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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Jun 19. 2021

물고기들도 이젠 안녕

catch & release@assiniboine river

오늘은 낚시에 마음이 더 끌렸다. 아니 사실 골프 복장으로 언제 갈아 입을까 결정을 미루다 갈아입기가 귀찮다는 결론이 났고 결국 골프 클럽 맞은편의 강으로 향했다. 멍때림 낚시에 무슨 복장이 필요할 것인가.

이제 다음달 초면 정겨웠던 아시니보이네 Assiniboine 강과도 이별이다. 6개월 넘게 혹한이 지속되는 영하 30~40도의 겨울이 지나고 4월부터는 얼음이 조금씩 녹기 시작하면서, 산란기가 끝나는 5 중순이 되어서야 시작되는 낚시 시즌을 매년 얼마나 기다려 왔던가.

내게 작별 인사라도 하고 싶었던 걸까. 내가 지난 10여년간 낚았던 민물 농어, 즉 월아이(walleye) 중 두번째로 큰 50cm 가 좀 넘는 녀석이 멋진 fight와 함께 잡혀 나왔다. 녀석의 묵직함이라니. 쇠뭉치가 끌려나오는줄. 내가 낚았던 제일 큰 녀석은 53.6 인치로 60 cm 짜리 였다. 이곳에서 50cm 이상의 월아이는 드믈게 보는 대물이다. 그리고 이 민물농어는 캐나다와 미국 에서 가장 맛있는 민물고기로 정평이 나있어 모든 이들이 선호하는 최애 어종이다.

바늘도 입술에 살짝 걸려 녀석은 상처없이 강으로 다시 돌아갈수 있다. 다행이다.. 생각하며 녀석을 버킷에 담아 잠시 내곁에 두었다. 녀석의 눈이 어찌나 큰지. 그래서 walleye 라 불린다.

낚시는 멍때리기에 최고다. 멍때리거나 책읽거나,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 듣거나, 선탠 하거나, 대륙의 비도 맞아보거나.. 낚시 핑계로 할수 있는게 참 많네. 그러다 운이 좋으면 강건너 언덕으로 사슴도 지나가고 강물따라 거대한 흰머리 독수리가 서서히 날아오다 사라져가는 national geographic 장면도 대할수 있다.

소박하기만한 이곳보다 한국엔 훨씬 수려한곳들이 많을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호젓할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멋진 곳일수록 엄청난 인파로 붐빌것이 분명하니.. 한국 생활 적응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사고체계나 가치체계는 물론, 인간 관계에 대한 모든 디테일이 다른 사회로 복귀한다는 건 마흔 중반까지 한국인이었고 이제 환갑을 넘어 돌아가는 나로서도 쉬운일은 아닐 것이다. 아직 경험해본적 없는 은퇴의 삶은 사업상 누굴 만나야 할일도 없을 것이고, 고객이 있을리 만무하니 그저 만나고 싶은 유쾌한 사람들과의 친분만 유지하면 될것이다. 좋은 사람들,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만 만나도 짧은 인생이다. Anyway I just hope that it won't be that difficult.

버킷이 녀석에 비해 협소해 미안했지만 강으로 서서히 돌아가는 녀석의 꼬리 짓이 보기에 좋았다. 잘가라 고기야. 그동안 즐거웠어..


지난주엔 이곳에서 jack fish 두마리를 낚았었다.

원명은 노던 파이크, northern pike 인데 이곳에선 잭피쉬 라 부른다. 한국의 가물치 같은 포식성으로 북미에 서식하는 물고기중  가장 사나운 녀석이다. 크기는 1.5m 까지 자라는데 cat fish, 즉 메기와 더불어 전형적인 몬스터 물고기 이다.

한녀석은 바늘을 삼켜버려 어쩔수 없었지만 큰 녀석은 무사히 강으로 돌려보냈었다. 그래서 난 jack fish 에게도 작별을 고할수 있었다.


Sentimental evening for 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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