 학습자'가 있습니다. 더 이상 수동적으로 지식을 받아들이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학습 목표를 명확히 알고, 필요한 정보를 주도적으로 탐색하며, 동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배움을 완성해나가는 주체적인 존재 말입니다. 물론, 이러한 워크숍은 진행자에게도, 참가자에게도 더 많은 에너지와 참여를 요구합니다. 만약 수동적 태도의 학습자가 있다면 참석하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수동적이기 때문이어서가 아닙니다. 본인 스스로가 필요성을 못 느낀다면 본인에게도, 다른 참가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이 일을 하다보니 워크샵이 좋았다는 피드백보다는 시간이 흘러 '잘 활용하고 있다'는 피드백을 듣는 것이 훨씬 보람되고 기쁘다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바쁜 업무 시간을 쪼개어 교육과 훈련을 받는 이유와 보람은 거기에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