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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Mar 15. 2017

우린 또 길을 떠나겠지요..

on the road to friend's@manitoba

길이 끝나는 곳에서 우리의 길은 시작되고.. 제가 한참 지프에 빠져 한국의 산을 오르 들을 가로 지르며, 강을 건너며 돌아 다닐때 제 가진 모토 였답니다. 우리는 언젠가 영원한 끝에서 더 이상 갈 곳을 찾을 수 없겠지만 이제까지의 길에서는 언제나 그 끝에서 새로운 길이 시작되곤 했지요.

언젠가 마니토바라는 인근 주(Province)에 다녀 왔답니다. 제가 찾아간 곳은 거대한 목장을 가지고 있는 친구의 사무실이었는데 그 넓은 곳은 주소조차 없어 GPS 에 의지할 수도 없는 곳이었지요. 지형 지물과 주변의 형세등을 통해 찾아 가는 곳이었고 물론 비포장 길이었답니다. 두어시간을 헤매었지만 그 거대한 벌판에 바둑판 처럼 나있는 길들은 곧 저를 길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그 사이, 전 제 애마를 마치 말인양 달리며 그 넓디 넓은 주변을 돌고 돌았었지요. 강을 건너고,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급경사 길도 오르락 거리고, 비포장길이 점점 좁아지더니 결국은 길이 끝나는 곳에서 다시 돌아나오기도 하고 차가 온통 머드 팩을 뒤집어 쓰기도 하고 말입니다.
전 길을 찾지 못해 초조한 마음과 함께 그 거친길을 시속 90 km 가 넘는 속도로 좌충우돌 헤메고 돌아다녔답니다. 결국은 포기하고 제가 찾아가는 주인공인 Albert 에게 연락, 그가 자신의 트럭을 몰고 절 마중을 나오며 상황이 종료 되었답니다. 이미 그는 제가 길을 잃을 걸 예상하고 몇통의 voicemail 을 남겼더군요. 목장에서 절 데리러 나온 알버트는 그의 트럭을 제 지프 옆에 바싹 대면서 거의 다탄 꽁초를 물고선 예의 그 사람 좋은 웃음과 함께 제게 소리쳤습니다. 피터! 이곳 주변 투어링 잘했지! ㅎㅎ.. oh, yeah.. ㅎ 전 머쓱하게 인정할수 밖에요.

그의 목장 오피스에 당도해 다시 만남을 서로 기뻐하며 전 그에게 담배를 듬뿍 선물했고, 그는 그가 제대로 담근 정말 맛있는 보드카, 혹은 안동 소주 같은 향을 가진 밀주를 내놓아 서로 맛있게 마셨답니다. 그의 목장에서 담배를 사러 인근 타운으로 나오려면 아마 한시간 이상 트럭을 몰아야 할겁니다. 그래서 전 그를 방문할때마다 제가 가지고 있던 담배의 대부분을 가져와 그의 오피스에 놔두고 오곤 했었지요. 대형 목장과 함께 엄청난 부동산 자산을 가지고 있는 알버트지만 그는 이제 그의 취미를 살려 Home Made Sausage 와 Hamburger Patty, 그리고 그가 사냥하거나 낚아올린 각종 육류와 어류의 훈제 제품들을 그의 농장에서 만들어 냅니다. 그만의 레시피가 적용된 수제 제품들은 사스카츄완 주와 마니토바 주의 각 도시로 불티나게 팔려 나갑니다. 그의 소박하지만 잘 유지되고 청결한 설비들은 캐나다 연방 정부의 인증까지 득해서 이곳에서는 아주 알아주는 설비랍니다. 그래서 전 제 호텔의 레스토랑과 Catering 그리고 연회 비지니스에 소요되는 각종 소시지 와 햄버거 패티들을 이곳에서 만들어 가기 위해 알버트를 방문하곤 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오늘 길을 잃어 참피함을 무릅쓰고 그에게 구조를 요청한 것이었는데, 길을 잠시 잃는 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참 즐겁고 신나는 여정이기도 한것 같습니다. 떠나는 내게 알버트는 그가 만들어 이제 막 훈제가 끝난 무스(Moose) 소시지와 기러기(Canadian Goose) 소시지를 맛 보라 싸주었습니다.

길이 아니었던 길, 전혀 익숙치 않았던 길, 끝까지 달렸더니 예상과는 전혀 다른 길이 나타났던 길, 가다 보니 유실되어 없어져 버렸던 길, 가치관이 바뀜과 동시에 이제껏 길이라고 생각해왔던 길이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릴수 밖에 없었던 길들.. 우린 정말 많은 길들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램프의 요정을 따라서건, 무지개 저편 너머의 파랑새를 쫒아서건, 우린 또 다시 우리의 길을 떠나겠지요.

겨울이 오면 마니토바로 가는 길은 이렇게 변한답니다. 캐나다 버전의 삼포로 가는 길.. 이라고나 할까요. ㅎ
북미의 도시들을 온통 마비 상태로 빠지게 하는 혹한과 폭설에도 이곳은 그저 평화롭기만 합니다. 눈이 아무리 많이 내린다 한들, 이 너른 들판은 희고 고운 이불을 자꾸 덮는 것일 뿐이지요. 겨우 살이 준비를 단단히 끝낸 숲과 구릉의 나무들에게 영하 40도 건, 50도 건 아무런 대수가 아닙니다. 철새들은 이미 추위를 피해 다 남쪽으로 내렸갔고 날개가 하얀 멧새들은 떼를 지어 하얀 추위를 즐기기 까지 하지요.

너무 추워 보여 삭막하지만 한편으로 평화로워 보이진 않습니까? 이쁘고 따뜻하고 편리한 도시적인 것에만 너무 익숙해져버린 우리는 이러한 광경을 대하면 바로 고개를 돌려버리기도 합니다.


listening to 'follow your arrow' by kacey musgra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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