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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Feb 12. 2017

비오는 날의 수채화

@don river.toronto

아들과의 추억을 되짚어 보다가 거의 십년전 봄비가 종일 내리던 날 녀석과 나섰던 토론토 돈강 바이크 트레일의 사진들을  다시 정리해 본다. 앳띤 녀석의 얼굴은 이제 청년으로 변모했지만 아들을 생각하면 녀석의 어렸을적만 유난히 떠오르게 되는 아비로써의 마음은 아련하기만 하다. 자식들을 생각하며 굳이 애틋할 것 없는 부모들은 모르겠지만, 난 이렇게 한번이라도 더 자식들을 떠올리고 싶은 거다.

오월의 토론토는 아직 그리 따스한 기운이 돌지는 않았었지만 신록의 기운은 봄비와 더울어 온 주변에 가득했다. 아침 내내 비가 내렸고 하루 종일 비가 계속되리라는 예보였지만 우리 부자는 각자의 바이크를 챙기고 가벼운 레인 자킷을 걸쳐 입고서 우리가 사는 주변을 흐르는 Don River 트레일에 나섰다.

어미를 잃었는지 어미 곁을 떠날 시간이 되었던 건지 어린새는 비오는 숲에서 낑낑 거리고 있었다. 아들은 비에 젖은 새를 살피다 잎사귀로 작은 집을 집어줬다.


아이의 키가 지금의 반만큼도 되지 않았을때 캐나다에 도착해 이곳의 초등학교 생활을 막 시작했던 아들은 당시 이 길잃은 새처럼 애처럽고 난감했을지 모른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딸아이는 혼자 울면서 화장실에서 도시락을 먹곤 했다고 했다. 감사하고도 다행스럽게도 둘다 잘 적응하면서 자라나 이젠 당시의 교우들이 다들 절친이 되었지만 낯선 나라 낯선 언어 속에서 힘들어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

계속해서 내리는 빗속에서도 아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은 괜한 든든함과 위로감이 함께 한다고나 할까.. 아비의 이러한 심상은 비단 내가 한국적 사고를 가진 아버지라서만은 아닐것이다.

워낙 곤충을 좋아했던 아이는 혹시나 장수 풍뎅이 애벌레가 있지 않을까, 분해되어가는 고목 주변을 봄비 속에 삼십분간이나 살펴 봤다.


비가 내리는 숲속의 향기는 들릴듯 말듯 고요히 연주되는 생명의 교향곡이었다.



i miss you my 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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