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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Aug 17. 2016

카누가 너무 커~~

ready to go for camping & canoeing

다음주 월요일 토론토에서 날아오는 아들 녀석을 맞아하는 아비의 정성은 이제 하늘을 감복시키려 하고 있었으니.. 음냐 음냐 ㅎ 녀석이 유독 좋아하는 병어조림을 위해 큼지막한 병어 네마리, 거의 생것이나 다름없는 Blue Rare Steak 를 즐기는 아들의 입맛을 위해 T-Bone steak 두개, 필레 미뇽 큰 덩어리 하나, 통닭, 연어 스테이크용 생 연어등의 먹거리를 위시하여 3인승 카누, 6인용 텐트, 영하 12도 까지 견디는 침낭 두개, 에어 메트리스 하나, 시다 나무로 만든 클래식한 노 두개, 멋진 스타일의 라이프 자킷 두개, 캠핑용 조리 기구 한 셋트, 그리고 모기 퇴치용 스프레이 까지. 산악 자전거 까지 살려다 실을수가 없어 다음을 기약했다. 그리고 지금 가지고 있는 1인 승 카약 까지 하면 모든 준비가 완료 되었다. 짠~~ ㅎ 어렸을적 방학 때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방문할때마다 손자들을 기다리시던 당신들의 극진한 준비가 아마 이러했을 것이다. 대단한 출세 후의 금의환향도 아니고 외지를 떠돌다 실로 오랫만에 돌아오는 탕아도 아니건만 할머니 할아버지는 언제나 우리를 극진히 맞이해 주시곤 했었는데, 나 역시 이 아들을 맞이함에 있어 그러한 심정이 되는 것이다.

매장 앞 야외에 배 바닥을 들어낸채 전시되고 있었던 카누는 생각보다 너무 크고 무거웠다. 2인승 카누를 짊어지고 카누 포르타쥬를 위해 한 호수에서 다른 호수까지 옮겨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당연히 내가 혼자 짊어질수 있겠거니 했지만 어림없는 생각이었다. 매장의 젊은 직원들 둘이 낑낑거리며 겨우 내 밴의 지붕에 올려 주었고 난 번지 스트링으로 녀석을 지붕에 단단히 결박한 후 시속 80km 의 속도로 두어 시간이나 걸려 호텔로 돌아올 수 있었다.

벌써 8년전 이지만 온타리오의 웨스트레이크에서 만난 카누엔 세사람이 타고 있었는데 아녀자 둘이 노를 젓고 상남자 한 사람이 가운데서 여유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라이프 자켓도 안 입고선 거의 가라 앉을 것 같은 카누를 타던 이들의 재미있는 모습이 떠오르는데, 이번에 장만한 내 카누는 이것 보다 더 크고 넓을것이 분명하다.

밴 후미부에 철제 사다리를 거치하고 카누를 겨우 내린 다음 스토리지 룸으로 끌고 들어와 보니 그 크기가 장난이 아니었는데 세명이 탈수 있는 카누였기 때문이다. 접이식 등받이 의자가 있는 좌석이 두개, 음료 수발이 가능한 작은 아이스 박스가 중간에 있고 그 위에 한사람이 더 앉을 수 있는 구조였다. 이동하는데 애를 먹긴 하겠지만 튼튼하고 넓직한 녀석이 마음에 꼭 들었다.

영하 12 도 까지 보장한다는 침낭은 보기만 해도 후끈 달아오른다.

아이를 맞기 위한 준비 상황에 나름 자족해  행복해진 우리 부부는 와인을 나눴다. 나파 벨리 까버네 쇼비뇽은 그 강력한 드라이함이 여전했고, 한병 더 마시자며 코르크를 딴 버건디 피노 누아는 역시 좀 밋밋했다. 순하고 연한 부드러움의 피노 누아는 내 입맛에는 별로다.

이 황당한 와인 안주는 치즈가 다 떨어지자 급히 내가 만들어온 것이었는데 맛이 너무 좋았다. 마을 주민이 가져다준 텃밭에서 기른 팔뚝 만한 호박에 새우젓과 후추, 참기름을 넣어 볶은 것과 아삭한 식감과 향기가 좋은 숙주나물 볶음이었다.

아들이 와서 야영과 카누, 카약과 낚시등을 즐길 거대한 Madge Lake를 잠시 다녀 왔다. 주립 공원내인 이곳은 내가 사는 마을에서 차량으로 십오분 가량 정도 걸리는 지척에 위치해 있는데, 여름엔 보트와 낚시, 수영등을 즐기고 겨울엔 스키와 크로스 컨츄리 스키 및 스노우 슈잉(snow shoeing 설상화를 신고 걷는 스포츠) 행사가 자주 열리는 아름다운 공원 지대다.

이곳의 강이나 마찬가지로 물반 고기반의 호수에는 내 허벅지 만한 Northern Pike 를 비롯, Walleye, White Fish등과 각종 송어들이 서식한다. 이곳의 주민들은 여름에는 물론 겨울의 ice fishing 을 위해 수 미터의 얼음에 거대한 드릴로 구멍을 내어 낚시를 즐기곤 한다.

관통하는데만 수십 킬로가 넘는 너른 공원의 한켠에 캠프 사이트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공원 관리소 측에서는 바베큐나 캠프 파이어를 위한 통나무 장작을 엄청 쌓아 놓기까지 했다.

이곳의 터줏대감인 흰꼬리 사슴들은 물론이고 운이 좋으면 호기심 가득한 곰과도 조우할 수 있는 곳이고, 팀버 울프와 카요리등의  합창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아들과 은하수를 바라보며 혹은 오로라를 바라보며 맥주를 함께 마시며 무슨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 인생의 아름다움에 대해, 인생에서의 쓴맛이 주는 교훈에 대해, 친구들의 소중함, 형제 자매간의 우애, 배움이 가져다 주는 꿈에 대해, 그리고 지금 녀석이 사귀고 있는 여자 친구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겠지.

돌아오는 갈 잠시 스친 흰 꼬리 사슴은 수줍음이 많아 바로 숲속 제집으로 사라졌다.


c u soon gu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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