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자랄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응원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인것 같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일반고에 진학하는 대신 거꾸로캠퍼스(거캠)를 선택한 첫째는 이제 고3의 나이가 되었다. 일반 학교 아이들 처럼 입시를 안 치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거캠은 비인가 대안학교기 때문에 길이 정해지지 않은 거캠의 학생들과 부모는 오히려 더 많은 고민을 하기도 한다. 어쩌면 아직은 사회로 나가기에 빠른 나이기 때문에,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 학생들도 많다.
올해가 시작될 때 까지도 디코(거캠에서는 별명을 정해서 호칭으로 사용한다)의 진로는 확실하지 않았다. 그래서, 엄마는 검정고시와 대학진학을 생각하고 있었고, 늘 그렇듯 나는 생각만 많은 아빠였다. 아이가 구체적으로 정한 목표가 없다면 대학에서 생각할 시간을 버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물론 대학 진학이 쉽지는 않지만 말이다.
거캠은 문제해결중심의 프로젝트 수업들이 진행된다. 상당히 길고 깊은 문제정의 작업을 통해 팀이 만들어 지고, 문제해결 과정으로 넘어가서 마무리 하면서 학교를 Exit(졸업)하게 된다. 디코는 문제정의 과정에서 팀이 깨지는 등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그 어려움에 아빠와 대화가 늘었고, 나는 내가 아이에게 뭔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참 다행스러웠다.
그렇게 1년의 시간 만에 문제정의를 마치고 드디어 문제해결 단계로 넘어 갈 수 있었다. 디코는 팀에서 가장 선배지만, 역시 본인도 모든게 새로운 경험인 청소년이었고 리더 역할과 배우는 학생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MBTI로 식으로 보자면 전형적인 [E]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나가기 싫어하는 매우 [I]이다. 그렇게 거캠의 시간은 흐르고 아이에게는 부모의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성장이 있었던 것 같다.
"디코는 대학에 왜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봄에 있던 학부모 면담의 시작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올해가 지나면 다음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 시기였고, 별 다른 본인의 표현이 없어서 막연히 대학 진학인가? 하고 있었는데 깜짝 놀랄 이야기 였다.
본인이 왜 대학에 가야 할지 의미를 모르겠다고 하는 것은 구체적인 발견이다. 무엇을 하고 싶다는 것과 정반대의 방향이지만, 구체적인 인식이다. 그럼... 무엇을 해야 할까?
디코는 이제 시작한 문제해결 프로젝트를 밀고 나가서 창업까지 도전해 보겠다고 했다. 선생님은 학교가 적극적으로 학생들의 도전을 지원할 것이고 올해를 지켜봐 달라고 하셨다. 큰 고민은 없었다. 방향이 정해졌고 그렇게 하기로 했다. 뭔가 불안감과 뿌듯한 기대로 두근거리는 그런 마음이었다.
디코가 대표를 맡은 [온이프]는 청소년들의 친환경 습관화를 주제로 창업을 준비중인 팀이다.
여름이 시작될 즈음인지, 강원도에서 하는 창업 대회에 발표하려 몇번 다녀온다고 했다. 어른들도 하는 대회라고 하던데, 나중에 [온이프]가 2등을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작은 경험들을 쌓는 구나 했는데, 관련된 여러 대회와 활동을 열심히 준비하고 참여한다고 했다.
"디코팀이 최우수상 - 장관상을 수상했어요!"
거캠에서 카톡이 왔다. <대한민국 청소년창업경진대회>에서의 성과라고 했다. 기특하기도 하고 멋지다는 생각과 참 설명하기 어려운 뿌듯함이 느껴졌다. 물론 창업경진대회와 실제 창업은 많이 다르지만, 멋진 도전과 경험임에는 틀림없다. 열심히 하는 일을 통한 긍정적 성취 경험 만큼 좋은 것이 있을까?
아쉽게도, 올 해 참여한다는 마지막 대회는 지원서 마감 최후 순간까지 자료를 고치고 막판에 업로드 하는데 대회 시스템 오류로 지원을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게 부모 마음일까? 아이들의 실망을 생각하니 내일 보다 더 감당하기 힘들게 너무 가슴이 아팠다. 후에 참여한 다른 거캠 친구들의 좋은 성과 소식이 들리니, 디코 마음이 얼마나 아쉬웠을까 하고 내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디코는 그런 내색 없이 계속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아빠 바빠요?" 늦은 밤 카톡이 왔다.
어떻게 세종시와 협업을 맺어 청소년 대상 워크숍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615명이나 교육 요청이 왔다고 했다. 그런데 워크숍에서 사용할 200개 정도의 친환경 용품을 후원 받아야 해서 여러 회사들을 찾아서 메일을 보냈는데, 이번주까지는 확정해야 진행에 문제가 없는데 아무런 회신이 없다고 했다. 콜드콜은 결과를 얻기가 정말 힘든데, 그 힘든 시도를 하고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연락을 해 온 것이다. 연락한 회사와 메일 내용을 알려달라고 했다. 아빠도 한번 아는 곳이 있을지 알아보겠다고, 급한 마음에 믿을 만한 분들에게 조언을 청했다.
사실 이정도 규모는 아빠가 돈으로 후원을 해주면 바로 해결될 문제였지만, 이번 경우는 그렇게 해결하는 것이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 문제였다. 자신이 결정한 앞으로의 진로를 해결하는 것은 아빠가 아니라 본인이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다. 나는 머리로는 참고 응원하고 기다려 주는 것 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마음이 답답해 혼자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부모 마음이란건 참 ㅁㅊㄴ 널뛰듯 한다.
디코는 다시 연락을 하고 또 시도를 해보겠다 했다. 그렇게, 다음날에도 아빠는 혼자 속으로 안달하고 있는데 카톡이 왔다. "다른 곳에서도 연락이 왔어요" ... "이제 20개만 더 후원 받으면 되요!" 고생할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지만, 막연하게 어려울 줄 알았던 일을 스스로 풀어가는 모습을 보니 또 아빠의 마음이 뭉클해진다.
"아빠"는 눈물이 많다.
그렇게 지유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다음 주에는 창업에 도전하는 거캠의 친구들 10명이 선생님 한분과 함께 3박4일로 제주 여행을 간다고 한다. 이제 Exit을 준비하는 졸업여행과 추억여행을 만들기로 했다고 한다. 모든 경비는 다들 그동안 상금으로 받은 돈으로 충당하기로 했단다. 좋은 여행이라 생각했는데, 하루는 제주도 어느 중학교 전교생 워크숍 진행을 하기로 했단다. 하하, 거캠 라이프가 참 쉽지 않다. 어른도 쉽지 않을 도전들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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