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cast or shoot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터 Aug 06. 2018

漁船 띄우다 :p

@ batka.sask

요즘 shoreline fishing 에서 전혀 입질도 못받는 상황이 계속되자 피터는 호수 한가운데로 나가기로 맘먹었다.

사실 피터에게 낚시는 핑계고 호젓한 곳에서 책을 읽고 싶어 오는 요즘 이지만 물고기를 낚지 못하면 아쉬운것 역시 사실이다.

낚시를 하러 올때면 피터는 에너지 드링크인 몬스터를 두어 캔을 사오게 되는데 그것은 그 이름과 같은 몬스터 괴기를 낚겠다는 말도 안돼는 설렘과 바램이 있어서이다. 평소엔 절대 마시지 않지만..  ㅋ

는 집 뒷간에서 꾸역 꾸역 카약을 꺼내어 귀찮지만 차 지붕에 번지 끈으로 이리 저리 묶어 시속 80킬로 정도로 기어 바트카 호수로 왔었다. 낚시용 카약이 아닌 투어링 용이라 낚싯대와 뜰채등을 주렁 주렁 달고 두꺼운 라이프 재킷까지 입고 나서는 것이 많이 번잡했으나 피터는 그저 괴기 한마리 잡아 보겠다고 뒤뚱 뒤뚱 수심 15m 정도가 된다는 호수 한 가운데로 저어 나갔다.

너무 큰 놈이 잡혀 이 초소형어선이 홀딱 뒤집히기라도 하면 어떡하지? 라는 망상에 사로 잡히기도 한 피터는 스마트 폰을 방수 zip lock 팩에 잘 넣어 오기도 했지만 호수 한가운데에서의 한 시간이 지나도록 고요하기만 했다.

그리고 나서도 한참이 지난 후에도 아드레날린이 치솟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고 바람조차 없는 정적만 가득한 가운데 피터는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발가락을 꼼지락거려 보고 무릎도 세워보고, 목도 상하 좌우로 돌려보고, 허리도 돌려 보지만 이 눔의 어선 속에서 장시간 제대로 몸을 추리리는 건 불가한 것이었다. 그저 같은 자세로 앉아 있기만할 정도의 공간만 허락되어 있으니.. 에고

덥지도 춥지도 않은 최고의 날씨에 투명하게 푸르른 호수 한가운데 피터는 이런 박제된 상태로 세시간을 넘게 버티고 있었다. 젠장.. 이라는 말을 수없이 속으로 되내이며.. ㅋ

추억도 떠올려 보고 미끼도 다시 갈아 보기도 하고, 호수 용왕님을 원망해 보기도 했지만 피터에게 오늘 호수의 theme은 '끈질긴 고요함' 이었다. 그의 허리가 조금씩 쑤셔왔다. 허리가 아플 정도로 어디서 꼼짝 않고 앉아 있어 보기는 평생 처음이라는 생각과 함께 피터는 낚시를 걷어내고 뭍으로 철수 했다. 호숫가 바베큐 데크엔 한가족이 음식 장만에 한창이었는데 살펴보니 피터의 주거래 은행의 지점장 제라드 의 가족 이었다. 그와 잠시 수다를 떨고 그는 결국 집으로 향했다.

하이웨이로 진입하자 마자 코요테 한마리가 보였다. 녀석 조차도 심심해 보인 하루였당.. ㅎ

캐나다는 역시 심심한 천국이다. 그래서 가끔은 복마전의 다이내믹함과 왁자지껄함, 얼키고 설킨 한국의 악다구니가 그립기도 한것이다. 베이비 부머들이 누렸던 그 초고속 성장기의 indulgences 들이 그리운 것이다.


Be good & stay cool..

매거진의 이전글 장화 신은 피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