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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Jan 21. 2017

@high park.toronto

봄 햇살을 한껏 머금은 벚꽃을 황홀하게 바라 보던 일은 내가 토론토에서 살면서 봄을 맞이하던 하나의 의식이었다. 유서깊고 너른 하이 파크의 능선과 잔디 밭, 커다란 호수 주변, 그리고 작은 개울가를 거닐며 아이들의 재잘거림 속에 머리칼 속으로 산들바람이 스며듬을 느끼는 일은 계절을 새롭게 시작하는 내게 봄의 여신이 주는 세례였다.

이 공간의 모든 곳에 스며있는 평화스러움을 천천히 그리고 찬찬히 살피며 바라다보며 내가 살아있음이 고맙게 여겨지기도 했다.

우리 젊었을적 우리가 스스로 꽃이었던 시절엔 주변의 아름다움엔 아랑곳 하지 않았었다. 온통 급하게 지어진 사각형 회색빛 건물들에 둘러 쌓인 콘크리트와 시멘트로 가득찬 도 한 가운데에서도 우리는 우리 자신들만으로 그 곳을 푸고 싱그럽게 만들수 있었다. 단번에..

하지만 우리가 나무처럼 봄마다 꽃을 피울수는 없는 것이다. 검은 머리가 벚꽃 잎새만큼이나 하얗게 변해가면서 그 푸르렀던 젊음은 우리를 닮은 다음 세대로 이어져 갔지만, 간혹 이렇게 좋은 날에는 우리도 우리의 봄을 추억하면 되는 것이다.


Bye for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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