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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Jun 27. 2017

머빈의 별장.. 거의 박물관 같았던

Mervin's cabin@Manitoba

어제의 river canoe trail 의 상쾌함이 이어지며 오늘은 친구와 1박 2일 일정으로 마니토바에 있는 글렌의 사촌 머빈의 별장으로 향했다.

오랫만에 내가 운전을 하지 않아 글렌이 모는 차안에서 난 연신 맥주를 들이켰다. 어린 시절 소풍가는 기차에서 찐계란과 콜라를 마셨듯.

Glen 은 지금 내가 인수해 운영하는 호텔의 전 주인이자 내 친구이며 캐나다에서의 내 인생2막의 멘토이기도 하다. 나보다 십년 연상인 그는 아직까지 내게 농담을 하곤 한다. 헤이 피터, my friend, 그때 자넨 호텔 비지니스가 뭔지 전혀 모르고 덜컥 인수해 버렸지 껄껄.. 그에게서 호텔을 인수한지 벌써 5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가면서 글렌과 난 비지니스 관련 일들은 물론이고 마을과 가족들의 대소사를 나누며 우정을 다져오고 있는데, 이번 서울에서 내 친구가 방문한다는 소식에 캐나다의 전형적인 cottage life(별장 생활)를 친구에게 맛보여 주자며 글렌의 사촌이 보유한 마니토바주의 한 주립공원내에 위치한 별장으로 향하게 된 것이었다.

어제의 나름 고된 카누 젓기 노예 코스프레에도 친구는 다시 팔팔하게 살아났고 예비역 대령, 경영학 박사 타이틀에 어울리지 않는 소년 같은 웃음으로 오늘의 또다른 여정을 시작했다. 아이스박스엔 오늘 마실 온갖 종류의 맥주와 앱솔루트 보드카, 그리고 2011년 보르도산 메독 와인과 함께.

400여 km 의 길이로 캐나다 남북을 종단하는 하이웨이 83번을 타고 우리는 대초원 지역을 드라이브 하기 시작했다.

가도 가도 끝없이 펼쳐진 초지와 목지가 빚어내는 장관은 내겐 익숙하지만 친구에겐 평생 잊지못할 풍경이 될것이다. 친구가 방문하며 보는 하루 하루 한 장면 한 장면, 그리고 한입의 음식, 한 모금의 술이 once in a life time 임을 난 안다. 이곳이 도시에 사는 캐나다인들에게는 쉽게 여행하기 힘든 곳이기도 하고, 친구와 관련된 모든 숙식, 피싱, 캠프 화이어, 카누 타기, 그리고 오늘과 같은 캐나다식 휴일 보내기 등등은 오로지 친구를 위해 내 아내와 내가 준비해낸 것이기 때문에 어떤 일반 관광객들도 경험해 볼수 없는 일정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부드럽게 형성된 계곡을 지나고

울창한 삼림지대 속으로 진입하면서

글렌이 모는 링컨 SUV는 머빈의 별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열발자국 앞이 거대한 호수인 이곳에 소담스런 이층 목재 cottage 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 별장은 삼십년전 오늘의 주인공 할배 머빈(Mervin)과 글렌이 함께 지어 올린 건물인데 이 친척관계의 두사람과 관련된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오늘의 우리같은 많은 방문자들의 추억이 고스란히 서린 곳이었다.

온전히 시다(cidar) 소나무 패널로 지어진 건물로 들어서자마자 난 탄성이 나왔다. This is it! 바로 이거야! 넘 좋아! Thanks for inviting us, Mervin!

머빈의 장인이 잡아 올린 1 미터급의 거대한 파이크(northern pike)가 내 눈에 가장 먼저 들러왔다.

그리고 더 이상 따뜻할수 없이 활활 차오르는 장작 스토브(wood stove)! 내 호텔의 management suite 에도 설치하고 싶지만 fire safety 입장에서 자제하고 있는 이 멋진 통나무 스토브 인 것이다.

더구나 굴뚝(chimney)을 얼마나 솜씨있게 잘 설치했던지 향긋함 말고는 어떤 연기도 새어 나오지 않았다. 여기서 난 잘타고 있는 장작을 쓸데없이 뒤적이며 잠시의 멍때리기에 돌입했다.

얼굴의 화끈 거림을 느끼며 멍~~~

자그마한 체구의 칠순 노인인 머빈에겐 은퇴란 없다. 아직 여러 농장과 건축 관련 비지니스를 이끌며 활동적 인생을 영위라고 있다. 몸이 따라주지 않아 술담배는 거의 못하지만.

거실 한켠에 놓려진 브라운관 TV의 야구 중계 역시 빈티지 분위기에 한몫을 더했다. 이곳은 모바일폰 신호도 잡히지 않는 곳이라 채널은  위성 안테나로만 수신된다.

별장 쥔장이 애용하는 낚시대는 사실은 그의 아버지, 장인 어른, 친척들, 그리고 우리 같은 친구들이  사용했었고 이제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을 위해 언제나 사용 가능한 상태로 보존 되어 있었는데 손잡이가 아이언 캐스팅으로 만들어진 빈티지급 낚시대 들이었다. 요즘은 티타늄을 비롯한 각종 첨단 소재의 over-engineered된 장비들이 난무하지만 이러한 튼튼하고 단순한 장비들의 정직한 기능을 따라오긴 힘들다.

이것 저것 긍금한것이 많은 친구와 머빈, 글렌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별장 거실의 구석 구석엔 머빈의 개인적 역사가 놓여있고 걸려 있었다. 벽에 걸린 앙증 맞은 가죽 구두는 이제 칠순이 넘은 머빈이 일곱살때 신었던 구두였는데 그의 모친이 간직하다 지금 이렇게 그의 별장 한 구석에 추억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한 평범한 인간의 개인사가 별것이겠냐만, 열심히 정직하게 아들로서 남편으로써, 아버지로 또 좋은 친구로 살아오고 있는 한 사나이의 흔적을 되집어 보는건 잔잔한 감동과 훈훈함 그리고 부러움이 함께 하는 것이었다. 적어도 내게는.

그와 그의 가족들이 사용했던 시계들이 놓여 그 시절 그 시간들을 말해주고 있었다. And it reminded me of a song, a grandfather's clock.

직접 사냥한 사슴이 박제되어 있었고 사냥시 이용하던 덫 역시 그데로 전시되고 있었다.

그와 그의 가족들이 낚시 대회에서 수상한 많은 트로피와 명패들과 함께.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직한 토끼의 가죽.

별장이 위치한 덕 마운튼 주립 공원에 산재한 수많은 호수 중 한곳에서 잡았을 트라우트.

겨울 내내 일미터 넘게 쌓여 있는 눈위를 걸을때 신어야 하는 전통 방식의 스노 슈즈( snow shoes).

몬스터 피시들을 낚기 위한 큼직한 루어들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뛰었다.

이 녀석은 자꾸 보고 또 보고.

트라우트, 즉 송어의 종류는 매우 다양한데 한국의 열목어 역시 송어의 한 종류다. 바다에서 민물로 돌아오는 연어 엮시 송어의 한 종류고.

이곳의 넓고 깨끗한 호수에는 파이크와 월아이, 그리고 각종 송어를 비롯한 다양한 어종이 서식한다.

한국에서는 은계, 금계라 불릴듯 한데 이곳에서는 peasant 라 불린다. 한국의 꿩하곤 다르게 생겼다.

이 거대한 톱으로 아름드리 나무를 썰려면 한나절은 족히 걸렸을것이다. 집채만한 얼음을 썰었을 수도 있겠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시가 케이스들이다. 비지니스 컨설턴트 시절 내가 한때 즐겨 했던 쿠바산 시가 로미오와 줄리엣도 보였다.

키친에 위치한 빈티지 장작 오븐.. 침니가 설치되지 않아 쓸수 없지만 왼쪽의 서랍 같은 곳에 장작의 넣고 때면 훌륭한 컨벡션 오븐이 된다.

오븐을 열자 mini bar 가! 알고 보니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 마다 한두병씩의 술을 가져와서는 다 마시지 못하고 남기고 가는 바람에 거의 바 수준으로 다양한 술들이 모아지게 되더라는. 나 역시 이번에 가져온 40 온스 짜리 대형 앱솔루트 보드카는 삼분의 일도 못 마시고 이곳에 남겨 두었다. 얼마나 유쾌한지.

장작 오븐의 사용 예. 부엌 한켠엔 채곡 채곡 스토브용 장작이 쌓여 있었다.

쥔장 머빈의 침실.

레스토랑이나 연회장 등에서 흔히 보는 법적 수용 가능 인원 sign 인데 재밌다. 8,000 명 수용 가능!

쥔장 머빈의 최신형 포드 F-150와 20년된 또다른 F-150 모델, 그리고 우리가 타고온 글렌의 링컨 SUV.

Cottage 앞의 가득한 전나무들과 자작나무 바로 앞으로 거대한 Child's Lake 가 펼쳐져 있다.

우리가 카누 트레일에 나섰던 지난 며칠은 날씨가 더좋을수 없었으나 오늘은 폭풍성 바람과 함께 비가 쏟아져 예정되어 있던 모터 보트는 탈수 없었다. 머반의 큰 보트가 엔진 스타터가 고장나 다른 보트를 렌트까지 해놓았는데 운이 없었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호수를 보유한 캐나다 인 것이다.

호수에서 바라본 별장의 모습은 동화에나 나옴직한 모양이다. 자주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스키나 보드카등의 독주를 마시지 못하는 머빈을 위해 가져온 메독 와인은 코르크 따개가 없어 전동 드릴과 드라이버를 사용해 겨우 코르크를 파냈다.

장하다 사내들이여! 그 어려운 코르크를 따내다니!! ㅋ

아마도 평생 장작이란걸 패본적이 없었을 조박사가  뒷마당에서 몇개의 장작을 패서는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들어왔다. 남자는 모름지기 장작을 잘 패야할것 같은 머슴 신드롬이 있는거다.

별장 옆에는 수십년 넘게 자라고 있는 이삼십 미터가 넘는 우람한 자작나무들이 아름다운 위엄을 자랑하고 있었다.

서로의 가족 사진들을 보며 환담하는데.. 조박사는 당연히 스마트폰 포토로, 머빈은 오래된 사진첩을 꺼내왔다.

비지니스 맨이자, 목수, 그리고 요리사 이기도 한 글렌은 벌써 저녁식사 준비에 바쁘고.

꿀의 산지로 유명한 이곳에서 나는 꿀들은 아주 오래전 부터 이렇게 깡통에 담겨져 유통된 모양이다. 정겨웠다.

이 시계는 얼마나 오래전 부터 멈춰 있는것일까.

산뜻한 디지털 색상의 F-150 트럭의 콘솔은 머빈 할배에겐 잘 어울리지 않을듯 했지만 그는 거의 애인 다루듯 부드럽게 차를 몰았다.

인접한 별장에서 어슬렁 거리던 사슴은 우리가 탄 트럭이 다가가도 힐뜻 돌아볼 뿐이었다.

호수 주변을 둘러싸며 지어진 나무 별장들은 우리가 주말이나 휴가를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었다.

북미에서 판매되는 트럭 중 베스트셀러인 포드 F-150 의 거대한 사이드 미러.

우린 머빈의 안내로 각기 다른 물고기들의 서식지로 유명한 인근 호수들 투어에 나섰다.

어느 호수엔 궂은 날씨에도 한 가족이 나와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야생 연꽃이 피어나는 또다른 호수에서 호젓함을 즐기고.

폭풍우속 쌀쌀한 날씨에 이곳 호수엔 아무도 없었지만 우린 한시간 가량 캐스팅을 시도했다. 궂은 날씨에 그 많다는 고기들도 다 자취를 감춰버려 입질조차 받지 못했지만.

한국과는 달리 내가 사는 곳이나 이곳에는 보통 오십센티가 넘는 대형 어종들이 주를 이룬다.

주립공원내의 캠프 사이트엔 알록 달록한 카누들을 실은 차량들이 있었지만 날씨 관계로 다들 천막 속에서 요리나 해먹고 있는듯 했다.

이젠 나도 요리사지만 글렌이 요리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푸근해 지면서 어떤 맛있는 요리가 나올까하는 기대로 가득찬다. 글렌에게서 호텔을 인수한 초기 우리 호텔 연회장에선 많은 행사가 열렸었다. 수십명에서 백명이 넘는 행사들이 이어졌었는데 그때 마다 글렌과 메인 매뉴와 디저트를 상의했고 당시에 고용하고 있던 요리사를 글렌이 직접 감독하며 날 도와주곤 했었다. 거의 이년 동안이나..

머빈과 주변 호수 투어를 마치고 별장으로 들어오니 맛있는 요리 냄새가 진동했다. 그 사이 글렌이 저녁식사 준비를 거의 끝내가고 있었던 것.

글렌은 음식 재료들과 각종 양념들은 물론이고 포터블 튀김기 까지 가져와 완벽한 supper를 만들어냈다.

요리에 전혀 관심이 없는 조박사가 글렌의 요리 과정을 지켜보며 즐거워 한다. 친구야 요리에도 취미를 가져 보시게, 인생이 조금은 분주해지겠지만 훨 즐거워질테니.

바다의신 포세이돈의 애용품이었을것 깉은 이 사지창은 물속에서 고기를 잡는데 쓰는 것이었다.

이 녀석은 아무리 봐도 대단했다.

각종 bait 를 챙겨 캐스팅을 시도했으나 오늘은 물고기들과 만날 날씨가 아니었다.

폭풍우속에 기온이 급강하해 얼굴이 굳어 버렸다.

다음날 아침 뚝닥거리는 도마 소리와 향긋한 베이컨 냄새가 이어지며 글렌 표 아침식사 완성!

우리가 따나기 앞서 머빈은 그의 트럭에 트레일러를 장착했다.

Ready to go!

세월이 지나 이번 여행 역시 빛바랜 추억으로 변해 가겠지만 친구를 만날때면 언제나 기분 좋게 떠올릴수 있는 기억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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