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출근 날

by 류이음
스크린샷 2025-12-01 오전 10.31.37.png 사진: Unsplash의 Jose Losada


지난주 금요일이 회사로 출근하는 마지막 날이었다.


짐을 박스에 담고 텅 비어버린 책상을 잠시 내려다보았다.


언제나 결재 서류와 모니터와 급한 메모들로 빈틈없이 가득 차 있던 공간이었다.


주인을 잃고 하얗게 드러난 책상 표면은 마치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낯선 행성처럼 어색했다.


그 기묘한 공허함을 뒤로하고 나는 사무실을 나왔다.


이상하게도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앞섰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이제 오롯이 ‘쓰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타인의 꿈을 보조하기 위해 매일 아침 무거운 몸을 이끌고 통과하던 회전문을 더 이상 지나지 않아도 된다.


이제 사람들의 마음에 닿을 진짜 문장을 짓기 위해 나만의 고요한 책상 앞에 앉아서 일을 할 수 있다.


나는 이제 잇는 일을 하려 한다. 세상과 브랜드. 사람과 사람. 혹은 진심과 진심 사이.


서로 닿지 못해 외로운 것들을 다정한 문장으로 연결하는 일.


그것이 나의 새로운 명함이다.


나는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의 글에는 분명 남다른 온도가 있다고 믿는다.


억지로 짜낸 차가운 활자가 아니라 쓰는 사람의 체온이 묻어나는 문장.


나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


그 온기만이 누군가의 닫힌 마음을 열 수 있다고 믿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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