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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Sep 05. 2021

도곡동, 한남동 & 이태원 길

@ night

서울의 밤도 참 오랜만이다. 아침저녁으론 벌써 서늘해지는 서울의 밤을 구경하러 무작정 집을 나섰다. 무작정 나섬은 작정하고 나서는 것에 비해 얼마나 더 신나는가.

도포에 삿갓 쓰고 지팡이에 시조까지 장착하면 좋으련만 가디건 하나 들고 집을 나섰다.

사거리 모퉁이 네 곳 모두 아파트가 솟아나 있어 보이는 건 모두 아파트, 그리고 그 사이를 빠져나가는 차량들 밖에 없다. 인구는 줄어간다는데 서울의 인간 집적도는 계속 높아져 간다. 지하세계의 layer도 계속 늘어간다. 더 하늘 높이, 더 지하 깊이! 서울시의 괴상한 그 영어 슬로건보다 훨씬 더 단도직입적이지 않나? I Seoul You?? Holy shoot!!

징검다리를 대신해 서있는 육교가 섬처럼 떠있는 아파트 단지를 이어주고, 나같은 방랑객에게도 친절을 베푼다. 옛날 같으면 갑옷에 창을 든 기사들이 지키고 서있었을지 모르고 막대기에 흰천이라도 묶어 흔들지 않으면 어디서 화살이 날아와도 이상할게 없었을 것이다.

물고기 대신 차량들이 흐르는 강 위에서 우리 삶의 형태를 바라본다. 재밌다.

건너편에서 472번 버스에 올랐다. 압구정, 한남동, 종로.. 흥미로운 route 였다.

순천향병원 앞에서 내렸다. 주변은 너무 많이 변해 있었다.

바람이 좋았고 하늘이 좋았다. 거의 아무도 없는 일요일 밤거리도 너무 좋았다.

요새처럼 튼튼할것 같은 주거 단지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은행나무가 주는 위로는 크다.

나무들은 이렇게 십자가 형상을 하며 인간곁에 있구나.

거대하고 오래된 고가도로 아래의 한 코너. space utilization의 smart 함 보다는 밝음, 따뜻함, 작음, 소박함등을 떠오르게 하는 작은 감동의 공간이었다.

달을 품은 푸르름이다.

소나무는 도심 환경의 열악함에도 어떻게든 뿌리를  깊게 내려갈것이다.

금융 대기업들의 홍보성 빌딩들이 화려하게 줄지어서 있었다.

삼성의 리움이 세워진 이래 그 반대편 쪽에는 대기업들의 홍보성 빌딩들이 열지어 등장한거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나름들의 문화공간을 마련했다고 역설해도 무리는 아닐듯 하다. 젊은 고객층을 상대로한 적극적 마케팅이던 혹은 마케팅을 빙자한 부동산 투자이던 이러한 창의적 공간이 늘어나는건 대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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