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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창훈 May 05. 2020

중년, 귀찮은 변화(?)와 계속 친해지는 중입니다.

변화는 귀찮은 일이다. 


뇌과학자들도, 행동경제학자들도 입을 모아 말해준다.  인간의 뇌는 '최소 노력의 법칙'을 따른다고.  당연히 내 머릿속에 있는 뇌도 그 법칙에서 자유롭지 않다.  게다가 중년의 나이는 더더욱 그렇다.  간단히 말해 '하던대로, 먹던대로'가 더 좋다.


변화의 시작, 일방향에서 쌍방향이 가능해졌다!


문득, 최근 석달간의 변화를 생각해 보았다.  일단 누구에게나 그렇듯 코로나 사태가 갑자기 터졌다.    초기에는 오프라인 워크샵의 절반이 취소되더니 한달이 되어서는 100% 취소 및 연기가 되었다.  다행히도, 때마침 온라인으로 대체해서 워크샵을 하고 싶다는 몇 개의 요청이 들어왔다.  진작에 여러번 얘기를 들어서 설치만 되어 있던 줌(zoom)을 활용하게 되었다.


깜짝 놀랐다.

내 생각속의 화상회의 도구는 스카이프 (skype) , 잠깐 썼던 맥북의 페이스 타임, 회사 다닐 때 썼던 화상회의 솔루션이었다.  업데이트 되지 않은 나의 머릿속에 화상회의 솔루션은 '쓸만은 하지만, 종종 끊겨서 얘기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달리말해 오프라인을 대체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기술이 이렇게 발전했구나, 진작에 있던 기술인데 내가 몰랐을 뿐이었구나 하는 깨달음을 주는 사건이었다.

도구가 좋아지고 나니 워크샵에서 가장 중요한 '상호작용'이 가능해졌다. 과거에 온라인 강의라면 '일방향'이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온라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대화, 채팅, 화면공유'의 다양한 채널을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남은 숙제는 진행자, 교수자의 도구 운영 스킬이었던 것이다.




한번 해보지 뭐.


온라인 과정을 운영하면서 '상호작용'을 위한 강의 설계를 하고 그에 맞춰 진행을 하니, 오프라인보다 좋다는 피드백이 나오기까지 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오프라인 대비했을 때 한계점과 단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온라인에서 일종의 성공적 데뷔(?)를 하고나니, 같은 상황에 있고 니즈가 있는 사람들에게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법은 어려울 것도 없었다.  그냥 온라인으로 원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화상으로 만나면 되는 일이니 말이다.


일을 키웠다. 오픈 채팅의 재발견


사람들에게 알리고 모이도록 하기 위해 선택한 것은 오픈 채팅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누구나 사용하고 있다. 질척거리지 않고 언제든 쉽게 들어오거나 나갈 수 있다.  실시간으로 대화가 오가기 때문에 북적이는 느낌이 있다.   '온라인활용노하우'라는 내가 생각해도 아주 재미없는 이름으로 오픈채팅을 개설했다.  이름을 고민하느니 빨리 실험해 보자는 애자일적인 기특한 생각을 했다.

정말 관심있는 사람 몇 명만 있어도 해보겠다는 생각이었지만, 너무 반응이 없으면 어떡하나 신경이 쓰이기도 했던 것은 사실이다.  다행히 생각보다 신청이 너무 많아서 기분도 좋고 할 맛도 났다.


일이 커졌다. 다른 분야의 전문가를 통한 자극


온라인에서, 시공간을 뛰어넘어 모임을 하니 가장 좋은 것은, 평소에 만나기 쉽지 않은 분들과 만나고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자리에 디지털 전문가, 전문 코치, 교사, 커뮤니티 운영자, 미국 대학의 교수님들이 모였다.  그런 자리에서 그냥 '내가 경험한 것'을 나누었다.  그리고 참여한 분들의 다양한 피드백을 받고, 새로운 자료와 정보도 접하게 되었다.

애초에 이 모임에서의 이야기와 (나름) 노하우를 활용해 참여한 분들이 각자 응용 버전을 시도해 보시기를 원했는데, 적지 않은 분들이 본인의 콘텐츠와 커뮤니티에 응용을 해서 도움이 되었다는 기분 좋은 피드백을 받았다.


한번 해보지 뭐, 내겐 새로운 디지털 도구, 노션, RPA


한편으로 나는 디지털역량연구소 김철수 소장님을 통해 새로운 도구와 영역을 알게 되었다. 우선은, 에버노트를 주로 사용하다가 원노트로 최근에 갈아탄 나에게 새로운 충격을 준 노션!!  노션은 정말이지 에버노트, 트렐로, 마인드맵, 워크플로위 등 기존의 글쓰기, 아이디어, 프로젝트 관리를 한방에 할 수 있는 놀라운 솔루션이다.

그리고 단순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 시켜주는 RPA (Robotic Automation Process) 활용법.  솔직히 배우다보니 쉽지는 않구나 생각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어떻게 작동하고, 가까운 미래를 어떻게 바꿔가게 될지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안다고 착각했던 것, 줌, 유튜브 라이브, 그리고 OBS


기존에 줌과 유튜브 라이브 연동이 간단하게 되어서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문제가 생겼다.  이럴 때 버릇처럼 드는 생각은 이것.  '아~ 이거 왜 이전 처럼 안되는거야'  친절하게 해결책이 '잔뜩' 써져 있는데, 읽고 싶지가 않았다.  하지만 잠시 숨을 돌리고 몇 번 흘깃 보기만 했었던 'OBS'를 깔고 사용법을 열심히 배웠다.  여러가지 자잘한 많은 설정들을 배우고 세팅한 끝에 최종적으로 잘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면 얼마만에 뚝딱할 수 있었겠다 싶은데, 나는 그냥 중간 쯤의 속도로 해낸 것 같다.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세팅하면서 또 한번 '내가 알고 있다고 착각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들어봤고, 기초적인 기능 써봤다고 안다고 하면 그건 정말 착각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도구의 목적, 결국 더 즐기고, 교류하고, 성장하기 위해서


도구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도구는 뭔가 하고 싶은 것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하게 해준다.  목적이 있으면 그에 맞춰 필요한 도구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최근에 공동진행하는 'ONE STONE' (온라인 영어 콘텐츠 학습 및 대화 모임) 을 통해 구글 클래스, 구글 문서, 줌의 소회의실 기능 등을 더 잘 쓰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르그랑이라는 온라인 티타임을 통해 줌과 유튜브, 페이스북 라이브 연동을 이리저리 실험해 보고 있다.  재미있게 참여하고 있는 PARADAY (매일 매일 주어진 영어문장을 육성으로 녹음해서 제출하는 미션 수행) 을 통해 오픈채팅의 녹음 기능, 구글 사이트의 편의성을 체험하고 있다.

도구가 없었다면, 도구를 몰랐다면 할 수 없었던 재밌는 일들이 속속 가능해지고 있는 것이다.




변화는 귀찮지만, 얻는 것은 많다. 


새로운 도구를 배운다는 것은 참으로 귀찮은 일이다.  OBS를 유튜브 보면서 따라 배우는데 유튜버가 된다고 하는 기능이 내 PC에서는 안되는 거였다.  짜증이 확올라왔지만 꾹 참고, 왜 그런지 구글과 네이버를 번갈아가며 원인을 알아냈다. (유튜버 PC에서는 그런 오류가 없었을 터라 친절한 해결책 설명이 없었다.)  원인을 알고도 다시 컴퓨터의 설정을 조정하는데 시행착오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귀찮은 과정의 결과 결코 작지 않은 두가지를 얻었다.  하나는, 기존보다 훨씬 쉽게 영상을 송출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잘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또 하나는, 호기심을 갖고 계속 배워가는 것이 언제나 좋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것이었다.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시대 


지금 사용하고 있는 노션, OBS, 프리미어 이외에도 더 좋은 도구들이 계속 나올 것이다.  그리고 기존의 도구들도 계속 업데이트되며 새로워질 것이다.  소프트웨어의 특성이니까.  그러니 한번 배우고 알았다고 멈추면, 언젠가 귀찮은(?) 상황은 또 오게 될 것이다.  아예 호기심을 갖고 있는 것이 더 이득이 되는 이유다.

물론 도구보다는 콘텐츠의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더 좋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도구를 잘 다루면 콘텐츠의 본질을 훨씬 더 잘 정리하고 전달할 수 있다.  콘텐츠가 좋은데 사람들이 소비하는 방식으로 전달해 주지 못한다면 그 콘텐츠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결국, 내적 호기심, 외적 자극이 중요하다. 


그래서 결국은 내면적으로는 호기심을 갖고, 외부적으로는 새로운 정보가 흐르는 채널에 속해 있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즐겨야 오래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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