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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 Jul 10. 2018

Hey, your rod is bending!!

@batka lake.sask

오늘은 훨씬 더 크고 힘차고 아름다운 pike를 또 낚았다. 입에 재갈을 물려 녀석과 놀다가 마침 토론토에서 방문 중인 딸아이에게도 보여주고 밤 이슥해서 호수로 돌려 보냈다.

구름 한점없이 푸르디 푸른날 난 또 이곳 바트카 호수로 왔다. 좀 늦은 오후라 내가 주로 낚시를 하는 보트 데크(boat deck) 엔 마침 아무도 없었는데 바베큐 area에 와 있던 이들의 말에 따르면 아침 나절엔 열팀 정도가 낚시를 하느라 부산 했다고 한다. 한국 같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정도의 경치와 맑고 푸른 날씨, 그리고 가득한 물고기라면 아마도 인산 인해를 이뤘을 것이고 주차 공간엔 차들로 넘쳤을 테고, 온갖 종류의 식당과 상점들, 그리고 모텔류들의 비지니스로 혼잡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여기 호숫가 데크엔 나밖에 없었고 가끔 보트를 끌고 나타나는 낯익은 주민들이 반가웠을 뿐이었다.

한참 물고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호수 건너편에서 보트를 즐기던 한 가족이 집으로 돌아가려 데크로 접근했고 안면이 있었던 동네 주민이라 이것 저것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가 소리쳤다.  어! 낚싯대가 휘청거리네!! Your rod is bending!! 낚시는 안중에 없고 그저 수다 삼매경에 빠져있던 날 정신차리게 한 일성이었다. ㅎ 녀석은 초록 수초 지대를 끌려 나오며 비늘을 번쩍이며 발버둥 치며 나왔는데 지난번 녀석보다 훨씬 큰 놈이란 직감이 들었지만 물밖으로 건져 올려진 녀석은 생각보다 더 컸다.

60cm 정도의 근사한 녀석이었다. 엊그제 낚아올린 40cm 급의 어린 녀석과는 크기나 힘이 완연히 달랐다.

요즘 낚시의 재미는 낚은 물고기를 좀 관찰하면서 폰카에 사진들을 담아 보고는 제 살던 곳으로  돌려 보내는 즐거움이 크다. 내가 녀석과의 승부에서 이겼으니 내 곁에 잠시나마 두면서 나도 내 나름의 즐거움을 만끽해야 하지 않겠는가? 입과 아가미가 큼지막하게 발달되어 있는 녀석들에 잠시 동안 재갈을 물린다고 크게 해될건 없다. 로프에 묶어 놓고는 녀석들이 헤엄치는 모습이나 지느러니 형태, 전체적 균형 등등을 자세히 관찰해 볼수있는 것은 낚시의 또다른 큰 기쁨이다. 먹거리의 대상이 아닌 전혀 다른 형태의 생명체에 대한 배움의 시간인거다.

기대가 상상과 만났을때 그 폭발력은 크다. 오직 인간만의 뇌구조적 산물인 상상력이란 놈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다 더욱 과장되고 거대하게, 혹은 더욱 상세하고 치밀하게 만든다. 오늘 낚시 중 한 녀석에게 낚시 바늘을 빼았겼다. 순간적으로 물고 채는 힘이 얼마나 강하고 이빨이 얼마나 날카로우면 그 질긴 낚시줄을 끊어낼 수 있었을까. 얼마나 대물이길래.. 반짝이는 낚싯대 끝이 어마 어마 어마한 힘으로 휘청~ 휘어지길 바라면서 상상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휴..

녀석의 자태에 수십년전 한동안 떠들썩했던 영국 네스호의 괴물 같은 모습이 떠올랐다. ㅎ

내 팔뚝은 녀석의 힘찬 요동을 잠시 멈추게 하느라 잔뜩 힘이 들어가고..

녀석의 발버둥은 내 맘속에 환호성까지 자아내게 하는 다이내믹함이 넘친다.

내 손에서 벗어난 녀석은 이내 부드러운 유영으로 돌아가고..

새끼 perch 들은 지칠줄 모르고 주변을 돌아 다닌다.

토론토에서 날아와 밤 여덟시 반이 넘어 해가 다 넘어가는 시간에 도착한 딸램은 아빠가 묶어 논 물고기를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딸아이는 물고기가 이쁘다며 녀석을 연신 쓰다듬었다.

아내가 내 사진도 찍어줬다. ㅎ

잘가거라 멋진 녀석아~~

낚시를 끝내고 호수가 바라보이는 바베큐 area에서 삼겹살 격인 pork belly와 short rib, 글구 각종 야채들을 자작나무 통나무 장작에 구워 먹었다. 음냐.. 맛있어라..

자작나무 타는 연기에 훈제 되면서 장작의 강력하고 건강한 적외선 열기에 구워지는 기름이 쏙빠진 돼지고기나 소고기는 정말 특별하게 맛있다. 단위 요리 하나로 보면 이보다 더한 호사가 없을 정도다. 단 한여름 밤에 맹렬하게 달려드는 모기들을 무시할수 있다면.. ㅎ

버섯과 가지를 살짝 구워 곁들이면 금상 첨화다. 여기에 싱싱한 오이를 쌈장에 찍어 먹는다.. 흐흐..

장작타는 소리와 화려하게 피어 오르는 주홍빛 불길, 그리고 화끈하게 다가오는 열기를 얼굴에 느끼며 모닥불을 바라보는건 언제나 좋다. 바로 행복감에 빠져들게 한다.

특히 가족 구성원들끼리 오손 도손 둘러 앉아 같은 심정으로 말없이 타는 장작을 바라 볼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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