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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피터 Feb 24. 2019

at the Show 2019

@yorkton.sk

내 친구 브라이언과 난 손꼽아 기다렸었다. 이제 열흘 남았네, 일주일 남았어.. 내일모레다! 내일 아침 9시에 보자구!!

온갖 전시회, 컨퍼런스 , 연주회, 쇼, 스포츠 이벤트 등등이 사시사철 끝없이 펼쳐지는 라스 베가스에 사는 주민이라면 이렇게 손꼽아 기다리진 않았을 것이다. 연중 풍성한 온갖 이벤트가 벌어지는 토론토 정도에 사는 주민들 역시 우리 만큼은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회가 잦지 않은 마을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이번 이벤트에 대한 기다림의 설렘을 최대한 즐겼다. 남자들 만의 취미에 빠져본 이들은 다 안다. 알고 보면 별것 아닌 것, 관심이 없는 이들에겐 정말 아무것도 아니고 사소한 것 등에 취미라는 미명 하에 우리 보이스카웃 같은 어른들이 얼마나 빠져 드는지.. 이곳 rural canada의 소도시 사람들은 이런 로컬 이벤트들이 작지만 큰 축제 마당인 거다. 자동차, 트랙터 등을 비롯한 각종 물건들이 팔리는 auction은 많은 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이벤트의 으뜸이고 이런 총기 전시회나 마을 대항 하키 대회, 마을 단위 골프 토너먼트나 스노우 모빌 경주 대회, 겨울 사냥 대회, 낚시 더비, 올드 모빌 전시회 등등은 다소 심심한 캐나디안 라이프에 작은 활력을 주는 이벤트 들인 것이다.

9시 입장 시간이 한 시간도 채 안 지났지만 총기 박람회가 열리는 conference hall 건물 앞의 너른 주차장엔 이미 차들이 가득 차 있었다.

이곳 총기 박람회에서는 건 스토어에서나 인터넷 주문으로 어느 때고 구입할 수 있는 신품 총기보다는 주로 앤티크 급의 역사적 라이플들을 비롯한 각종 중고 총포류들이 전시되어 팔리거나, 구입, 혹은 교환되는 다분히 캐주얼한 분위기의 장마당이다. 주로 글로벌 총기 제조업체들이 화려한 부스를 열어 자신들의 기존 제품 라인업 및 신제품 발표의 장으로 활용하는 대규모 총기 박람회와는 다르게 내가 사는 이런 중소 도시에서는 주로 패밀리 비즈니스 정도로 운영되는 중고 총포상들과 개인들이 판매 부스를 차린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 모든 기계 문명 자재의 중심에 자리하게 되고 디지털, 인터넷, 그리고 AI 문명이 이미 우리에게 공기와도 같이 삶의 치명적 요소가 된 지 벌써 오래되어 가는 지금, 철기문명 끝자락의 소박하지만 정교한 장인 정신은 이런 라이플 류에서나 조금 엿보일 뿐이다.

고성능 플라스틱이 존재하지 않았던 그 옛날의 소총엔 고작 해야 여러 재질의 철과 나무, 그리고 가죽 정도가 고작이었다. 하지만 얼마나 정교하게 또 튼튼하게 만들어졌는지 백년을 넘어가도 그 기능은 여전하다.

자연적 주기에 따라 총기를 이루는 소재들이 세월과 함께 닳아져 부드러워져 가는 것을 보는 것은 즐거움이다.

나보다 거의 스무 살이나 연하지만 서로 친구로 지내오고 있는 브라이언은 아버지에게서 대여섯 정의 소총을 물려받았다. 그 사냥용 라이플들은 독일계 이민자였던 그의 조부가 그의 아버지에게 물려준 것이었다. 그 pass on 총들은 각각 그들 가족의 캐나다 이민사 및 개척사의 DNA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주로 농사를 지었거나 목장을 운영했던 캐나다의 초기 이민자들에게 이러한 엽총들은 필수품이었다.

주로 사냥을 위한 라이플들이 전시 판매의 주를 이뤘고 한두 정들의 military surplus 군용 라이플들이 있었다.

조상 대대로 가족들의 단백질원을 확보하기 위한 사냥을 해왔고, 끝이 보이지 않는 대평원을 옥토로 개척하며 고독하지만 의연하게 살아왔던 이곳의 주민들에게 라이플이나 권총 등은 든든한 가족 지킴이 이자 사냥 도구였고, 오락의 수단이었으며, 대대로 이어 내려오는 family legacy 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