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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Dec 29. 2021

그들의 천국

이른 겨울 아침 @ 양재천

양재천을 둥지 삼아 거의 텃새처럼 사는 해오라기나 백로는 내가 잠시의 서울 생활을 시작하며 거의 매일 아침 산책길에서 만나는 녀석들이었다. 지난 팔월부터 이제껏 주로 혼자 사는 녀석들만 봐왔는데 홀로 살아가며 외로이 사냥하는 녀석들의 쿨한 모습이 멋졌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산책에서 서초구 구간으로 접어들기 직전의 반환점에서 다시 한강 쪽으로 돌아 내려오면서 양재천에 이십여 마리가 넘는 백로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송사리를 잡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T-Rex를 포함한 거대한 육상 공룡들이 조류로 진화했다는 가정을 믿고 있는 나로서는 이 모습에서 1993년 개봉된 영화 쥬라기 공원의 한 장면을 오마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고학자 샘 닐이 Jurassic Park가 만들어진 중미의 어느 섬에 내려 지프 투어에 나섰다가 처음으로 마주한 장면, 언덕 아래 멀리 보이는 커다란 호수 주변에서 무리를 지어 물을 마시고 있는 초식 공룡들, 찬란한 햇살을 받으며 호수 위를 반짝이며 날아가는 작은 시조새떼들, 지축을 흔들며 바로 곁을 지나는 거대한 브롱키오 사우루스, 오.. 양재천에도 쥬라기 공원의 광경이 펼쳐지다니. ㅎ

조류들은 멀찍한 거리 두기로 인간들과의 일정 거리를 본능적으로 유지하는데 폰카로만 찍는 내게 겁이 많은 백로는 망원 렌즈가 없이는 모습을 담기가 힘들었다. 새로 장만한 폰은 순수 광학 3배 줌과 쓸모 있는 손떨림 보정 디지털 광학 10배 줌이 지원되어 이런 사진들이 가능했다. 춥고 흐린 날의 이른 아침이었는데도 나쁘지 않았다.

거대한 익룡 프테로사우르스 의 풍모가 가냘파 보이는 백로에게서 보이다니..

올여름 내가 사는 토론토의 온타리오 박물관에서 다시 본 나는 파충류 혹은 날아다녔던 최초의 척추동물 프테로사우르스, 즉 프테라노돈과 프테로닥틸의 스켈레톤은 소형 비행기보다 컸다. 거대한 동공의 크기를 보면 시력이 얼마나 어마무시했을지 짐작하게 한다. 수정체의 크기, 즉 렌즈의 직경이 거의 미터급에 달한다면 아무리 높게 날고 있어도, 혹은 빛이 적은 어두움 속에서도 지상의 거의 모든 먹잇감들을 식별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높은 곳을 나는 새일수록 눈의 망원 기능은 더 발달해 있으리라 짐작해 볼 수 있으니 우리의 프테로닥틸은 엄청난 밝기의 망원기능이 증강된 고글을 장착한 몬스터였을 것이다. 단지 양쪽 눈은 큰 부리에 의해 완전히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기능했을 테니 두 눈이 함께 작용함으로써 얻어지는 대상물체에 대한 입체적 거리정보가 부족해서 여하이 다른 방법으로 얻어내야 했을 것이다. 혹시 적외적 감지까지 가능했다면 이 녀석들은 전천후 전투기 조종사들과 다를 바 없지 않았을까. 좌간 궁금해서 구글링을 해봤으나 프테로닥틸 계열 공룡들에 대한 시각 능력은 아직까지는 학술적으로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는 모양이다. 쥬라식 썰..

이 당시의 작은 포유류들은 이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거대한 양치류 잎새 아래로 꽁꽁 숨어야 했을 것이다.

Ducks were on skin diving for feeding.


Bye for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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