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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Dec 30. 2016

at the bar

lunch time jazz@dora keogh

가끔 운이 좋으면 왕족같은 점심을 즐길 수 있다. 나름 토론토 최고의 재즈 팀의 연주를 홀로 감상하며.

 단, 용감하게 홀로 테이블에 앉아 가벼운 점심을 먹으며 그 연조 깊은 뮤지션들의 세션을 대할 배짱 정도는 있어야 한다. 과거 왕정 시대에서는 왕가나 고위 귀족들마다 전용 음악가 집단을 거느리고 있었지만 오늘에 와서야 포악한 독재자들이나, 돈이 넘쳐 주체를 못하는 부호들을 제외하고 일반 민초들이 홀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우적 우적 음식을 씹어가면서 격조 높은 음악을 대할 수 있는 상황은 흔하지 않은거다. 

콘트라 베이스 연주자이자 팀의 리더인 이 아리리쉬 뮤지션은 그 포스가 장난이 아니다. 익살스럽게 클래식 소품 가락을 살짝 들려주기도 하지만 세션을 리드 하는 그의 습은 매우 진중하면서 권위가 가득하다. 깃털만 꼽으면 윌리엄 텔 일 것 같은 멋진 모자도 그의 장중한 콘트라 베이스 음에 잘 어울렸다.

토론토에서 내 단골 아이리쉬 펍이었던 이곳의 서버(server)들은 대부분 아일랜드에서 온 친구들이었다. 그리고 난 그들의 아이리쉬 악센트의 영어를 좋아 했는데, 영국식 영어보다 훨씬 더 투박하고 구수한 악센트 때문에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속으로 웃음을 참으며 킥킥거릴때가 많았다.

난 가끔씩 찾아오는 이런 예기치 않은 컨서트 독대의 즐거움도 좋고 이곳의 주방장 아이리쉬 토니의 간단하지만 깔끔하고 오묘한 허브향의 음식도 좋고 그저 편하게 기네스를 즐길수 있어 좋고, 또 적당히 어두운 이곳에서 별 다른 생각없이 맥주를 홀짝거리며 책을 읽는 것도 좋다. 이곳 아리리쉬 펍 '도라키오'가 좋지 않을 수 없다.

토론토 라이슨 대학 교수이기도 한 피아니스트는 쿠바 출신의 뮤지션인데 항상 과묵하지만 현란한 improvise를 구사한다. 이들의 연주는 두세번 접했었는데 오늘은 우연찮게 다른 손님들이 전혀 없었던 관계로 이들은 날 앉혀 놓고 신나게 그들의 세션을 즐겼다.


see you guys l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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