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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사람의 뇌는 어떻게 생겨먹었지?가 궁금했던 사람

이안 로버트슨의 '승자의 뇌'

by 한창훈

비결이 뭐지?


주변을 둘러보면 유독 원하는 것을 척척 얻어내고, 남들보다 한발 앞서 나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이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저 사람들은 대체 어떤 생각을 하며 살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들의 '뇌 구조' 자체가 우리와는 다른 것은 아닐까요? 이 궁금증을 평생의 화두로 삼아 연구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저명한 신경과학자, 이안 로버트슨(Ian Robertson) 교수입니다. 그는 저서 '승자의 뇌 (The Winner Effect)'를 통해 그 평생의 연구 결과를 나눠주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크게 두 가지 중요한 질문에 답합니다.

1. 어떻게 하면 '승자의 뇌'를 가질 수 있는가?
2. 승리한 사람, 특히 권력을 가진 사람은 왜 때로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리는가?
그 해법은 무엇인가?



평범한 뇌를 '승자의 뇌'로 바꾸는 3가지 비밀


로버트슨 교수는 특별한 재능이나 타고난 운이 없어도, 누구나 뇌를 훈련시켜 '승리'에 익숙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 핵심 비결은 다음 세 가지입니다.


1. 작은 성공이 결국 큰 성공을 부른다.


'작심삼일'. 거창한 목표를 세웠다가 금세 포기하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경험, 다들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승자의 뇌'는 이런 방식에 반대합니다. 우리 뇌는 목표를 달성했을 때, 그것이 아무리 작더라도 '도파민'이라는 보상 물질을 분비합니다. 이 쾌감은 우리에게 성취감을 주고, 다음 목표를 향해 나아갈 의욕을 불태우죠. 전설적인 복서 마이크 타이슨의 스승 돈 킹은 이 원리를 아주 잘 활용했습니다. 그는 타이슨의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일부러 실력이 한 수 아래인 상대와 경기를 붙였습니다. '쉬운 승리'를 통해 타이슨의 뇌가 '나는 할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을 만끽하게 만든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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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게임의 첫 스테이지가 쉽지만 점점 어려워지듯, 우리도 습관을 만들거나 목표를 세울 때 아주 쉬운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작은 성공의 경험이 쌓이면, 뇌는 자연스럽게 더 큰 도전을 즐기게 됩니다.


2. 뇌는 당신의 의지로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뇌가소성).


"나는 원래 머리가 나빠서…" 에서 '원래'란 없습니다. 뇌과학은 뇌가 경험과 학습을 통해 물리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뇌가소성'을 증명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행동을 반복하면, 우리 뇌는 그 행동을 처리하는 신경 회로를 강화합니다. 마치 자주 다니는 길에 고속도로가 놓이는 것처럼 말이죠. 이 '뇌 속 고속도로'는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결과를 뽑아내는, 극강의 효율을 자랑합니다. 어릴 적, 어머니는 부업으로 커튼 고리를 만드셨습니다. 저와 형도 용돈을 벌기 위해 틈틈이 그 일을 도왔죠. 단순 반복 작업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시간을 재며 묘한 경쟁이 붙었고, 일은 곧 놀이가 되었습니다. 물론 금메달은 언제나 어머니, 은메달은 주로 형의 차지였지만, 가끔 제가 은메달을 따는 날이면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뻤습니다. (게다가 보너스로 당시로서는 작지 않은 돈인 100원을 받았죠. 1000원 아니구 100원.) 그렇게 손에 익은 커튼 고리 만들기는 눈을 감고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제 뇌 속에는 '커튼 고리 고속도로'가 생긴 것이죠. 중요한 것은, 이 고속도로는 누구나, 어떤 분야에서든 놓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꾸준한 반복과 연습만 있다면 말이죠.


3. 당신이 머무는 곳이 당신의 성공을 이끈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뇌과학적으로도 일리 있는 말입니다. 우리 뇌는 주변 환경으로부터 끊임없이 영향을 받습니다. 제약회사 팀장님을 코칭하기 위해 그 분들이 활동하시는 대학병원을 여러 곳 간적이 있었습니다. 병원에 가면 (당연히) 힘든 표정의 환자, 환자 가족을 보게 됩니다. 마침 그 즈음에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한강변을 자주 나갔었는데요. 제 입장에서는 묘한 대조가 되더군요. 병원에 가면 아픈 사람들을 주로 보게 되고, 달리기 트랙에 가면 건강하고 활기찬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 그들의 행동 방식, 그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우리에게 미묘하지만 강력한 영향을 미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병원에서 간병하면서도 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잃지 않는 분들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처럼 느껴지거든요.) 만약 당신이 원하는 목표가 있다면, 그것과 가장 관련성이 높은 환경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것이 현명합니다. 그곳에는 당신에게 영감을 주고, 힌트를 주며, 동기를 부여하는 '성공의 단서'들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승리의 그림자: '절대반지'를 낀 권력자들


'승자의 뇌'는 성공의 비결만 알려주는 것이 아닙니다. 승리가, 특히 '권력'이라는 강력한 승리가 어떻게 사람을 변화시키는지, 그 위험성에 대해서도 경고합니다. 로버트슨 교수는 연구를 통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왜 쉽게 늙지 않는 것처럼 보이며, 동시에 일반인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생각을 하게 되는지를 설명합니다. (권력을 잃게된 사람이 순식간에 늙어버리는 현상을 가끔 보게 되죠?) 핵심은 이렇습니다. 권력이라는 '절대반지'를 끼는 순간, 뇌는 자신이 항상 옳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는 것입니다. 성공 경험이 반복되면서 도파민 시스템이 과도하게 활성화되고, 이는 공감 능력 저하, 위험 감수 성향 증가, 자기 과신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권력의 저주'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요? 로버트슨 교수는 한 가지 해법을 제시합니다. 바로 자신이 가진 힘과 지위를 P (Personal), 자신과 소수의 측근이 아닌, S (Social), 더 넓은 공동체와 사회를 위해 사용하려는 의지를 갖는 것입니다. 권력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선을 위해 '활용'하는 도구로 인식하는 것이죠. 좋은 해법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권력자의 선택에 좌우된다는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있기는 합니다.


당신의 뇌는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나요?


'승자의 뇌'는 우리에게 희망과 경고를 동시에 던져줍니다. 우리의 뇌는 얼마든지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지만, 동시에 성공과 권력의 달콤함에 취해 길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요. 오늘, 당신은 어떤 '작은 성공'을 경험하셨나요? 당신의 뇌 속에는 어떤 '고속도로'가 놓여 있나요? 그리고 당신은 어떤 환경 속에서 '승리'를 꿈꾸고 있나요? 당신의 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열쇠는, 바로 당신 자신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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