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photo odyssey

시즌 2 서울을 찾아서 - 2

서울은 이제 내가 가장 다시 가보고 싶은 도시가 되었다

by Peter Shin Toronto

어느 춥지만 맑은 아침, 인왕산에 올라 바라본 서울은 참 멋있었다. 스모그가 아닌 아침의 푸르른 안개 속의 서울이 먼 아침 태양을 받으며 서서히 깨어나고 있었다.

남산과 같은 다정스럽고 소박하지만, 완벽한 산을 도심에 가진 수도가 얼마나 또 있을까. 우리 금수강산의 아름다운 모습 중 하나인, 산너머 산이 이어지는 모습이 남산 뒤로 펼쳐지고 있기까지 하다.

내가 느낀 시즌 2 서울의 확연히 달라진 점은 디자인의 요소가 많이 일상화 되어간다는 것이다. 보는 것 위주의 서울, 시민들을 위한 도시 보다는 관광객을 위한 도시, 전시행정의 결과 등의 비난을 감수 하고서라도 서울 곳곳의 미적 감각이 살아나고 있음은 너무나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기온이 많이 떨어진 겨울 밤. 동생과 나온 저녁 산책길의 한강 주변 역시 대단했다.

고수부지 산책길을 걸으며 바라보는 서울의 모습에서도 디자인이 살아나고 있었다. 기본적 기능과 성능으로 승부를 걸던 시대는 이미 다 지나간 거다. 가로등이 주변을 밝히는 기능만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시절은 이제 다 지나간 것 같다. 예술품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다목적 가로등과 벤치는 이제 서울 곳곳에 만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문화적 일상을 잘 대변해 주고 있었다.

대학 동창 친구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바라본 서울의 야경, 대단한 도시다.

내게 서울의 야경을 선사하겠다면서 우리의 고마운 대학 동창들은 남산에서 모임을 가지고 이렇게 남산 전망대 위에 섰다.

아름다움과 편의성으로 가득했던 우리 서울의 지하철 시스템은 편의성과 효율성을 훌쩍 뛰어넘어 바람직한 도시문화를 열어가고 있었다.

치과 치료전 두어시간이 남아 마침 도중에 위치한 리움 미술관에 왔다.

미니멀리즘이 느껴질 정도로 쿨한 품격이 느껴지게 지어진 건물과 함께 교과서에 봐오던 한국의 보물들 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전시물들, 그리고 루이스 부르주아의 거미 조형물 Maman 도 있었다. 몇해전 캐나다 오타와에 위치한 현대 미술관에 접했던 그 강한 인상보다는 작품의 이름처럼 '엄마', '모성'이 떠오르도록 새끼 거미와 함께 하고 있음도 좋았는데.

마스크를 쓰고 겨울 점퍼 후드를 뒤집어 쓰고, 장갑낀 손엔 무전기를 든 우스꽝스럽고 어설프다 싶은 보안 인력들과 곳곳에 보이는 과시형 보안 장치들, 무안할 정도로 친절과는 거리가 먼 사무적이고 무덤덤한 미술관 직원들, 사회공헌이라는 기치보다는 나름 운영비라도 뽑아 내어야 되지 않겠느냐는 듯한 입장료, 과거 독재권력시대가 생각나게 하는 요소들이 이 미술관의 품격을 마구 깍아내렸다. 설마 이 미술관을 삼성의 어느 조직 단위처럼 Profit Center 로 운영하려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마음이 아주 씁쓸했다. 국보급 보물들을 보유한 한국 최고 귀족 가문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한다기 보다는 내가 가진 이 값비싼 것들을 대중에게 최소한으로 노출은 시키되 보여 주는 것만도 고마운 줄 알라 라는 내방객에 대한 노골적 경시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었다. 어째서 삼성의 사회 환원적 프로그램이 이 정도로 운영되고 있을까.

그리 유쾌하지 않은 심정으로 미술관을 빠져 나올때 한 아름다운 '엄마'는 아가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있었다. 인류의 희망은 여전히 우리 소박한 개인 개인에 스며있는 모정(母情).. 모성일 것이다. 그리고 그 작은 울타리를 최선을 다해 지키려는 아버지들의 부성일 것이다. 이익 추구를 지고지선의 목표로 하는 초거대 기술자본집단들의 score sheet 상에 희망이란 단어는 없다.

지하철의 새로운 역사마다 참신함과 유쾌함이 넘치고

무인으로 운행되는 신분당선의 터널은 빛과 속도가 벌이는 향연으로 지루할 틈이 없었다.

세계의 여느 도시들에 비해 우리의 열차 시스템은 광궤를 적용하고 있다. 그래서 훨씬 넓은 우리의 객차는 더욱 쾌적한 실내를 제공한다.

마치 캘리포니아의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어느 테마 구간을 지나듯 우리의 열차는 환상적인 속도로 빛의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신세계 백화점 명품관의 어느 남자 화장실 앞. 매우 그윽하고 쾌적하게 꾸며놓은 이 공간에서 잠시 쉬면서 랩탑 충전도 하고.

서울은 이제 명실공히 아시아의 관광과 쇼핑 허브로 자리매김 해 나가는 것 같다. 훌륭한 교통 인프라와 쾌적한 공기, 곳곳에 자리한 문화 유산들, 그리고 온갖 종류의 쇼핑 공간과 함께하는 음식 문화와 패션 문화, 세계적 관광 도시로서 조금의 손색이 없었다. 트로이의 목마를 연상케 하는 신세계 명품관 입구의 설치 작품도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난 서울의 하늘을 날고 또 날았다. 수많은 빌딩 숲 곳곳에 꽂혀 있는 젊은 날들의 추억들을 떠올리며..

명동거리 이곳 저곳을 아주 천천히 걸으며 너무 즐거워했다. 다시 포근해진 서울의 날씨가 얼마나 고마운지 명동의 밤거리를 지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표정 하나 하나 모두 다 싱그러웠다.

놀라운 사실은 어깨를 부딪힐 정도로 빼곡히 이 넓은 명동 거리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대부분이 일본과 중국 그리고 동남아 등지에서 놀러온 관광객들이라는 사실이다. 앞뒤 옆에서 들리는 말들은 모두가 외국어 들이었는데 놀라웠던 것은 이들 거의 대부분이 낯선 곳을 여행하는 관광객으로서의 행동을 취하기 보다는 마치 자신들의 나라에서 익히 잘아는 거리를 쏘다니는 듯 자신감 있고 편안한 말씨와 발걸음으로 명동의 이곳 저곳을 돌아보고 있었다.

서울은 역시 식도락의 천국이었다. 도데체 얼마나 많은 다양한 종류의 음식들이 서울을 찾는 이들에게 제공 되는지,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다.

이번 여행에선 동생과 서울과 한국의 여러 군데를 동행할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다.

이제 언제 또 이렇게 사랑하는 동생과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을까.

내가 호들갑을 떨며 동생을 데리고 간 명동의 콩나물 국밥 집. 더 이상 좋을 수 없었다.

동생과 함께한 이 깨끗하고 정성 가득한 콩나물 국밥 한 그릇이 서울의 좋은 이미지를 더욱 좋게 하리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p


Bye for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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