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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Nov 26. 2017

햇볕 나들이

@stratford.ontario

최고 기온 영하 20도, 최저 기온 영하 39..  바람이 센 날의 wind chill 기온은 영하 50도에 육박하기도 하는 이곳의 대단한 겨울은 거의 육개월간 지속된다. 이러한 초현실적 날씨의 햇살에서는 따스함을 느낄수 없다. 단지 매우 밝을 뿐, 대지를 데울 정도의 따뜻함이 함께 하지 않는다. 이럴 즈음이면 토론토에서 한시간 반 정도 떨어진 아담한 타운, 셰익스피어 연극제로 유명한 스트랫포드의 안온하고도 화려한 햇살이 그리워 지게된다. 수다스럽지만 나름 한 인텔리 하는 캐나다 아줌마들이 내게 시무룩하게 말하곤 했다. 오늘 스트랫포드에서 햄릿 보고 왔어.. 인생이 뭔지.. 지금의 내 심정으로는 그녀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은거다. 아낙들이여 밝고 따스한 햇살 한조각 만 누릴수 있어도 그대들은 진정 행복해야 지니.. 우울한 햄릿은 잊어버리슈.

유월의 첫날 거의 태풍 수준의 바람이 불었지만 햇살은 더 좋을 수 없었다. 두어 시간의 드라이브 끝에 도착한 스트랫포드(Stratford). 셰익스피어 페스티발이 시작 되려면 아직 한달여나 남아서였던지 관광객들은 거의 없었 드래곤 보트 경주를 위해 강에서 훈련에 열심팀들이 좀 있었 이곳의 주민들만이 한적한 강가에서 아름다운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역시 물과 햇살 인거다. 연중 셰익스피어 관련 연극제와 각종 뮤지컬 그리고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는 이곳 셰익스피어의 고향인 영국의 스트랫포드를 캐나다에 만들어 놓은 곳인 수준 높은 연극제와 예술 관련 갤러리들 그리고 자연 환경의 수려함 등으로 인 여름 시즌에는 항상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곳인데 토론토에서 남서쪽으로 한시간 반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햇살의 탄생을 보는듯 했다. 비너스의 탄생보다 더 눈 부셨다. 백조를 보기만 하면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백조가 많은 캐나다 에서 자꾸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아주 오래전 영국 런던(캐나다에도 런던 이라는 도시가 있음 ㅎ)의 한 호텔에 부속된 고저택에서의 회의를 마치고 윈저성 부근에서 영국 hp 친구들이 주최하는 흥겨운 저녁식사를 했었다. 템즈 강에 인접했던 레스토랑에서의 식사가 마무리 될 즈음 난 와인 잔을 들고 잠시 발코니로 나왔는데 템즈강 건너편에 달빛을 받으며 노닥거리고 있던 백조들이 내 모습을 보더니 손쌀같이 내 쪽으로 건너오는게 보였다. 녀석들이 내게로 거의 다 건너올 즈음 갑자기 내 옆에 나타난 정장 차림의 전형적인 영국 웨이터의 흰 장갑을 낀 공손한 손엔 접시가 들여져 있었고 그 위엔 적당히 썰어진 바게트 빵이 올려져 있었다. 백조 녀석들에게 먹이로 주라는 것이었다. 이런 미학적 신기함과 놀라움 이라니.. 넘 기분이 좋았었다.

아마도 매년 토론토에서 개최되는 드래곤 보트 경주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인 것 같은데 서너 대의 드래곤 보트가 훈련에 한창이었다. 자신들의 사진을 찍는 날 보고는 V 자를 그려주는 싱그러운 숙녀.. 정말 심하게 아름다운 날이다.

아담한 다운타운의 한 가운데 마을의 랜드마크인 것 같은 첨탑이 매끈한 모습으로 서 있었고..

이번 나들이에 함께 한 친구인 마크와 맥주와 함께 맛있는 치킨 윙으로 요기도 하고..

이 멋진 건물은 너무나 깨끗하게 관리가 된 채 보험회사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었다.

빈 벤치는 오후 햇살을 오롯이 받으며 자신에게 앉아 휴식을 취했던 많은 사람들을 추억하고 있었다.

오리, 백조들과 함께하는 사람들은 행복하다.

옛 친구 같은 나이든 개와 함께하는 사람들도 행복하다.

친구인지 자매인지 나란히 숲속 벤치에 앉아 햇살을 바라보는 이들은 얼마나 평온할까..

자신을 갈고 닦으며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들도 행복하다. 한번 한번의 패들링때마다 삶의 열정과 패기가 가득하다.

소박하지만 어여쁜 화분 스탠드를 지나며 날듯 말듯한 향기를 느끼는 나 역시 행복하다.

이 아기 오리들은 뭣도 모르고 신나기만 하다. 지나는 모든 이들의 사랑스런 눈빛속에서..

행복함 가득함 속을 지나는 바이커 모녀의 일상은 보는 이들을 미소 짓게 한다.

햇살을 머금어 더욱 반짝이는 금발의 아기를 산책시키는 젊은 부부는 너무나 행복하다.

큰 나무는 자신의 일부가 편안한 벤치로 만들어져 사람들의 편안한 휴식처가 되었음를 보는 것이 행복일수 있기를..

건강한 젊은이들의 뒷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가슴은 뿌듯해 온다.

전혀 다른 개체들이 서로 어울려 평화로울수 있는 공간 속에 있을수 있음은 행복이다.

햇살의 아름다움은 그늘 속에서 보면 그 모습이 더 또렷해 진다.

이 공간을 사랑하며 행복해 했던 이들을 추억하는 벤치는 옷깃을 여미게 하는 숙연함이 함께 하지만 이 또한 날 행복하게 한다.


See you Stratf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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