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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Oct 02. 2017

한국은 추석인데 난 바쁘기만..

Life@the Prairie

5년동안 미뤄온 숙제를 풀었다. 유난히 짧은 가을이 오면 바로 닥쳐올 겨울이 두려웠었다. 거의 반년이나 되는 이곳의 겨울이 보통 겨울인가.. 영하 40도 까지 급강하하는 겨울엔 모든 방에 강력한 히터가 돌아가야 한다. 열 여덟개의 방이 있는 내 호텔에 게스트들이 꽉 차면 모든 방의 히터가 돌아갈 경우 엄청난 전력이 소모 되는데, 오년전 내가 호텔을 인수했을때의 히터-에어콘 겸용 기계는 거의 냉장고 만한 몬스터 220V 전용 1950년 산 GE 제품 이었고 난 거의 20 대나 되는 이녀석들을 혼자 들수가 없어 모조리 분해 해체하여 매립지에 가져다 버렸었다. 그때의 그 후련한 마음이라니..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반백년이 넘게 흘러버린 세월 동안 캐나다의 스탠다드 전원 시스템은 모두 110 ~125V로 바꼈고 220V용 히터는 호텔 객실에 사용할수 없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결국 난 완전히 독립적인 이 220V 전원시스템을 125V 용으로 전환 시키지 않고서는 내 호텔의 겨울은 문제가 많을수 밖에 없었다. 더우기 그 시스템의 서킷 브래이커, 즉 두꺼비 집은 한국의 한전과 같은 이곳의 사스크 파워 관계자들만이 열어 볼수있도록 sealing 이 되어 있었던 거다. 하는수 없이 방마다 비치되어 있는 TV, 냉장고, 커피 메이커등 각종 일상적 기기들을 위한 저전력 전용 전기 시스템을 히터를 위해서도 같이 쓸수 밖에 없었는데, 그러다 보니 겨울 시즌에 사냥꾼등의 게스트들이 한꺼번에 많이 묶을 경우 동시에 요구되는 전력량이 초과되어 이층 객실 전체의 전원이 차단되곤 했었다. 그럴때마다 호텔 쥔장으로써의 내 자존심이 곤두박질 치곤 했었고. ㅎ

그런데 오늘 이 시스템을 이곳 타운의 electrical engineer를 불러 서킷 브레이커 박스의 wiring 을 110V 로 완전히 전환시키고 각 방마다 해당 콘센트들은 내가 직접 조립 설치를 하게 된것이었다. 얼마나 후련하고 뿌듯한지! 내가 나에게 주는 생일 선물이라고나 할까.

생일을 맞아 난 Baby Pork Rib 요리를 만들어 아내와 와인을 나누며 자축했다.

새벽 한시가 다되어 한국의 친구 병학이 내 생일 축하 노래를 한곡 선물했다. 늦은 시간 한국의 벗에게서 온 아름다운 노래에 내 인생의 피로가 완전히 풀렸음은 물론 새로운 내일에 대한 사명감과 설레임이 가득차왔다. 고맙다 친구!

그리고 난 또 하나의 설레는 곡을 들으며 새벽 두시가 넘어서야 깊은 잠에 빠졌다. 행복했다. 뉴스를 보니 한국은 추석이다. 추석을 잊고 산지 벌써 십년이 넘어간다. CNN 을 비롯해 캐나다의 CBC나 C-TV 등의 방송에선 연일 북핵 관련 험악한 뉴스가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한국은 성묘길 교통 상황 정도가 관심사일 뿐이다. 요즘 벌어지는 최악의 긴장감 조차 거의 60십년간 쌓아온 북한 관련 무감각 내성을 넘어설수는 없는 모양이다. 북한의 핵무장이 현실적으로 완성 되었음에도 국민들의 반응이 이렇게 쿨하다니. 어리둥절 하면서도 정말 대단한 민족이다는 생각이 든다.

와인 섹션은 계속 작업 중이다. Box Art 를 표방하며 쌓어논 맥주 박스들의 작품 이름은 'Canadian Rocky' 

새로운 와인들을 계속해서 진열해 가는데 세상의 와인 종류만 수백, 수천이 넘다보니 끝이 없다.


한국의 친구들, 다들 행복한 한가위 누리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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