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중요하지 않아보이지만 조직의 존립을 결정하는 조직문화.
So How Can You Assess Your Corporate Culture
by Edgar H. Schein
잘 나가는 회사들에 관한 책이나 글을 보면 부러울 때가 있다.
서로 협력하고, 믿어주고, 격려해주고.
한국의 배달의 민족, 일본의 미라이 공업, 미국의 구글, 페이스북...
전세계 수많은 회사들 중에 유독 일하기도 좋고 성과마저 좋다는 회사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많은 신문과 책에서는 이런 회사들을 연구한 결과물을 인용하며, 이런 것을 배워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누군가 이런 명제를 던졌을 때 돌아오는 대답 중 상당수가 이것이다.
"그건 거기니까 가능해"
이건 활용범위가 매우 넓다. 거긴 외국이라 가능해, 거긴 창의적 IT기업이라 가능해, 거긴 인재가 모여있으니 가능해, 거긴 대기업이니까 가능해 (또는 스타트업이니까 가능해)
여기서 우리가 '먼저' 고민할 포인트는 무엇일까?
벤치마킹하고 배울 '대상'보다 먼저 고려해야 하는것, 바로 '우리의 현재 상태'이다.
네비게이션을 쓸때 기본값으로 되어 있어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지만, 실제로 첫번째 알아야 하는것은 나의 현재위치다.
조직문화를 개선하려면 어디것을 배워다 적용할 것인가에 앞서는 것이 바로 조직 진단이다.
그럼 어떻게 조직 진단을 할 것인가?
가장 쉽게 떠올리는 것이 설문조사이다. 그것도 정량화된 설문 조사. (실제로 많은 회사들이 직원들의 만족도 조사, 의식조사를 한다. 그리고 이런 조사를 경험한 사람들은 대체로 알고 있다. 좋은게 좋은것이고 우리 팀장님이 승진을 앞두셨으니 어지간하면 잘주자고. 또는 팀장님이 설문을 앞두고 갑자기 말투가 부드러워지고 그랬던 것...)
논문 저자 Schein도 설문조사로 진정 '문화'를 알 수 있을까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갖고 있다.
설문조사를 매년하고 있거나 계획이 있는 의사결정자라면 다음의 이유를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1. 뭘 물어야할지조차 모른다.
2. 공유된 업무방식을 묻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3. 직원들이 불평하는 것은 바꿀 수 없는 것일 수 있다.
1. 뭘 물어야할지조차 모른다.
문화는 복잡다단한데다가 보이지 않는 요소까지를 포함한다.
그러니 설문을 제대로 하려면 수백가지 질문이 필요하다. (당연히 응답의 의욕도가 떨어지지 않을까?)
게다가 어떤 영역의 어떤 질문이 우리 조직에 적합한지도 알 수 없다.
그림 - - 빙산모델
espoused value (신봉가치) - climate
Espoused value를 알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움직이는 기저의 전제사항들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culture (기저의 문화) - underlying assumption
2. 공유된 업무방식을 묻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각자 자기일을 하고 있는 개개인의 직원들에게 (개인이 다 볼 수 없는) 공유된 현상을 묻는 것은 효율적이지도 않고 무의미할 수도 있다.
그리고 현실적 문제가 있다. 익명이 가능한지, 솔직히 말했을 때 불익은 없을지 등의 문제다. 그래서 개인은 진짜 생각을 나누지 못할 여지가 많다. 그렇다고 핵심 인물들을 불러다 열린 토론을 한다해도 원래 의도와는 다른 의견들이 도출될 여지가 많다.
3. 직원들이 불평하는 것은 바꿀 수 없는 것일 수 있다.
조직문화가 워낙 깊이 박혀 있어 바꿀수 없는 것들도 있다.
구성원이 진정 원하는 변화를 만들려면 왜 우리가 선언하고 합의한 가치가 이뤄지지 않는지 원인이 되는 '진짜 문화'를 공부해야 한다.
조직에서 팀워크를 늘상 강조하는데, 실제 평가 시스템은 여전히 개인의 성적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
전형적으로 Espoused value가 있는 그대로 실현되지 않는 경우다.
당신의 '고유한 문화'라는 것을 어찌 알수 있나?
나는 독특한 개성이 있는 존재일까? 내가 속한 문화권의 한 샘플에 불과할까?
여기에는 심리학적 사회학적 의견들이 많이 동원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문화, 환경적 요소가 개인을 압도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의지와 독립성, 의지력.
이런 것들은 기존의 자기계발 영역에서 많이 강조하는 부분이었다.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났더라도 개인의 의지로 극복할 수 있다. 환경과 역경보다 개인이 충분히 강하다는 주장이다. 20대를 시작하면서 상당한 시간동안 이 주장을 믿고 자기계발에 매진한 적이 있다. 실제로 많은 효과를 얻기도 했고, 부모님께 다운로드 받은 사고방식 중 불필요한 것을 바꾸거나, 적극적으로 내게 좋은 환경을 선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유전적 요소, 문화적 요소 (Meme, 비유전적 문화 전달인자)가 상당히 강력하다는 것을 또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약회사에 강의를 하다가 '유전병'(Fabry Disease)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이건 개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의학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를 보면 환경과 주어진 초기 조건값이 개인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알 수 있다.
논문으로 다시 돌아와서.
단순하게 말하면 '과거'중심의 경험과 환경 이상으로 '현재'의 환경을 이해하는 것이 문화 파악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내 언행은 성장 배경에서 '형성되어져' 온 부분이 많이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개인은 집단의 문화에서 벗어나고 싶어하지 않는다. 왕따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런 개개인이 모여 이룬 집단에서 변화를 외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공유된 특질을 한번에(?), 전반적으로 변화시킨다는게 결코 쉬운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어쩌라는겨?
Deciphering your company's culture : A four hour exercise.
그래, 그렇다. 문화는 보이지도 않는, 저~ 아래 깊은 곳에 숨어있는 것이다.
알아내기도 힘들고, 그걸 바꾼다고 즉각적으로 효과가 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문화를 파악한 것만으로도 '아하~ 그렇구나' 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갈등이 해소될 수 있다.
나아가 문화를 바꾸면 당장은 몰라도 장기적, (무엇보다도) '지속적'으로 조직이 건강하게 바뀔 수 있을 뿐 아니라 성과도 날 수 있다. 그냥 놓칠수는 없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등장!!
4시간만에 해볼 수 있는 검증된 '문화찾기' 워크샵 (물론 여기에는 좋은 퍼실리테이터가 있어야 한다. 나같은? 퍽! 퍼실리테이터의 인격과 겸손은 매우 중요하다. ㅠ^ㅠ)
1. 문제를 정의 하라. (Define the Business Problem)
조직문화 요소는 워낙 많기도 하고 모호하다. 따라서 '문제'는 좋은 단서가 된다. 중요한 것은 개선점이 구체적일 수 있는 문제를 골라야 한다는 것. 그렇지 않으면 논의 전체가 산으로 갈 수 있다.
2. 문화가 무엇인지를 간단히 설명한다. (Review theconcept of Culture)
빙산모델을 기준으로 문화가 어떤 특성이 있고 다른 요소와 어떻게 다르며,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살핀다.
(여러분은 앞서 모두 이해하셨다. 제대로 읽으셨다면. ㅎㅎ)
3. 유물을 찾아라 (Identify Artifacts)
문화 자체는 눈에 안보이지만, 문화의 결과물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래 예시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복장규정
근무시간 (야근 유무 등)
회의 (빈도, 방식, 시점)
의사결정 방식
의식 (시무식, 종무식, 아침 체조, 조회 등)
주차장 (임원 전용 유무 등)
4. 조직 가치를 찾아라 (Identify your organization's values)
조직에서 선언하고 있는 것들을 찾는다. 일종의 슬로건 같은 것이 여기에 해당된다.
정도경영, 무역입국, 사업보국 등의 큰것에서부터 '좋은게 좋은 것' , '늦는 놈은 게으른 놈' , '편하게 이야기 하자' 등등의 일상적인 것들도 있다.
앞 단계의 논의에서 조직 가치가 이미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시간을 따로 가질 필요가 있고, 이를 유물 (Artifact) 과 별도의 영역에 적어서 정리해야 한다.
5. 유물과 조직 가치를 비교하라 (Compare values with artifacts)
같은 주제 영역에 있는 조직가치와 유물을 비교해 보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진짜 이슈가 되는 보물들, '아랫바닥의 추정들' (Underlying assumption)을 파악해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가 실제로 보상체계, 책임체계에 잘 녹아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정말 많다.
회의실에 '사전 공지가 있는 간단한 미팅을 합시다' 라고 적혀 있는데 안 지켜지는 경우.
리더가 '뭐든 편하게 얘기해'라고 늘상 말하고 다니면서 인사평가 때는 직언을 한 사람에게 나쁜 평가를 주는 경우 등.
이외에도 수많은 모순점들을 발견하게 된다.
중요한 부분이라 원문을 인용해 본다.
As a general principle, the way to deeper cultural levels is through identifying the inconsistencies and conflicts you observe between overt behavior, policies, rules, and practices (the artifacts) and the espoused values as formulated in vision statement, policies, and other managerial communications.
일반적 원칙으로 말하자면 이렇다. 더 깊은 문화적 수준은 이런 방법으로 찾는다. 눈에 보이는 행동, 정책, 기준, 실행 (유물) 과 비전 선언문, 정책, 리더의 소통법과 같은 신봉가치 (그랬으면 좋겠어라고 믿는) 와의 충돌이나 일관성 없는 요소들을 찾는 것이다.
6. 다른 그룹 대상으로 과정을 반복하라. (Repeat the process with other groups)
위와같이 한번 돌렸는데 충분히 문화요소가 도출되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다른 그룹이나 하위그룹을 대상으로 같은 작업을 해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기존의 논의에 더하여 공통점과 차이점들이 생겨나면서 점점 문화의 실체가 명확해 질 것이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시간과 에너지 낭비라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개별 인터뷰나 광범위한 대상에게 광범위한 질문을 던지는 것보다 훨씬 좋고 유효한 방법임을 알게 될것이다.
(글을 정리해 보는 입장에서는 동의)
7. 공유된 추정을 평가하라 (Assess the shared assumptions)
지금까지 논의한 결과물, 그리고 최초에 다뤘던 문제. 이 두가지를 비교해 보는 시간이다.
문화는 워낙 광범위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연관되는 문화적 요소에 집중하는 것이 가성비가 좋을 것이다.
문화는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도움이 되기도, 방해가 되기도 할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방해 요소는 개선점을 찾고, 도움 요소는 강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 이런 작업을 하는데 외부 전문가가 필요한가?
당연한 의문이고, 답변 또한 당연한 수준일 것 같다. 전문적 훈련을 받은 외부 전문가가 제일 좋겠지만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다만 적합한 진행자를 선정하기 위한 기준은 말할 수 있다.
워크샵을 설계하고, 모델을 제시하며, 숨어있는 문화 요소를 끌어내고 다루며 학습할 수 있도록 '도전적이고 생각을 자극하는 질문' (provocative question) 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내부 인원을 활용하더라도 다른 그룹의 인물이면 더 좋을 수 있다.)
** THE BOTTOM LINE
간단하게 포인트만 요약해보자.
1. 문화 측정은 가능하다! 개인, 그룹 인터뷰를 통해 이뤄지고 유용성과 효율성을 고려해야 한다.
2. 문화측정은 불가능하다!! (읭??) 단순설문이나 질문만으로는 제대로 안된다는 말이다. 단순하게 접근해서는 밑바닥에서 일을 만들고 있는 진짜 문화를 찾아낼수가 없다.
3. 문화 측정은 현재의 문제를 기준 삼아 하는게 좋다. 문화 그 자체는 워낙 광범위하여 다 해볼라치면 지루하고 쓸모없게 느껴질 수 있다.
4. 파악된 문화적 요소는 성과를 가속하거나 감속하는 요인으로 구분된다. 통상적으로 가속하는 요소를 중점적으로 다루는게 더 좋다. 감속 요소를 개선하는 것은 훨씬 힘들기 때문이다.
5. 문화 측정시에는 하위 요소 (subcultures)에도 민감해야 한다.
6. 문화란 세가지 단위로 이해하면 좋다. 유물(artifacts), 신봉가치(espoused values), 공유되었으나 보이지는 않는 추정(shared tacit assump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