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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Nov 29. 2017

love is blue

@the palace.seoul

세월의 무게에 갈라지고 터가는 처마 나무 기둥들과 그 표면에서 적당히 바래가는 단청의 우아한 자연스러움은 아무리 바라보고 있어도 부담스럽거나 지루하지 않다.

새로 단장한 단청은 보졸레 누보 같은 산뜻하고 풋풋한 화려함은 있지만 오크 통 속에서 숙성을 거치며 향과 색이 부드러워 지고, 햇살이 닿지 않는 vault 에서 오랜 기간 저장되는 버건디나 보르도 같은 관록의 풍미가 주는 편안함은 없는 거다. 세월의 흐름과 그 속의 부단한 역사가 중력과 함께 빚어내는 이 아름다운 아치의 형상은 어느 수학적 함수가 그려낼 수 있는 곡선 혹은 곡면보다 미적으로 압도적이다. 장대하긴 하지만 가분수 처럼 무겁게 얹혀진 자금성의 황금색 궁전의 지붕은 직선이었고 현란하게 켜켜이 쌓여 올라간 오사카 성의 지붕과 처마들 역시 직선을 위주로 최소한의 곡선이 유지되는 형태였다.

영조의 도서관이었던 이 궁전의 처마 끝 빗물 떨어지는 소리는 아마도 아주 특별할 것임에 분명하다.낙숫물 소리 장단 삼아 떠나보는 조선시대 타임 머신 여행이 될테니.

세월을 보고 있으면 보고 싶은 이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리움에 무슨 핑계가 필요 할까만 세월이라는 계절은 그리움을 쌓이게 한다. 나 푸르던 시절 그 시퍼렇던 마음, 뭔지도 잘 몰랐던 그 어렴풋한 설레임은 이제보니 그리움의 씨앗 이었다. 인생의 어떤 것들은 돌이킬수 없을 정도로 오랜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실체가 모양을 갖추기도 하는것 같다. life itself will let you know though it is too late sometimes or most of the time.

폴 모리아와 프랑크 프루셀의 연주는 얼마나 산뜻했던가. 그 칙칙하고 무거웠던 시대의 교내 잔디 밭에 누워 바라보던 하늘은 얼마나 푸르렀던지. love is blue.

프랑크 프루셀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Georgia on my Mind 가 흐른다. 아름다운 음율을 따라 그 시절 그 공간이 펼쳐지면서 그리운 그 얼굴이 더 선명해지고 일상스러웠던 그 목소리도 더욱 또렷이 들리기도 한다. 이제 그 존재는 세월이 주는 연화 작용으로 칼같이 도발적이었을 정은 우정으로 화해 세상 다 할때까지 부드러운 웃음을 나눌수 있게 되고.


Life is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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