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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Jun 25. 2017

벗이 먼곳에서 찾아오니..

canoeing@madge lake.sk

하늘이 살아 움직이는 곳.. land of living skies.. 내가 사는 주의 모토다.

이토록 아름다운 날에 내 사십년 지기 벗이 오로지 날 보기 위해 태평양을 건너 날아왔다.

밴쿠버를 거쳐 이곳 사스카추완 주도인 리자이나 공항에 도착한 친구를 픽업하러 난 세시간의 드라이브를 했는데 내내 친구와의 재회의 설레임과 함께했다. 녀석이 이곳까지 오다니..  

우린 집사람과도 익히 아는 친구 사이였는데 오래전 조박사가 영국에서 무관을 할때 런던을 혼자 방문한 아내가 그의 가족들이 사는 집에서 며칠 묵은적도 있었다.

그를 위해 준비한 캐나다 최고 등급의 소고기로 정성스레 스테이크를 준비했고 와인을 나누며 박장대소 속에서 우린 소소하고도 재미있었던 옛추억들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

친구를 위해 내가 직접 담은 식혜도 제맛이 들었다.

수온이 적당하면 스킨 다이빙도 즐기기 위해 새로 장만한 마스크와 핀들로 짖굳은 장난도 쳐보고..

조박사와는 고등학교 일학년과 삼학년때 같은 반 단짝 친구로 사작해서 이제 거의 환갑으로 치닫는 나이에도 서로를 북돋아 가며 인생을 나누고 있다. 친구는 공군 사관학교를 졸업해 평생 군인의 길을 걸었고 물리학도 였던 난 과학자에서 엔지니어, 컨설턴트의 길을 걸었는데 길은 서로 많이 달랐지만 인생의 굴곡을 지나며 배우는 교훈과 달고쓴 인생사를 나누며 기뻐하거나 떨쳐내곤 했던 우리만의 많은 추억들이 있었다.

이제 난 제도권에서 떨어져나와 캐나다 강호에서 나만의 사업을 꾸려가고 있지만 조박사는 공군대령으로 예편 후 학위를 하고 세계굴지의 헬기 회사를 위해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면서 제2의 전성기에 접어들고 있다. 새로운 커리어를 쌓아가며 여러 나라들을 출장 다니는 가운데 시간을 쪼개 휴가를 내어 내게 온것인데 내 협박어린 권유에 짬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장하다 친구야!!  좌간 이곳에서 나와 함께하는 닷새동안 각지에서 비지니스 관련 메일과 카톡이 계속해서 친구에게 쏟아져 들어왔다. ㅎ

다음날 아침 우린 인근의 주립공원으로 캠핑과 카누 피싱을 위해 든든한 카누를 실고 나섰다.

주립공원 사무실에서 피싱 라이센스를 구입하고 캠핑 허가서등을 발부 받으며 이곳에서 사는 원주민 동물들과 호흡을 같이 하려니 푸듯해오는 심정이었다.

작년 여름 토론토에서 방학을 맞아 잠시 돌아온 아들 녀석과 삼박사일의 캥핑을 즐겼던 바로 그곳에서 친구와 텐트를 치고 모닥불을 지피고 음식을 나눴다.

오랜 친구면서도 예를 갖춰 서로를 존중하며 진지하지면서 조심스럽게 우정을 이어온 우리는 오늘 그 옛 동심으로 돌아가 신나게 불을 피우고 노를 저으며 바람소리 속에 떠가는 구름을 바라보며 각종 오리들과 기러기들 그리고 카이오리들의 울음 소리와 함께 우리의 또다른 형태의 우정을 나눴다.

캐나다에서 많이 생산되는 상큼한 베리류들은 자연 속에서의 캠핑 모드에 썩 잘어울렸고..

친구가 가져온 요즘 유행하는 Go-Pro 액션 카메라 는 사연이 있었다. 친구의 형님이 형수님과 이태리 여행을 떠나기 위해 알리바바에서 구입한 것인데 이번 개각에서 장관에 오르는 바람에 여행은 물거품이 되고 조박사에게 쥐어주며 가져 가서  잘 찍으며 놀라고 했다는 것.. ㅎ  난 형님이 행정고시를 준비하던 당시부터 공무원이 되고 고위직에 오르시던 모습을 잘 봐왔고, 이제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장관에 올랐으니 대단한 분이란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은퇴후 십년간 아무 욕심없이 성당 활동만 하시면서 강의 정도만 해 오시던 선비같은 분이었으니..

캐나다에서 캠핑시 빠질수 없는 메뉴 아이템인  sweet corn은 언제나 맛있다.

모닥불 음식에 익숙치 않은 친구의 소시지 바베큐는 무지 어설펐다. 그래서 더 즐거웠다.

자작거리며 타는 자작나무 장작을 바라보며 우린 한동안 멍 때리기에 돌입했다.

나무 타는 은은한 냄새와 정겨운 열기는 멍때리기엔 더없이 좋다.

그래 맞다. 이렇게 즐거워 하고 있는 내 친구는 이 모닥불 멍 때리기를 위해 그 먼길을 귀중한 시간을 들여 온 것이다. 가장으로서, 조직원으로서, 그리고 조국에 평생 몸 바쳤던 군인으로서의 삶을 되집어보고 다시금 새로운 모습과 새로운 각오를 다지기 위한 이 위대한 멍때리기를 위해 이곳에 있는 것이었다. 짜잔..!!

미동도 없어야 하는 멍때리기가 '정' 이었다면 비자루 타는 해리 포터 놀이는 '반' 이었다. 이 요란한 점프의 연속에 우린 쉴새 없이 웃었다. 정반합 프로세스의 이치는 이곳에서도 촌각을 다투며 어김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ㅋ

무릎 골절의 risk 는 안중에도 없는듯 우린 원하는 샷을 얻을때까지 계속 해서 날어 올랐다. 날아라 수퍼 패들!! ㅎ

정반합의 완성 '합' 은 먼길을 마다 않고 온 오랜 벗과 함께 하는 음식일 것이다. 특히 요리사로 변신한 내가 직접 정성스레 마련한 푸짐한 음식과 귀한 와인이기 때문에.. 귀한 와인 중 단연코 으뜸인 것은 친구와 마시는 와인이다. whatever the brand or whatever the species of grapes are..

 

둘쨋날 또다른 카누 트레일을 위해 우린 만찬 후 바로 꿈속으로 곯아 떨어져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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