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터의 유희 Aug 14. 2023

명상에 대한 명상이 아닌 명상을 위한

<뉴타입 몸을 위한 명상 기구 전시>의 무대에서

"네시 반에 예약했는데요"


QR코드가 읽히지 않았다. 내가 도착한 시간은 4시였다. 

예약 시간 전이라, 원한다면 먼저 관람이 가능하다고 했다. 먼저, 안내에 따라 전화를 에어플레인 모드로 전환했다. 가이드를 따라 극장의 문을 열고 입장했다. 나의 몸은 지각한 공연장에서 좌석을 찾듯 가이드의 좁은 플레시 라이트를 따라 벽면 쪽을 향했다. 캄캄한 공간에 눈이 익숙해 지면 벽면을 따라 가지런히 놓인 의자들과 그곳에 앉아 관람 중인 몇몇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관람객이 바라보는 어두운 넓은 공간 저편에는 조명의 빛이 만든 아주 긴 사각형의 무대가 보인다. 무대 안에는 작품 하나, 둘 - 셋, 그리고 넷이 서 있다. 


It is not your turn yet.


나는 나의 시간을 기다리며 다른 이들과 함께 무대 밖 관람석관람객으로 숨 죽이고 앉았다.



4시 30분, 예약한 시간이 되었고 이제는 내가 주인공, 아니 플레이어가 되어 - 무대로 올라갈 순서이다. 

다원예술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나 스스로 아티스트를 자처할 때도 있지만, 예술은 뭔지 모를 이 있다. 어쩌면 그 벽이 사람들이 미술관에 오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예약시간: 8월 11일 금요일, 오후 4:30>
아티스트 후니다킴의 작품을 좋아한다. 


예술 작품은 전통적으로 아티스트의 의도와 표현의 결정체이다. 그래서 대부분 화자와 청자가 나누어진 Story-TELLING의 경험이다. 다원예술이나 체험전이라는 이름의 많은 작품들도 결국 작가의 텔링을 듣는 전통적인 형태일 뿐인 것이 많다. 미술관에 전시된 아티스트의 작품은 아티스트의 의도를 담긴 작품 자체로 존재한다. 물론 관람객은 수동적이지만 감상을 통해 작품에 대한 자신만의 의미를 완성한다. 하지만, 작품은 관람객이 없어도 의미가 완성된 채로 존재한다 할 수 있다.

내 말을 오해하지는 마시기를, 미술관이 있는 것은 관람객이 의미를 찾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니까. 관람객이 없는 미술관이란 창고일 뿐이다. 말이 길어졌다.


후니다킴의 작품을 좋아하는 것은 아티스트의 의도가 잔뜩 담긴 그의 작품 어딘가에 꼭 관람자를 위한 자리가 있기 때문이다. 아니, 단순히 관람객이 아닌 참여로 작품의 의미가 완성되는 적극적 참여자의 자리를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 (가끔 어려울 때도 있지만) 그의 작품에는 내가 있어서 작품의 경험이 완성되는 협업자로의 자리가 있다. 후니다킴의 작품은 감히 그런 작품이다.


이번 <뉴타입 몸을 위한 명상 기구>는 그런 의미에서 더욱 큰 보폭으로 나아간 느낌의 작품이었다. 리추얼로 똘똘 뭉친 명상, 그 단어는 자체로 많은 맥락과 의미를 전달한다. 입장하며 시작된 비행모드로 바꾸라는 안내에서 부터 관람객은 후니다킴의 리추얼에 공명하기 시작한다. 


이제 까만 반팔티와 청바지에 노랑운동화를 신고 있는 나를 따라 오시라.

<뉴페이즈 의자>
명상 (기구) 하나: 뉴페이즈 의자 (New Phase Chair)


가이드는 먼저 잠시 스툴에 앉아 앞의 안내판을 읽어보라고 안내했다.

잠시후, 나는 누워서 낮잠 자기에 적당할 편한 의자로 안내되었다. 

첫번째로 참여하기에 가장 적당한 기구였다. 편한 자세이지만, 침대 보다는 불편한, 그 사이 말이다.


모든 명상기구에는 소리를 몸으로 넣어주는 진동자가 설치되어 있다.  <뉴페이즈 의자>에는 뒤통수 - 목 부위에 좌우로 두개의 진동자가 있다.  마치 몸이 충전기에 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눈을 감았다. 두개의 진동자를 통해 소리가 몸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조금씩 편해지면서 머리를 슬쩍 좌우로 움직여 보았다. 나의 움직임에 따라 다른 소리의 물결이 몸을 씌우는 기분이 든다. 

무언가 거칠고 소음 같은 소리들이 물결치는데 불편하지 않다. 그렇게 3분빠르게 지나간다.


**내 맘대로 관람팁: 가능하다면 뉴페이즈 의자로 관람을 시작하시기를 권한다. 딱 적당!


<공명하는 의자>
명상 (기구) 둘: 공명하는 의자 (Resonance Chair)


방문전 <공명하는 의자>에 목(?)이 걸린 사진을 보고 스텐리 큐브릭 감독의 고전영화 Clockwork Orange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무엇인지 알것이다. 

자리에 앉고 나니 가이드가 나의 머리고리에 걸고 벨크로 띄를 단단히 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의자 옆의 바퀴를 돌리기 시작한다. 드르륵 드르륵 큰기계 마찰음과 함께 머리가 조금씩 들리며 고리가 팽팽해 지기 시작했다. 묘하다. 분명 Clockwork Orange 같은 불편하고 무서운 장면과 소리인데 명상처럼 매우 편한 리추얼의 양자적이고 양가적인 상태였다. 


**내 맘대로 관람팁: 공명하는 의자에 앉을 때에 꼭 등을 뒤로 닿게 하고 허리를 곧추세워 앉기를 추천! 


<메디테이션 배드>
명상 (기구) 셋: 메디테이션 베드 (Meditation Bed)


관람석에서 바라본 마사지 침대 모양의 기구는 편해 보이지만 남들이 보는 곳에서 눕는다는 것이 동시에 살짝 민망해 보이기도 했다. 사실 어둠속의 관객이 모두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나에게는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무대의 밝은 조명으로 나누어진 무대 의 공간은 단지 짙은 어둠의 빈공간으로 느껴질 뿐이었다.


이마로 쏟아져 들어오는 소리집중명상할 수 있도록 에는 커다란 귀마개를 씌워준다. 먹먹한 적막 속에 소음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짧은 3분이라는 시간은 또 순식간에 지나고 가이드가 잠들지 않은 나를 깨워 일으킨다.  


** 내 맘대로 관람팀: 나중에 들으니 현장에 막상 왔다가 불편함을 토로하고 그냥 가는 분들도 있다고 한다. 그러지 마시고, 일단 무대에 들어서고 나서 결정 하시라!


<퀀텀 에코>
넷: 퀀텀 에코 (Quantum Echo)


작품 넷, <퀀텀 에코>는 후니다킴이 그동안 그의 작품을 찾아준 관객에게 주는 종합 선물 세트 같이 느껴진다.  후니다킴의 그간의 여러 작품들이 동시에 느껴지는 아카이브 같은 작품이다. 

그래서 말이다. 마지막 **내 맘대로 관람팁은 가능하다면 꼭 이 작품은 가장 처음, 혹은 가장 마지막에 경험하는 것이 좋다. 


3 Minutes of ...


퀀텀에코를 포함한 명상기구들은 모두 3분 정도의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다.

그 3분으로 압축된 소리들이 몸으로 밀려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뉴타입 몸을 위한 명상 기구, 과연 이 작품들은 새로운 명상에 대한 작품일까? 

아니면 명상에 대한 비판일까 혹은 풍자일까?


나는 말한다. 

<뉴타입 몸을 위한 명상 기구>는 명상에 대한 명상이 아닌 명상을 위한 작품이라고.


무슨 말이냐고? 

직접 경험해 보기를 바란다. 


아직 23년 8월 중순이라면, 아래 정보 참고 바람


[서울] 뉴타입 몸을 위한 명상 기구 (후니다 킴)

작품설명: 일상의 피로를 해소하고, 몸과 뇌를 깨끗하게 세척할 수 있는 소리와 신체적 행위를 제공하는 공간과 ‘명상 기구’를 경험한다.

관람기간: 2023.8.4.-8.27.

관람시간: 화,목,금,일: 10:30-17:30 / 수,토: 10:30-20:30
*30분 단위로 예약

관람료: 무료

관람정원: 회차별 4명

문의: 02-3701-9594


관람안내

기구의 특성상 누워서 체험하거나 얼굴의 접촉이 있을 수 있어 복장에 따라 특정 기구는 체험하기 불편할 수 있습니다.

순차적으로 체험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늦을 경우 체험이 어려우니 5분 전까지 도착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구를 직접 체험하는 관람 방식(5명, 예약 필수)과 주변에서 체험을 관람할 수 있는 방식(현장 입장, 예약 불필요)이 있습니다. 

실시간으로 MMCA 유튜브에 송출될 예정이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 위에 따라 무료 공연으로 진행됩니다.










                    

작가의 이전글 I see your point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