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photo odysse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ter shin Dec 27. 2021

a night before Christmas

downtown Seoul

성탄전야 도심의 화려함엔 어떤 감흥도 없었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역병 창궐의 시절이라 그럴까. 도심 빌딩 도처에 널려진 더욱 휘황해지고 정교해지고 거대해진 LED 전광판을 보며 느끼는 것은 극대화된 소비심리 선동과 교란에 대한 피로감과 저항감 뿐.

백년을 넘어가면서도 변함없음과 단아함, 정결함을 유지해오는 성당만이 유일한 위로였고 진심어린 감사의 마음을 가지게 하는 공간이었다. 들뜨지 않고 과장됨 없는, 시대적 노여움 역시 잠시 내려놓을수 있는 조용한 의식, 소박한 미사를 드릴수 있었음에 너무 감사했다. 두터운 겨울 외투를 벗을수 없을 정도로 서늘하게 유지되는 성당 내부의 온도 역시 초기 교회들의 깨끗한 가난함을 떠올릴수 있어 너무 좋았다. 무엇보다 서슬퍼런 단죄함을 역설하는 종말적 코멘트나 협박, 탄식이 없이 그저 성경 구절을 부드럽게 해설해 주는 신부님들의 강론이 성숙했고 고마웠다.

더 편리해지고 더 빨라지면서 급기야 시공간의 물리적 제한 마저 사라지게 하는 meta-, omni- 라는 디지털 이니셔티브들은 벌써 모든곳에 기본 인프라와 생태계, 그리고 강력한 캐쉬 플로우 모델을 갖춰간다. 초거대 비지니스들은 그들만의 파라다이스를 구축해가며 자신들의 명민함과 위대함을 칭송하는 빵빠레를 도처에서 울려대지만 나팔수들은 물론 기획의 당사자들인 빅테크들의 몇안되는 오너들 조차 이러한 지구적 삶에 희망을 두고 있같지는 않다. 거의 외계인 급의 인간 엘론 머스크는 화성 프로젝트의 진척이 난관에 부딪히며 히스테리를 부리는 지경에 이른다. 

도심의 어두움 속 무지막지한 크기와 밝기의 눈송이들은 천진한 아이들 말고는 누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수 있을까.

호화 브랜드들의 이미지와 로고는 성탄 전야엔 더욱더 강렬하고 선명해진다.

볼거리를 찾아 나선 이들은 인파를 이뤘다. 시각적 현란함은 가치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써 마술적이다. 활활 타는 불을 향해, 불빛을 쫒아 날아드는 나방들은 바로 이후 벌어질 일들에 관심을 둘 겨를이 없다.

The title of their show tonight was Magical Holidays.


That's it for the night before.

매거진의 이전글 고궁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