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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Feb 24. 2016

여행 후에 남은 것들

#일상과 여행, 그 차이에 대하여.

 처음 여행다니면서 느낀 것 중에 하나는, 여행에 비해, 내가 매일매일 살고있는 일상이 얼마나 지루하고 재미없는 공간이자 시간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근데 여행과 여행사이의 일상을 두어번 지내다보니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일상이 여행과는 다르게 지루하게 느껴지는 건, 우리나라에 에펠탑이 없어서라거나, 에메랄드 빛 바다가 없어서라거나, 맛있는 파스타 집이나 젤라또 가게가 없어서가 아니라, 여행때처럼 한시간한시간이 아까워서 어떻게든 좀더 많은 걸 보고 먹고 경험하려고 노력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결국 마음가짐의 문제다. 한번이라도 내 일상공간을 여행하듯 구경해본 적이 있었던가?


 매일매일이 쳇바퀴마냥 삥삥삥삥 똑같이 굴러가는 거 같았는데, 집을 떠나보니까 삶을 지루하게 만들고 있는 변하지 않고 항상 똑같은 주변 사람들도 아니고, 매일매일 엇비슷한 말만 하는 것 같은 졸린 수업도 아니고, 아침마다 매번 타는 지하철이나 버스도 아니고, 똑같은 잔소리만 반복하시는 부모님도 아니고, 그저 그런 상황을 마냥 무기력하게 받아들이는 '나'라는 걸 절실히 느꼈다.


 요새 그냥 매일매일이 즐겁다. 힘든 일이 없는 것도 아니고 어려운일이 없는 것도 아닌데, 항상 좋고 재밌고 멋진 일만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더해, 괴롭고 어려운일들도 약간 고개 틀어서 바라보대학활에서만 할 수 있는 에피소드 중에 하나처럼 보이니까 그런지.. 아니면 이제 요론 생활도 이일년뿐이라 그런건지.. ㅋㅋ 하고싶은 거랑 해야할 거랑 그리고 내가 지금 하고있는 게 각기 다르면 삶이 참 어렵고 괴롭게 느껴졌었는데, 우연인지 맘을 편하게 먹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요 세박자가 딱딱 맞아 떨어지고 있다는게 신기하다. 그저 주변에 있어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아직 대학생인것에 (ㅋㅋㅋ) 감사하고, 아직도 즐기고 경험할 수 있는게 많다는 것에 감사하고, 아프면 아픈대로 얻는 게 있다는 것에, 또 재밌으면 재밌다는 것에 감사하. 햄볶는 나날들이다. :)

-20130313


 여행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또 일상이 길어질수록 여행의 설렘을 가지는  어찌보면 모순이지만, 결국 이 두가지가 삶을 선순환시키는 게 아닌가 싶다. 


전에 끄적였것에서 오늘 다시  새롭게 느낀다.


 여행에서 만났던 사람들 중에 아이러니하게도 '할게없다, 심심하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곤 했다. 일상이 싫어 여행을 와놓고도 저런말이 나오나 싶지만, 나도 종종 공감했던 여행의 단면이다. 여행의 기술이 딱히 없던 시절에 말이다. 


 마냥 다른 것을 보고 먹고 느끼는 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행이란 다른 공간속에서 순간을 살아본다는 면에서 일상의 연장이고, 내가 일상을 어떻게 보내왔었는지를 돌이켜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내게 당장 '해야할' 일이 없을 때, 내게 휴가와 같자유시간이 주어졌을 , 못봤던 예능프로나 영화찾아보고, 맛있는걸 먹으러 찾아다니고, 푹신한 침대에서 세상모르고 자는 것 말고, 일상속에서 그 자유를 '즐기는' 방법을 찾아 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결국 '여행을 어떻게 해야 즐길 수 있는가' 하는 문제와도 직결된다.


1.익숙한 것에 낯설게 다가가보는 것

-친한친구에게 처음만난 사람처럼 반갑게 인사하는 것

-내가 사는 도시를 처음 여행하는 것처럼 돌아다녀보는 것

2.적어도 열 걸음에 한번은 뒤를 돌아보는 것

3.제일먼저 오는 버스를 타고 맘에드는 동네에 내려 여행해보는 것

-지하철 2호선을 타고 해질녘까지 바깥구경 사람구경을 해보는 것

4.자주 만나는 사람이지만 말을 섞어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먼저 말걸어 보는 것

-이를테면 경비아저씨나 집 앞 편의점 알바, 마트 점원, 피씨방 주인같은 주변사람들


 삶이 무료하거나 지겨운 , 삶 자체의 문제라기보스스로가, '해야하는 ' 이외의 삶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제와 단 한가지라도 다르게 오늘을 살아본다면 (매번 성공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일상이 매일 똑같다는 말의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 정도는 금방 알아챌 수 있을 거다. 여행을 삶처럼, 삶을 여행처럼 즐긴다면 여행의 설렘을 삶 속으로 가져오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닐거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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